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도 되는 것이 따로 있나?

쉰이 두려운 아빠, 열 살이 신나는 딸. 37

by 최영훈

"아빠 이 파란 꽃 이쁘다."

"그러게.. 꽃 이름이"

사진을 찍어 검색했다. 딸이 물었다.

"꽃 이름이 뭐야?"

"흠.... 이게 맞는 건가? 개불알풀이라는데?"

"뭐?"

"개불알풀"


다행히 딸은 “개불알”이 뭔지 묻지 않았다. 애초에 불알이란 단어의 뜻이 저장되어 있지 않으니 저 합성어도 무슨 뜻인지 모른 채, 그저 막연히 꽃 고유의 이름으로 인식하고 넘어갔다. 저 뜻이 뭔지 물으면 어쩌나 잠시 걱정했었다.


"몰라도 돼."는 하지 말자.

아이가 크면서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던 말 중 하나가 “넌 몰라도 돼”였다.

인간은 대체로 자신이 많이 접하거나 어떤 필요에 의해 궁금함이 생긴다. 예를 들어 아빠가 술을 안 마시는 집에선 맥주 맛은 무슨 맛이야 같은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부모가 커피를 안 마신다면 당연히 커피 맛이 무슨 맛인지 묻지도 않고.


우리 부부는 채소와 나물을 좋아해서 은채는 밥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생으로 먹는 채소의 맛을 궁금해했다. 캐주얼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와 함께 주는 다양한 데운 야채를 먹어 본 뒤에는 그 야채를 데우지 않았을 때는 어떤 맛인지도 궁금해했다. 파프리카, 미나리, 쑥갓, 오이, 당근, 아스파라거스, 샐러리 등등. 그래서 요리를 위해 야채를 사게 되면 꼭 조리 전에 날 것의 야채를 한 조각씩 줬다. 그 결과 어린이집에 들어가서부터는 파프리카, 오이, 당근을 반찬처럼 먹기 시작했다.


아빠가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인지라 커피맛도 하도 궁금해하길래 엄마가 살짝 찍어 맛을 보게 해 줬다. 이 쓴 걸 왜 먹냐고, 버럭 화를 냈다. 그 뒤에는 아빠가 마시는 맥주 맛을 궁금해하기에 "궁금하면 먹어봐." 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또 버럭 화를 낸다. 애한테 그게 할 소리냐고. 그럼 궁금해하지 말든지.


질문은 관심사의 표현

딸의 등하교 길엔 봄마다 꽃이 핀다. 처음엔 잡초라 생각했는데 사진을 찍어 검색해보니 다들 이름이, 그것도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이 있었다. 광대나물, 개불알풀, 산당화 등등. 개불알풀은 학계에서는 봄까치꽃으로 부르자고 하고, 산당화는 명자나무다 아니다 옥신각신 하는 모양이다.

KakaoTalk_20220515_161052621.jpg 광대나물


새에 무심한 사람에겐 까치와 까마귀, 비둘기 정도만 구분되어 보이겠지만 새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텃새는 물론이고 철마다 교대로 찾아오는 다양한 철새들이 구분되어 보일 것이다. 공원이 많은 탓에 우리 동네엔 새가 많은데, 나 또한 그 새들을 그냥 큰 새 작은 새, 위험한 새와 안전한 새 정도로 구분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동박새와 박새를 보고 그 색의 차이가 궁금해서 검색하고, 그 후에 동네에 날아다니는 새들을 유심히 보다 보니 의외로 동네에 터를 잡고 사는 새들의 종류가 많고 계절마다 그 종류가 바뀐다는 걸 알았다. 애가 학교 들어간 후의 일이니 근 이 동네에 이십 년 가까이 살고 난 후에야 비로소 보인 것이다.


보이는 것도, 질문도 관심사에서 출발한다. 부모가 왜 이 아이는 이런데 관심이 없는지, 왜 이것에 관해 질문을 안 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지 걱정할 필요 없다. 관심 있으면 자연스레 질문한다. 그렇게 어느 날 낯선 뭔가에 대해 질문할 때 성심성의껏 답해주고, 답을 모르면 아이와 함께 열심히 검색하고 책을 뒤져 그 답을 찾아주면 부모는 아이의 첫 번째 사전이자 가장 가까운 학습의 동반자, 평생의 스승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저러나 내년 봄엔 개불알의 뜻을 묻지 않을까? 흠, 그때 아주 정직하게 답해줄 생각이다.

그러니까 남자, 아니 수컷한테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