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와 99마리 양
<티모시와 99마리 양>은 ‘나는 누구일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뭘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양들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이다. 요크셔의 순진한 양 티모시는 어느 날 양털이 거칠어지는데, 이를 발견한 주인 조지 아저씨가 즉시 자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라고 조언을 한다. 양털이 나빠졌다는 것은 양이 양답지 못하다는 것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주인의 말에 따라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 원치 않은 여행을 떠난 티모시와 99마리 양들은 처음 하는 외국 여행에서 여러 일들을 겪게 된다.
"몇 달 만에 자기 침대에 누운 티모시는 자신의 털이 정확히 언제부터 좋아지기 시작했는지를 곰곰이 되짚어 보았어요. 버스에서 처음 자신을 찾았다고 생각했던 때였을까, 아니면 삶은 달걀 박물관에서 두 번째로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일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어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세계 일주를 하다가 그 사실을 잊어버린 다른 티모시들처럼, 자신이 언제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했어요.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는 게 그렇게 중요할까,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물론 티모시처럼 순진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 요크셔의 양에게는 너무 복잡한 문제였어요. 사실 대답을 찾기도 전에 잠이 들어버렸지요. "
<티모시의 99마리 양> 중
우리는 남들처럼 살아야 평안함과 안도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남들이 하면 나도 해야 하는, 남들이 가진 만큼 나도 함께 누려야만 행복을 느낀다. 쓸쓸하게도 말이다.
티모시는 숱하게 떠나고 다시 돌아왔다. 나 역시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낡은 집 오래된 내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왜 그 멀리까지 가서 더 외로워지고 더 울다 왔을까. 답은 하나였다. 살기 위해서였다. 더 외로워져야 사람들을 찾고 더 울어야 웃을 일도 생긴다.
크로아티아의 오래된 무덤 앞에서 서른 살에 세상을 떠난 어느 청년의 무덤을 만났다. 무덤 앞에 사랑하는 나의 아들에게라고 쓰여진 엄마의 글귀를 보다 한참을 울다가 돌아오던 길, 바다가 넘 푸르러 눈 시도록 바라보았다.
모국어가 아닌 말들 속을 헤메다 호텔로 들어왔다. 어디든 이곳만 아니면 된다고 되뇌이다 불쑥 떠나보면 안다. 떠나온 곳을 떠올려야만 내가 살아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 모두 누군가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 사람을 그리워했다는 걸 깨닫고 어디론가 떠나고 나서야 돌아올 힘을 얻는다. 새로운 털을 얻고 오래된 자신의 침대에서 곤히 자던 티모시의 99마리 양처럼 말이다.
떠나라. 그리고 다시 돌아오라.
어차피 인생은 독고다이. 혼자 떠나고 돌아와야만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