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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elsilvere Nov 03. 2015

"특별한 낭독회"

별나의 Art, Talk, Concert

세상은 끊임 없이 변화한다. 하지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 보다

더욱 차갑고 긴박하고 보잘 것 없는 그리고 권위적인 관습들은 그대로이다.

내가 서 있는 이 곳의 땅은 너무나 습하다. 땅에서부터 올라오는 기운들이 내 무릎의 연골을

연약하게 만들고 눅눅한 흙은 나의 발걸음을 질펀하게 만든다.

어디에 가든 나의 발자욱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시대를 살아간다.

살살 걸어도 흔적은 남아 뒤돌아 보면 흔적으로 인해 나의 습관과 방향성이 그려질만큼

너무나 많은 흔적이 남아있다.

나는 잘 걸어가고 있는 걸까?

나는 온전히 태어난 목적대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지난 주, 시 월의 마지막 화요일.

너무나 잘 알려진 그를 만났다.

그의 글은 세상을 울리고 있고 울림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웃음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가? 아니, 울음 역시 세상을 변화 시킨다 .

툭 하고 떨어트린 눈물 몇 방울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기도 하고

발등에 떨어진 눈물 몇 방울이 이별하는 연인들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우연히 만난 나의 업과

우연히 만난 그의 책

우연히 만난 그들로 인해 나는

"네 꿈은 뭐야?"

"나? 소설가"

에 합당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 역시,

한 편도 아닌 수십편의 글을 썼던 지난 봄날을 되돌아 보며

남아있는 흔적을 곱씹어 보았다.

나의 시는 슬프지만 기뻤으며 밝았지만 해맑진 않았다.

그의 시 구 중 한 구절, 찬란을 읽었고

그의 머리 뒤로 펼쳐질 그림들을 그렸으며

그와 함께 하는 그들에게 들려줄 음악을 선택했다.

별스러운 2시간을 만들어 가면서

내가 이리도 찬란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던가?

를 생각했다.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이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

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쳐지고


광장에서 멀어지리

지난밤 남쪽의 바다를 생각하던 중에

등을 켜려다 전구가 나갔고

검푸른 어둠이 굽이쳤으나

생각만으로 겨울을 불렀으니 찬란이다

실로 이기고 지는 깐깐한 생명들이 뿌리까지 피곤한 것도

햇빛의 가랑이 사이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만나는 것도

무시무시한 찬란이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찬란, 이병률





그와의 만남은 특별했다.

우리의 프로그램 역시, 특별했다.

Customization, 특별히 주문제작된 특별한 물건처럼

그의 모든 책을 머릿속에 넣고

마음에 넣은 나는,

그에게 적합한 질문과

그에게 맞는 구성과

그에게 맞는 음악까지

직접 선택했다.


조명도 냄새도 의자도 모든 걸 다,

특별히 구성하고 싶었지만 우선은 여기까지.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기 보단

현재에서 최선과 최상을 만들어 가는 게 더욱 낫다는 가정하에

진행된 이번 특별한 낭독회는 이렇게 진행됐다.


가야금 병창, 김효정 "무엇이 되어"
김은별 아나운서 & 이병률 시인




가야금 병창, 김효정 "무엇이 되어"



우리에겐 가을의 낭만이었고

누군가에겐 저무는 세월이었으며

나에겐 새로움의 시작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모두, 감사하다.

모든게 다, 감사하다.




완벽했던 우리의 아티스트 효정양과 센스쟁이 피아니스트 소영양 그리고 Staff지영.


우리 모두의 시작은

저물어 가는 시월의 마지막 화요일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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