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끝난 자리

2026.03.09

by 은봄


노래가 끝날 즈음

나는 이미

어딘가에 늦게 도착한 사람이 된다


무엇이 떠난 건지 모르겠지만

가슴 안에서는

작은 것들이 조용히 무너져 내린다


오래된 집의 천장에서

가루 같은 밤이

천천히 떨어지듯


나는 그 소리를

이어폰 너머로 듣는다


떠오르는 얼굴 하나 없지만

이상하게 모든 것이 그리운 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를 잃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떤 시간 속에

잠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텅 빈 마음으로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마음 한가운데

이름 붙일 수 없는 빈자리가 있어


어떤 문장이 끝나지 못한 채

가만히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은
누군가에게 끝내 보내지 못한 말


아니면

지금도 쓰이지 못한 채
어딘가에 남아 있는


나의
마지막 편지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