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아이
눈의 눈물이 뜨겁다는 것을 알려준 그림책.
어릴 때 눈사람을 만들 때마다 날이 따스해지면 흙투성이가 되어 미워지던 눈사람. <눈아이>는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 뿐만 아니라 내가 걸어온 길까지 들여다보다 문득 눈물이 나게 한다.
아이와 함께 읽다 잃어버린 내 유년이 떠올라 뭉클했다. 눈사람에게 팔다리와 눈, 입, 귀를 만들어주니 눈사람은 나만의 친구, 눈 아이가 되었다. 눈사람이 아니라 눈 아이라는 이름을 얻고 친구가 된 것이다. 눈사람이 아니라 아직 세상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서부터가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이라 생각했다.
작가는 연필의 색감으로 겨울을 그리고 눈에 쌓인 눈의 풍경, 따스한 봄, 붉은 단풍까지 색연필로 오래오래 그려냈다.
눈의 차가운 촉감과 둥글둥글 눈사람이 되어 안았을 때의 포근함이 함께한다. 함께 눈빵을 만들어 나누어 먹고 함께 썰매를 타고 함께 산을 오르며 서로에게 기댄다. 눈이 더러워지고 작아지고 사라져도 '우리는 친구야?'라고 눈 아이가 묻는다. 나는 과연 어떤 위기가 있어도 친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해본다.
어디 있냐라고 물어봤을 때, 나 여기라고 해줄 사람. 있는가?
손을 잡는다는 게 따스하다는 걸 그림으로 표현해주고 나 자신도 보지 못한 것을 친구를 통해 보고 듣는다. 그리고 성장한다. 아무런 편견없이 기대없이 이어지는 관계는 신기루 같은 것. 그럼에도 존재한다.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닌 내가 먼저 사랑이 가득한 사람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너 어디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