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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elsilvere Oct 28. 2015

Can art change the world?

#1. Artist


세상은 변화한다. 끊임없이 자전하는 지구처럼 세상 속 사람들의 생각 역시 변화해 간다.

강의, 콘텐츠, 프로그램, 이야기, 예술 그리고 나를 준비하는 시간 속에서 나 역시

끊임없이 변해간다.

세월을 놓치는 와중에도 아무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 무작정 잡으려 한다.

우연히 손에 쥔 것들로 인해 기회를 얻기도 하고 때론,

그 기회로 인해 더 진취적인 나를 만나기도 한다.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아니,

예술이 뭘까? 아니,

변화를 시켜야만 하는 걸까? 아니,

변화가 뭔대?

요즘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질문을 혼자 되뇌곤 한다.

결론이 없는 질문도 있고 질문을 하면서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경우도 생긴다.


The 48 principles of success by the world’s leading entrepreneurs

이 책을 읽으면서 금요일 바이올린 솔리스트와 함께 이어갈 특별한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나는 예술가인가?

감성이 풍부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예술가라 칭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고이 접어 두고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에 대해 정의 내려볼까 한다.

한 명의 첼리스트에게 연주를 부탁했다. 아주 짧은 연주였고 첼리스트라면 기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권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MR이 없으면 연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왜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음 악기는 홀로 연주하면 이상해요. 음역이 낮아서..."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첼로를 연주하던 작은 꼬마였던 나는

그의 변명 아닌 변명을 들으면서 뭐, 연주자는 당연히 그럴 수 있겠지. 라며 그에게 말했다.

"미리 준비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잘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는 MR을 준비해 왔고 준비한 MR을 들으며 연습을 하기나 한건지 끝도 없이 틀린 연주를 이어갔다.

비전공자가 들어도 그의 연주는 어색했고 힘들어 보였으며 미완성에 가까운 연주였다. 뭐,


한 명의 Violinist에게 연주를 부탁했다. 이번에는 Theme를 확장시키는 곡이 필요했기에

Fugue나 Variation을 부탁했다. 예산이 작아서 이번에도 솔리스트를 불러야 했기에 String Quartet을

섭외하지 못함에 아쉬워 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괜찮겠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이죠. 전 괜찮아요. 근데, 제가 뭘 해야하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음..이번 Art Concert는 동기부여가 이슈라서 아무래도 동기가 발전되는 것, 그걸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유학에서의 에피소드나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을때의 느낌, 테마를 발전해 연주를 확장하는 것에 대해 조금만 설명을 덧붙이면 재밌을 것 같은데 어때요?"

하루가 지난 뒤 그에게 메시지가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 못할 것 같아요."

"왜요?"

"제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너무 장황하게 말한 것 같아요. 그냥 연주만 하세요. 이야기는 절대로 시키지 않을게요."

그에게 연주할 푸가나 프렐류드 혹은 변주곡에 대한 리스트업을 부탁했고

몇 분 지나지도 않아 그는 너무나 완벽한 프로그램을 내게 보내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연주만 하는 거라면 뭐든 어디서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악보 필요하세요?"

"악보요? 왜요?"

"저는 암보로 할거라서요. 만약, 필요하시면 보내 드리려고요."


요즘 학교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연주자와 더욱 다양한 예술가들을 보고 만나고 듣는다.

어떤 영혼은 살아있고 어떤 영혼은 머물러 있으며 어떤 영혼은 영혼이 무엇인지도 모를 만큼

혼만 살아 숨쉬는 연주를 하곤 한다.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한국의 모 대학에서 조교수를 하고 있다는 한 플루티스트는

날 보자마자 보면대를 찾아 헤매고 보면대가 없다는 사실에 속상해 하며 노래방에서도

틀 것 같지 않은 MR을 틀어놓고 멋들어지게 연주를 한다. 그의 연주는 사망한 지 오래다.

지금 당장 대로변에 서서 버스킹을 하게 되더라도 자족하면서 연주할 수 있는 그런 Mind-set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테크닉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이미, 예술가라는 그 생각만으로

이미 그 사람은 충분히 예술가이고 충분히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인가로 인해

웃던 사람은 울게 되고 울던 사람은 웃게 되며 웃음과 울음이 공존하는 세상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The event of a thread, Ann Hamlton / 실의 향연, 앤 헤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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