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와 타바타, 소녀의 운동

쉰이 두려운 아빠, 열 살이 신나는 딸. 35

by 최영훈

농구 연습이 끝나면 코트에서 집까지 15분을 걸어가야 한다. 딸은 출발부터 투덜거린다.

"걸어가는 게 힘들어."

"그렇지? 그런데 운동하고 갑자기 쉬면 다쳐. 이렇게 쿨다운 시간이 있는 게 좋아."하고 달랬다.

그날, 농구하고 오는 길, 문화회관 뜰에 별목련이 한창이었다.


스스로 알아가는 운동의 즐거움

코로나 시국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 스스로 운동을 하도록 했다. 가르쳐준 타바타 같은 맨몸 운동을 특히 열심히 했다. 하고 나선 종종 자랑을 하곤 했다. 자랑을 하던 어느 날 이런 대화를 했다.

"아빠 오늘 나 집에서 타바타 했어."

"그래? 몇 세트?"

"다섯 번(5라운드) 하는 거 두 번(2 사이클)."

"잘했어. 딸. 드라마 대사 중에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부터 길러라, 뭐 이런 말이 있어."

"응, 들어본 거 같아."

"미생의 대사야. 네 꿈이 클수록 더 열심히 운동해야 돼.

뭘 하든 체력이 먼저야. 다이어트 따위 때문에 운동하지 말고. 알았지?"

"응."

"그리고... 운동하면 뭐가 좋은 지 알아?"

"건강해지는 거?"

"그렇지. 그리고 머리가 좋아져. 개운해지고, 좋은 생각도 잘 나고. 그리고 새 옷을 살 필요도 없어."

"아..."

"공부 잘하고 싶으면 최소한 일주일에 세 번. 할 때마다 한 시간 이상은 운동해."


작년 초, 학교를 못 가면서 음악 줄넘기도 못하게 된 딸에게 타바타를 가르쳤다. 보통 45초 운동 10초 휴식을 한 라운드로 여섯 라운드, 두 세트 정도가 적당하다. 세 세트 정도 하면 30분가량 걸린다. 앱을 깔아주고 숨넘어가는 동작 예닐곱 개를 가르쳤다. 가끔 지가 살이 찐 거 같다 느낄 때마다 스스로 운동을 하는 듯하다. 살 빼라고 운동하는 게 아니라 한번뿐인 인생 폼 나게 집중하며 살기 위해서 운동하는 거라고 말해주고 있다.


농구의 매력에 빠지다.

그다음 주 일요일에도 농구 연습을 하러 갔다. 열 시 반쯤 농구 코트에 들어섰다. 준비운동을 시킨 뒤 농구공으로 몸 풀기, 바운드 패스, 체스트 패스를 연습하고 잠시 쉰 뒤 제자리 드리블을 왼손 오른손 바꿔서 몇 세트 한 뒤 또 잠시 쉬었다. 이어서 움직이는 사람에게 패스, 무빙 드리블을 연습한 뒤 쉬고 슈팅 연습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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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자리에서 공 없이 시뮬레이션 점프를 몇 세트 시켰다. 그다음 림 밑으로 이동해서, 45도 정도 각도, 림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서 슛을 하게 했다. 딸은 계속 슛을 시도했다. 이렇게 하다가는 내일 아침에 겨드랑이, 팔꿈치, 손목이 아플 것 같아 좀 쉬었다 하라고 했지만 벌건 얼굴로 끝까지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드디어 서서히 링에 맞기 시작했다. 공이 부웅~ 떠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열몇 번째 슈팅 만에 공이 쏙 림 안으로 들어갔다.


앞서 말했듯이 이때까지 딸이랑 살면서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고주파 비명인지 함성인지, 그 소리가 코트 밖까지 나갔다. 딸은 코트를 발을 동동대며 뛰어다녔다. 그런 리액션은 솔직히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사고 싶은 책을 사거나 게임을 할 때도 보지 못한 것이다.


'이 맛에 농구하겠지, 나중에 자유투에 성공하거나 3점 슛을 넣어도 이렇게 좋아하겠지.

아빠랑 1대1 대결에서 이겼을 땐 더 좋아하겠지', 이런 생각을 했다.


잠시 쉰 뒤, 이제 아빠 슈팅 연습 도우미 자청했다. 아빠의 롤아웃, 팝아웃 타이밍에 맞춰 딸이 바운드 패스를 하면 아빠는 캐치 앤 슛을 했다. 몇 번 하니까 제법 아빠의 리듬에 맞춰주기 시작했다. 잠시 후 딸이, 사이드 삼점슛 넣으면 맥주 두 캔을 사주겠다고 도발했다. 바로 쏙 넣어줬다. 그러자 하프라인 슛을 넣으면 맥주 네 캔을 사주겠다고 또 도발했다. 저번 주부터 시도했으나 아깝게 실패 중이었다. 이 날도 실패했다.


코트를 떠나기 전 딸이 마지막 슈팅 연습을 자청했다. 불과 세 번 만에 골에 성공했다. 거리감과 발에서 손끝까지 힘을 전달하는 감을 잡기 시작한 듯하다. 그렇게 집에 와서 약속대로 신라면을 끓여줬다. 돌아오던 길, 벚꽃의 요란스러운 그늘 밑에서 조용히 올라온 제비꽃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