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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라이닝 May 25. 2024

나에게 말 걸기

마음이 늘 바쁘다. 아이는 하루하루 자라고 곁에서 챙겨야 것이 많다. 혼자 줄 있도록독립할 있게 도와주는 부모의 일이라는데, 꾸물대는 아이를 보고 욕실 앞에서, 현관문 앞에서 결국 큰소리를 내고 만다

"얼른 얼른, 지각이야." 


날마다 바빠서 힘든 건지, 일이 잘 안 되서 힘든 건지 모를 날들이다. 그럼에도 집이 아닌 공간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다. 어딘가에 내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 


점심시간, 혼자 끼니를 채우러 골목골목을 기웃댄다. 혼자 일한다는 건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 누군가와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사람을 좋아하지만 혼자 있는 게 좋다. 

팀장은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사람이다.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회의 일정을 잡고 매출보고서, 주간계획서를 쓰려면 부서, 우리 팀원들을 오가며 말하고 말했다. 순간 쫓고 쫓기는 가운데 정작 나는 없었다. 회사뿐만 아니라 아이와 남편, 가족들을 일상을 묻고 공감하고 다독여주었다. 타인에게는 가족에게는 끊임없이 묻고 묻는다. 정작 나에게는 나의 안부를 묻지 않았음을 글쓰기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글쓰기는 남이 아닌 나에게 말을 거는 일이다. 

뭉크, 거울 보는 여인(1892)


미국 일리노이대 심리학과 연구진 역시 '나에게 말 걸기'에 주목했다. 다른 사람이 말해주듯 자신에게 말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제 그만 털어버려”, “조금만 더 버텨보자”, “넌 할 수 있어”처럼, 타인으로부터 격려와 지지를 받는 느낌이 들면 훨씬 도움이 되는 것이다. 

자제력이 필요할 때는 “지금은 좀 참어”, “더 먹으면 안 돼”, “화내지 마”처럼 단호하게 말해야 효과가 크단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생각에 영향을 주어 감정을 조절하며, 행동까지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오늘 나에게 거울을 보며 말을 건다. "두려워하지 마" 


사람이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순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불안해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내 안의 불안과 두려움, 내 안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목소리를 찾는 게 글쓰기가 아닐까. 


나를 더 깊이 안다는 건 행복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내 안의 불안과 두려움을 읽는 것은 행복하지만은 않은 일이다. 나의 무능을 인정하는 것, 귀도 얇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약한 존재라는 걸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의 무기력, 실적의 압박, 불화 앞에서 도망만 쳤다. 내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결정을 미루거나 도망치느라 이유 없이 바빴다. 


나만의 오늘을 살기 위해 하루 한 번 글을 쓰고, 질문을 던지기로 한 지 3일째다. 거울을 보며 나에게 말을 건다.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돼. 애쓰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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