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elsilvere Oct 30. 2015

시 월 마지막 금요일 밤

좀 멋있는 것 같아요.



오늘 난, "멋있으세요" 라는 말을 두 명의 사람에게 들었다. 뭐, 자랑을 하고자 글을 쓰는 건 아니다.

Art, Talk, Book 세 개의 키워드와 한 명의 연주자 그리고 몇십명의 사람들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던

그 짜릿함은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Fugue와 Variation의 동기를 동기부여로 삼고 동기가 어떻게 발전되는 지 그리고 그 동기가 어떻게 들려지는지에 대해 두 시간 동안 이야기 하면서 내가 이토록 즐거운 적이 있었던가? 에 대해 생각했다.

써놓은 시나리오도 없고 (실제로 시나리오를 쓸 만큼 여유가 있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느낌으로 사람들 앞에 서게 된 건, 처음이었다.

얼굴을 붉히는 Violinist, 함께 온 붉은 웃음을 가진 또 다른 Violinist.

그 둘은 빠리에서 온지 각각 2주, 4달 된 사람들이었다.

내 나이또래의 사람들 앞에서 나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의식적 행동에 대해 이야기 하며 그들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의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

"Motivator"

"Motivation"

"Motive"

누군가에게 동기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참으로 흥분되는 경험이다.

어떻게 흘렀는 지 모를 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

둘과 함께 식사하러 간 자리에서 그녀는 내가 던진 메시지들을 메모했다며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사실 전, 한국에 오면 그래도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그냥 이렇게 살게 되더라고요. 아직도 적응이 안되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저도 유학 아니, 유럽에 대한 동경을 항상 해요. 사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지만 그런 비겁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아요. 지금 당장 내가 처해있는 환경, 내가 태어난 대한민국, 유일한 분단국가인 이 곳에서의 목적을 찾고 어느 정도의 성공 아닌 성공을 이뤄내고 가고 싶어요. 내년쯤이면 드나들면서 살게 되지 않을까요? "

그리고 나의 비전을 공유했다.

그녀는 정말 반짝이는 눈으로 날 바라보며 "그럼, 전 무엇을 하고 있으면 되나요?" 라고 내게 물었고 난,

"계절이 바뀌는 냄새를 맡고 시를 읽고 산과 들을 바라보고 지금 하고 있는 연주에 대한 생각을 글로 써보면 될 것 같아요. 내가 연주하는 라벨의 이 곡이 사실, 라벤더 향이 나는 알싸한 느낌을 주는 곡이라고 사람들에게 말해주는 것 만으로도 그들은 소리가 아닌 냄새를 상상하거든요. 그런식으로 상상하게끔 만들어 줄 수 있는 글에 대해 고민해 보세요."

아, 그리고 막스 리히터의 사계를 좀 연습해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디에서 후원 받고 계시죠? 아, 그렇구나. 그럼 앞으로의 계획이 아직까지는 없는 거네요? 이 주 전까지 빠리에 있다 온 거면...아, 뭔가 부럽고 무언가 아쉽다.

라고 이야기를 덧붙이면서도 나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니? 라고.

내가 전달하는 게 아니라 나를 관통해 전달되는 것이니 무엇이든 어떻게든 어디서든 할 수 있음에 대해 자족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무려 네 곡이나 그것도 아무런 반주 없이 연주 해 준 Violinist에게 말했다.

"당신은 이미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 그런 태도가 당신을 더욱 훌륭하게 보이게 하죠. 그러한 것들로 인해 당신은 정말 크게 성장할 거에요. 내가 알아보았다는 것, 잊지 마세요. 영혼이 살아있는 연주를 절대로 놓으면 안되요."




여기, 영혼이 살아 있는 노래를 부르는 한 남자가 있다.


작가의 이전글 사실 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