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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elsilvere Oct 12. 2015

나무숲

무엇을 향해 달리는가?

The Lost Jockey_Rene Magritte, 1948.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숲 길을 홀로 질주하는 한 남자.

그의 말은 무릎 연골이 다 닳아 없어 질만큼 평생을 달리기만 했다.

그 역시 마찬가지다.

항상 사냥을 했고 항상 달렸고 항상 말과 함께 했다.

말을 여물과 물, 당근을 즐겼고

남자는 여자를 즐겼다.

수명이 다 해버린 물건처럼 어느순간 말은 죽음을 맞이했고

남자 역시, 말이 없어 걷다 보니 연골이 닳은 노인이 되어 죽음을 앞두고 있다.

"동물과 사람"

둘은 다른 개체이다. 하지만, 같다. 생명이라는 그리고 호흡이라는 것을 아무런 대가없이 누군가로부터 받았다.

남자는 무언가를 위해 "항상" 달렸고

말도 무언가을 위해 "항상" 달렸다.

하지만 둘의 삶에서 가장 격정적인 순간은

그저 달리고 그저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둘은 왜, 달렸고 왜, 함께 였던걸까?


건조한 사무실에 11시간 가까이 앉아"만" 있다 나오는 길은 어두웠다.

가을에 어울리지 않게 공기는 너무 차가웠고 걷는 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구름위를 흐느적 거리며 기어가는 기분이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자 겨우, 살아있는 기분이었다.

먼지가 쌓인 형광등 밑에서

나라면 절대 살 것 같지 않은 의자에 앉아

꿈뻑거리며 모니터 속 글씨를 본다.

생각을 하려면 고개를 잠시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다리를 펴려면 잠시 차를 한 잔 가지고 온다.

누구나 반복하는 이 일이 내겐,

무엇을 위해 달려야 하는 지 모르는

누구을 위해 달려야 하는 지 모르겠는

일이 되어 버릴까 잠시 두려운 순간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곳에 존재하고

지금 역시, 내일 아침 여섯시를 위해

침대 한 켠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숲 밑에 홀로 남아

누구를 위해 달리다 만 것인지 알기 보단

지금의 나와 지금의 나의 말을 위해

달려가면 계절과 시절의 변화에 따라 달려가는 목적이 달라질 것이라는 걸, 잘 안다.


#르네마그리트 #Renamagritte #나무숲 #누구을위해종을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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