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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elsilvere Nov 21. 2015

Can art change the world?

아마도 국악이? 



거기 친구, 다시 한 번 크게 불러 볼래요?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추운 겨울,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는 소극장이었다. 

나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뒤, 이런저런 일을 진행하고 있었고 마침내 음악감독으로 첫 데뷔 아닌 데뷔를 하는 자리였고 당차 보이던 그 소녀는 국악 선생님으로 그곳에 온 것이었다. 

처음 만난 날부터  몇십 명의 아이들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우리는 그것에 맞는 배역을 정해주는 자리였는데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그녀의 존재는 흔한 국악 하는 소녀, (실제로 음대에서 국악 하는 친구들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라고 생각되어졌고 여름까지 이어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리지만 당차고 작지만 힘이 넘치는 소녀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졸업연주를 보러 안성에 가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쑥대머리를 불러 보라고 시키기도 하며 괴롭히기도 했고 

국악제에 출품할 작품을 써서 연습을 시키고 녹음을 하기도 했었다. 

스물다섯이었던 나는 사랑을 그것도 농익은 사랑을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그건 사랑이 아닌 아이들 장난이었다. 

그런 뜨뜻미지근한 곡을 최선을 다해 부르고 리코딩까지 하고 출전까지 했지만 결과는 뭐,




항상 작고 당찬 소녀였던 우리 효정이가 온갖 궂은 시간을 버텨 내더니 드디어 오늘

일을 냈다. 

숙가연에서 진행하는 창극 맹인 악사 매우씨전에서 주인공을 맡은 것이다. 

몇 주 전, 이병률 씨와 진행한 아트콘서트에서의 연주를 보고 

그곳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더니 

이번에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카리스마로 모두를 압도했다. 


작고 여린 몸에서 어쩜 그런 강렬한 에너지가 나오는 건지! 


다른 사람 눈에는 평범한 공연이었겠지만 

소녀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본 나는, 

그녀의 성장이 그녀의 나아짐이 너무나 감격스러워 

알 수 없는 희열과 주체 못할 감정이 느껴졌다. 

저렇게 더 나아지기 위해, 본래의 목소리, 원하는 모습을 갖기 위해 

차가운 바닥에 홀로 앉아 

탁해지는 목소리를 견디고 

무뎌지는 손 끝을 얼마나 부여잡고 울었을까. 


소녀가 여자가 되는 건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효정이는 오늘, 해내고야 말았다. 



맹인악사 "매우씨전" 매우씨역 김효정 


커튼콜 "맹인이 가야금을 연주하는 매우씨를 훌륭하게 소화한 김효정 소리 전수자" 
커튼콜 "작지만 강렬한 그녀"
커튼콜 "너무 신나 보이는 거 아니니, 너?" 




지방에서 열리는 공연이라 

내 침대에서 이틀 동안 재우면서 

그냥 작은 아주 작은 규모의 공연일 거라 생각하고 

이틀 동안 내 이야기만 넘치게 했는데 

오늘 가서 보니 

매우 씨가 주인공 중에 주인공이었고 

그 역할_ 장님, 어린아이, 위트, 슬픔, 고통, 재기 발랄한 모습, 카리스마 까지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며 

더 들어주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그래도 정말 잘 해냈어, 효정아. 

이 좋은 공연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길 그래서 

네가 가장 행복해 보이는 모습,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길 기도할게. 



숙가연의 연주, 가야금의 정갈한 화음, 매우 씨를 더욱 빛나게 한 예능의 신 창부까지 

너무나 훌륭했답니다. 

커튼콜 "우리소리의 아름다움" 



2016년에 우리 소리와 현대 무용, 향과 멋이 어우러진 MissMatch 공연이 

이뤄지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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