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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elsilvere Jan 27. 2016

레베카, 레베카?

Musical Rebecca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가족도 없고 돈도 없는 거지다. 

거지같은 인생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 주는 건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공감하기" 능력이다. 

그래서 그녀는 직업을 얻었다. 졸부이자 처녀인 여성의 이야기 동무가 되어주면 

한 달에 일정량의 돈을 받는 것. 종같이 부리지만 그래도 그 돈이 없으면 그녀는 살 방법이 없다. 

그녀는 그녀와 함께 여행을 다닌다. 그러던 중 사별한 뒤 슬픔을 간직한 것 같은 한 남자와 마주친다. 

그리고 그와 그녀는 사랑에 빠진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사랑스럽게 느껴져. 왠지 모르게 나와 닮은 것 같아." 

라며 흰 수트를 입은 부잣집 도련님은 그녀에게 청혼한다. 

그리고 영국 근교에 위치한 본인 집으로 그녀를 데리고 간다. 말 그대로 취집이다. 

_실제로 뮤지컬을 보는 내내 나는 친구에게 "뭐야? 취집이잖아!" 라고 중얼거렸다.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는 그의 부인이 되면서 급 신분상승을 하게 된 그녀는 

그의 전 부인의 흔적을 집안 곳곳에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여전히 죽은 그녀, 레베카를 

살아있는 듯 모시는 몸종, 시종, 보모인 차지연을 만난다. (극 중에서의 이름은 덴버스 부인이지만 

내가 본 레베카의 덴버스는 차지연, 그녀 자체였다.) 

그녀의 심술을 알아 차리지도 못하며 남자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백치미를 폴폴 뿌리며 돌아다니는 

그녀는 바닷가를 산책하던 중 뜻밖의 사실과 마주한다. 

레베카는 멋지고 우아한 지적인 여성일 뿐 아니라 

모든 남자들을 홀리던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괴로워 한다. 그리고 

취집을 하게끔 만들어 준 남편이자 고용인에게 충성을 다하겠노라 다짐한다. 

(뭐, 말로는 그를 더욱 사랑할거야! 이런 대사였지만 내 눈엔...) 


뜻밖의 흐름이 지속된다. 

그는 레베카, 즉 전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리고 법정에 서게 된다. 

이 일로 인해 백치미 잔뜩 흐르던 주인공은 그녀는 갑자기 똑똑한 안주인으로 변신한다. 

남편이 말을 더듬자 갑자기 쓰러지는 연기를 하며 선고를 미루고 

레베카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홀로 런던에 가서 조사를 하기에 이르기까지 하는데

결국, 레베카는 암이었고 자살을 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이라 결론 지어지며 

덴버스 부인이 불을 지르며 극은 끝이 난다. 




보는 내내 혼란의 연속이었다. 

왜, 이걸, 굳이, 반드시, 뮤지컬로, 만들어야만 했으며 캐스팅은 

왜, 저렇게, 호흡이, 짧은, 겉만 수려한, 사람들로 채워야 했고 

반전이 중요한 극에서 반전보다 중요해 보이는 등장 인물들의 화려함이 

돋보여야만 하는 이유는 뭐였을까? 를 생각했다. 

좌우를 둘러봤다. 

내 또래의 여성들이 가득했다. 

그녀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너무 즐거워하고 행복해 했다.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속에서 난 차지연의 아리아(?) 

순간을 제외한 나머지 순간에는 

마가 뜨는 것 같은 공백을 느끼며 너무 괴로워했다. 

대체, 무엇이 뮤지컬을 보러 오게끔 만드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무슨 의도로 이런 뮤지컬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지 

알 수가 없더라. 

그래, 내가 까다롭고 심미안이 좀 남다른 건 알겠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도 호흡이 불안정하고 

목소리가 떨릴만큼 노래 부르는 것이 힘든 배우들에게 

굳이 주연자리를 허락하고 그들을 자뻑에 빠지게 만드는 이유가 뭘까? 

_그날의 캐스팅은 조용히 함구하도록 하겠다. 



차라리 오페라가 낫다. 

는 말을 할 수 있는 지금이 다행인건지 아님, 

우리나라 사람들의 취향을 아우르는 그 무엇이 너무나 부족한 것인지 아님

누군가가 그 극으로 인해 행복할 수 있다면 그런 

비생산적인 극이 끝도 없이 무대에 올려지는 게 

대중을 위해선 좋은 일인건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겐 

불편한 세 시간이었음이 확실했다. 그리고 

차지연의 노래가 너무 적어서 아쉬웠다. 

그녀는 존재만으로도 무대를 장악하는데 

더 좋은 넘버와 더 좋은 역으로 만날 수 있길 

_예전 서편제에서처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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