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그러므로 반갑고.

by Juelsilvere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계단 사이 좁은 복도를 걷던 내가 생각난다

변한다

항상 변하고 매일 변하고 계속 변한다

나도 변하는데

남이라고 어찌 머물러 있으라 말할 수 있는가


나 역시도 걸음도 생각도 발걸음의 폭도 달라지는데 그리고

가늠할 수 없게 변하는데 어찌

남에게 나와 같이 있으라

내 옆에 있으라 변함없이 함께 하라

강요할 수 있는가


변해가는 시간 속에 내가 변하고

달라지는 삶 속에 우리가 갇힌다

둘 중 하나는 갇힌 채로 발버둥 치다

얇은 비닐막을 찢어내고 탈출하고

혼자 남은 하나는

어리둥절 한 채로 혼자만의 공간을 살피다

다시 혼자인 원래의 모습대로

묵묵히 비닐을 걷어내고

걸어 나온다


그게 사랑이다.



구사마 야요이, 싹이 돋아나다



브런치를 내버려 둔 채 몇 주의 시간이 흘렀다.

제주에 두 번 다녀왔고

부산에서 6주간 살았으며

하루는 바쁘게

하루는 느리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산 일정을 끝내고

홀로 찾은 제주는


낯섦

과거

미래

현재

순수

미정

미련

연민


따위의 감정으로 가득 차 있기도 했고

한편으론

시원함과

섭섭함을

동시에 안고 있어


때론

차갑고

뜨겁기도

했다.



일 년만에 찾은

B 뮤지엄은

그때도 그리했듯

서늘했고 우수했지만

여기저기 홀로 다니며

내 눈에 들어온 그림들은

알게 모르게 낯설고

수줍어 보였다.


그중,

구사마 야오이, 여인


이 그림은 그림 속 등장하는 여인이 몇 명이나 될까 세어보고 싶을 만큼

신기한 자태를 뿜어내고 있었다.

코도 입고 속눈썹도 피부도 다 제각각인

얇고 굵은 펜 몇 개를 사용해 쭉쭉 그려냈을 것 같은

그녀의 작품



피카소, Mother and Child


피카소 드로잉을 갖고 있으면 사업이 번창한다던가?

일그러진 얼굴의 주인공을 자주 접한 내 눈에 들어온

피카소의 이 그림은

선이 분명하면서 굴곡 있었으며

단조롭지만 싫증 나지 않는 우아함이 스며있다.


David nash, Two cork oaks


결은 같지만

뻗어 나가는 방향은 다른

나뭇잎은 떨어졌고

겨울의 바람을 이겨내야 할

사사로운 운명을 머금고 있는 듯한

데이비드 내쉬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물론, 이브 클랭의 블루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곳에서의 감상은 끝이 났다.


감상적 감상을 위해 그곳을 다시 들른 건 아니었지만

왠지 모를 희열과

왠지 모를 서글픔의 조화가

볕이 들지 않는

꿉꿉한 냄새나는 전시 공간 구석 벽처럼

눅눅했고 텁텁했지만

나는 씩 웃으며 걸어 나올 수 있었다.


다시금

새롭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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