자동문

2026.03.01

by 은봄


병원 1층 자동문은

사람을 알아보고 열린다


나는 잠깐

선 바깥에 서 있다


한 걸음 다가가면

유리가 옆으로 물러난다


닿지 않았는데도

길이 생긴다


안과 밖의 공기가

얇게 섞인다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이

잠시 같은 자리를 지난다


문은

기억하지 않는다


누가 울었는지

누가 웃었는지

몸의 무게가 어땠는지

묻지 않는다


다만

감지하면

열리고


지나가면

닫힌다


나는 다시

선 안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는

조금 더 천천히 걷는다


문이 열리는 속도와

내 걸음이

잠깐 맞춰진다


닫히는 소리는

크지 않다


유리는

다시 한 장이 되고


나는

열렸던 자리를 지나

밖으로 나온다


문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투명하다


그러나

조금 전까지의 공기는

분명히

한 번 섞였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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