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이 두려운 아빠, 열 살이 신나는 딸. 23
코로나 시국에 맞은 2학년의 겨울방학은 어쩐지 침울했다. 어디 놀러 가기도 께름칙했고, 친구네 집에 놀러 가는 것도 망설여졌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늘었다. 어느 날, 이런 시를 써 왔다. 읽을수록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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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다른 시 하나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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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를 쓰는데 재미를 붙이더니 이어서 엄마에 대한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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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인을 꿈꿨다. 랭보처럼 멋진 시를 젊을 때 다 쏟아 놓고, 일찍 죽으리라 다짐했었다. 십 대 시절부터 습작 노트가 쌓여 갔고 수많은 이사 속에서도 그 노트들을 품고 다녔다. 신춘문예에 투고한 적도 있었다. “그래, 언젠간 시인이 되리라.” 다짐하고 다짐하며 산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시만 쓰며 살기엔 나라는 인간 자체가 그렇게 순수하지 않음을 깨달은 뒤로는 그 꿈을 접었다. 카피라이터가 되고부터는 순수 문학의 길과는 영영 이별이라는 판단도 섰다. 아마 그즈음, 그 습작들을 다 버리지 않았을까?
아이가 글을 쓰는 직업을 갖겠다고 했을 때, 전혀 반갑지 않았다. 김은희 작가나 정유영 작가처럼 유명해질 수 있다면야 그 길을 마다하지 않겠다만, 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고, 설령 그리된다 해도 그 일상이 녹록지 않음을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듣다 보니 그 길을 애초에 막고 싶었다. 물론 자기 자신이 그런 재능이 있는지 주제 파악을 하는 시기가 오면 알아서 다른 길을 갈 테지만 말이다. 게다가 아이의 꿈은 아침저녁으로 다르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지금은 꿈이 한 열몇 개쯤 되지 않을까?
엄마처럼 살았으면 한다. 안정된 직장의 적당한 위치에서 성실히 일하는 직장인, 아홉 시까지 출근해서 여섯 시에 퇴근하는 직장인, 승진도 하고, 스카우트도 당해보는 그런 직장인이 됐으면 한다. 그렇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무난하고 무탈하게 사는 것이 세상 어떤 삶보다 쉽지 않은 요즘, 그렇게 살아주길 바란다. 이 또한 내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