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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elsilvere Dec 03. 2015

석창우 , 그의 발걸음.

예술가의 삶


어느 날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니 난 두 팔이 없는 병신이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실제로 석창우 화백의 삶에는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

전기 기술자였던 그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남자였고 어린 두 남매와

사랑스러운 아내를 품고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고압전류 사고를 당했고 의식에서 깨어나자 두 팔이 절단된 본인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어 고통스러운 나머지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고백한다.

어린 아들은 아빠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그리고 아들의 눈에는 아빠의 두 팔이 있든 없든

같은 아빠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 한다. "아빠, 그림 그려 주세요."

두 팔이 없는 아비에게 그림을 그려 달라 말하는 불효자 라 하기 이전에 그 아이는 말 그대로

멋모르는 아이였을 뿐,

팔이 있어야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 중요히 여기지 않던 아이였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의수에 펜을 끼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입문 전 그린 까치와 독수리



일반인이 그려도 이만큼 그리지 못할터인데 그는 이렇게 그림을 그려낸다.

의수에 꾸역꾸역 끼워넣은

펜을 손가락처럼 사용하며 이렇게 정교한 그림을 그렸다.

어린 아들에게 해준 것 하나 없는 아비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이러한 그림을 그려내는 그를 보며

와이프는 그림을 그려 볼 생각이 없냐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한다.

가까운 미술학원에 찾아가지만 손,팔, 손가락이 없는 사람이 무슨 그림이냐며 쫓겨나기 일쑤.

일반 사람이라면 포기할 법도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다양한 색을 이용한 그림을 그리기 보단 한 가지 색을 사용해 시작할 수 있는 서예학원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스승으로 인해 그는 한 달만 서예를 배워 보기로 한다.

한 달이 지나자 그는 제자로 받아 들여졌고 그는 서예를 글씨로 써내려가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양세와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게 된다 .

우연히 눈에 띈 동양 누드화를 본인의 작업에 접목시키면서 인간 몸의 본질, 움직임의 시초를

그려내는 방법을 알게 되고 10년에 걸친 작업 끝에 그만의 화풍 "수묵 크로키" 를 만들어 낸다.


김연아 선수의 트리플 악셀


정적인 서예를 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해 내는 도구로 이용하고 두 팔이 없는 장애를 두 팔을 잃는 대신 더 견고한 붓을 얻었다고 표현하는 그의 인터뷰 내용은 하나같이 "장애를 극복한 예술가" 로 표현되어 있다.


장애를 극복한 예술가. 장애를 딛고 일어선 화백. 장애 앞에 좌절하지 않은 아티스트.

맞다, 그는 장애를 극복한 한국의 훌륭한 화백이자 예술가이다. 하지만 그를 인터뷰 하고 그것을 복사해서 쓰는 기자들에게 장애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은 어떻게 받아 들여질 지 살짝 궁금하다.

왜냐하면 육체적 장애만이 장애가 아니라 정신적, 영적, 심적 장애 역시 장애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보여지는 것에 의해 좌우 되는 경우가 많고 고정관념과 만들어진 환경으로 인해 한 사람을 볼 때 객관적 평가가 아니라 주관적 재단을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석창우" 라는 키워드로 대중들에게 전달하며 느낀 건 이것 하나이다.

그가 주는 영감과 힘, 역동적 퍼포먼스는 충분히 감동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에게 내재되어 있는 힘의 원천과

그를 일으킨 아니, 일어날 수 밖에 없게 만든 동기는 분명 사랑, 가족, 자신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자기개발서 주인공들은 끊임 없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열심히 해라. 좋은 날이 온다. 긍정적인 생각을 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해라. 등등의 것들 -

그들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겨지기 위해서는 마냥 긍정적인,

할 수 있다는 생각 이전에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과 할 수 있을 거라는 사랑, 믿음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곳에 머물기 위해 매 순간을 스스로 제어하며 스스로 재단하며 산다.

그리고 내게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그리 바쁘게 열심히 해야 해? 할 수 있는 것 만큼만 해. 그것도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잖아.

네가 가진 그릇에 대해 잘 알게 된다면 아둥바둥 살 필요 없을거야.

그릇의 크기를 알지 못하니 많은 것을 담으려 하고 넘쳐 흘러 주변에 악취를 풍기지.

그저, 네 본분에 충실한 삶을 살아. 그래야 네가 너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라고.


석창우 화백은 본인의 업에 충실했다.

아들을 위한 그림이 그림이 아니라 서예가 되었고 서예가 서예가 아니라

크로키, 수묵 크로키가 된 것처럼 지나고 나니 본인만의 발걸음이 새겨진 것 뿐인데

세상은 그것을 떠들썩 하게 떠든다. 왜?


그래야만 하니깐.

2014년 소치 장애인 올림픽 폐막시, 석창우 화백 퍼포먼스




세상이 무엇이든 하지 못하게 한다면 해야 한다.

그리고 하지 못할 것이다.

라고 말하는 가장 강력한 적은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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