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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elsilvere Nov 24. 2015

피카소, 피카소?

창조를 위해  희생된 여인들 이야기  


사랑에 있어 헌신적으로 온 몸을 바치는 경우는 드물다. 요즘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반면, 사랑이 전부인 사람들도 있다. 사랑으로 인해 살아가고 살아가며 사랑하는 것이 최선인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사랑에 빠지면 사랑에 빠진 내 모습에 허우적 거리며 허둥대기도 하고

꽉 움켜쥐며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사랑이라는 녀석의 허무함을

몸으로 느끼며 새로운 창조의 영역에 들어가기도 한다.

_실제로 이별의 감정을 희안하게 사랑하는 나는 그 괴로움, 고통을 창조적 행위로 변모시키며

대단한 글과 곡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콘텐트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내겐 하루에도 몇 가지의 이슈가 쏟아지기 마련이다 .

이번에는 피카소다.

스페인에 가서 프라도 뮤지엄에 들리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을 만큼

피카소는 내게 그저그런 유명한 사람의 범주에 속하는 아티스트였고 하나의 장르였을 뿐이었다.

마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치면서도 베토벤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내게 일처럼 쏟아진 피카소는 그림 뿐 아니라 사랑 이야기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무엇이었고

무형의 것으로 시간을 소모하고 싶지 않을 뿐더러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할 충분한 여유가 필요했기에

나른한 오후녘, 피카소 할아버지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어 볼까 한다.


그를 떠올리면 입체파 _Cubism에 관한 이미지만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입체적인 그림, 사상과 이미지가 묘하게 뒤섞인 입체적인 그림을 창조해 내기 전 그는 무수히 많은

실험과 연습에 돌입했다.

당연히 처음 나오는 단어는 "청색시대" 이다.

청색시대, 말만 들어도 Blue한 어두움과 차가움이 공존하느 느낌적 느낌의 그림들.



          Mother and Child 1902, "엄마와 소년"                                                             La vie 1903, "인생"



가장 친한 친구의 자살에 영향을 받아 멜랑콜리의 세계로 들어선 젊은 청년, 혈기 왕성한 청년 피카소는 이렇게

어둡지만 깊은 바다와도 같은 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스스로 거부했던 아버지와의 관계, 아버지를 인정하는 것을 부정이라도 하듯

엄마와 아들, 모성에 관한 그림을 쏟아 내기 시작한다.


치유를 위한 예술적 행위, 캔버스위에 스스로의 컴플렉스를 뱉어 냄으로서 치유 받는 형태의 행위

실연의 아픔을 캔버스위에 침 뱉듯 뱉어 버리며 스스로 위안을 얻는 행위.

눈으로 보는 실물을 그림으로 옮기던 시대에 살던 그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한 여인에 대한 사랑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유부녀였던 올리비에와의 사랑, 스캔들 속에서 피어나던 그의 새로운 화풍은 이런 식으로 표현된다.


Garçon à la pipe, (Boy with a Pipe), 1905  "파이프를 든 소년"


청색을 입고 있는 소년이 앉아 있지만 그의 뒤로는 꽃이 보이고 미심쩍은 표정이지만

웃기 직전의 심란한, 사랑에 빠진 상태인 것 같은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스물이 넘고 처음으로 사랑에 빠져 한 여인의 품에 안겨 지내던 피카소 본인의 모습을

그려낸 것처럼 보여지고 미술사조는 이 그림을 보며 "장미빛 시대" 라고 명명했다.

19세기, 눈으로 보는 것을 회화적인 요소로 있는 그대로 그려내던 시기를 지나

카메라의 발명과 과학의 발명으로 인해 20세기를 살아내던 예술가들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을 그리는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그의 입체주의적 그림, Cubism은 이러한 시대의 발상에 착안해 완성된

면밀한 관찰 뒤에 결론 내려진 작업이었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있었고 이미 무엇을 해야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사랑하는 여자들의 마음을 얻는 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아비뇽의 처녀들은 너무 뻔해서 넘어가기로 한다. 라고 썼지만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More detailsLes Demoiselles d'Avignon 1907, "아비뇽의 처녀들"
Diego Velazquez, Rokeby Venus, 1651 "벨라스케스, 로케비 비너스"

당시 누드화가 이런 화풍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피카소가 그린 누드화는 파격, 그 자체였다.

많은 예술가와 모델들과의 염문설에 휘말리고 작업실의 사교의 장으로 이용했던 피카소는

새로운 작업 _아비뇽의 처녀들을 내놓기 위해 몇 달간 아틀리에 문을 닫고

오직 그림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미묘한 그림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당시, 초현실주의 작가 앙드레 브로통과의 교류, 전시를 통해 그의 화풍에 "초현실, 입체주의" 라는

키워드를 명명하게 되었고 그는 시대의 흐름을 유연하게 받아 들이며 문인들과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나누게 된다. 무엇보다 새롭게 등장한 그녀로 인해 그의 그림은 또 바뀌게 된다.

Le Rêve 1932 "꿈"


1930년도에 들어서면서 그의 그림은 더욱 복잡해지고 더욱 선명해지고 더욱 희안해진다.

이 그림 역시, "꿈" 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데

손가락이 있는 위치와 그녀의 몽롱한 표정, 그녀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꿈꾸는 듯한 모습은

당시, 피카소가 추구했던 젊은 여성의 몸에 대한 사랑.

46살 처음 만났던 17세 소녀, 마리 테레즈에 대한

꿈 꾸는 듯한 사랑이었다.

그렇게 사랑했던 그녀를 버리고 그는 사진 작가, 도라 마르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 아니 뭐, 소유.


관능적인 다른 여성들과는 달리 도라 마르는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라는 직업에 걸맞게 지적이고

사실적인 그래서 피카소에게 현실적인 화풍을 선사한 유일한 존재가 된다.

하지만 피카소는 그녀에게 헌신하지 않았고 그녀는 매일 사랑을 갈구하고 피카소에 목말라하는

매일의 삶이 울음인 여자가 되어 버린다.

도라 마르만이 그에게 전부가 아니었고 항상 그를 바라보는 마리 테레즈가 있었기에 그녀의 울음은

더욱 깊어진다. 그리고 상반된 둘의 모습은 고스란히 그의 그림에 얹혀진다.


        Weeping Woman 1937, "우는 여인" 연작

                                             



울고 있는 도라 마르는 이렇게 낙서처럼 그의 연작의 모티브가 된다.

사랑을 받지 못해 매일 울고 있는 지적인 여인이라...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말이 되기에 그가 죽은 뒤에도 그녀들은 그를 추모하지 않았을까?



Blue에서  Rose로 그리고 다시 강렬한 원색으로의 회귀,

그리고 복제에 가까운 새로운 화풍에의 창작으로 이어진다.

피카소는 공식적으로 7명의 여성과 연애, 사랑을 했고

2명의 여성과 결혼을 했으며

92살까지 삶을 이어갔다.

그가 죽자 그가 만났던 수많은 여인들과 후손들은 비극적인 최후

함께 맞이했다고 한다.

마리 테레즈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다른 여인, 자클린 역시 스스로 권총 자살을 했다.

 

Picasso at Work



 사랑, 그 흔한말을 전 생애에 걸쳐 5만점에 달하는 작품으로 풀어낸 그의 작품 세계는

여전히 묘하고 야릇한 감각이 남아 있어

글을 쓰는 내내 무언가에 취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를 만나고 깊은 관계를 맺으며

함께 성장하고 서로 미워하고 사랑하며

시간을 보내고 시절과 세월을 보내는 건 정말 매력적인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기 보단

나 스스로 영감을 떠올릴 수 있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내 어머니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네가 군인이 된다면
너는 장군이 될 것이고,
네가 수도사가 된다면
너는 교황이 되겠지.”

대신에 나는 화가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피카소가 되었다.

-Pablo Picass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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