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비범하게, 때론 평범하게

쉰이 두려운 아빠, 열 살이 신나는 딸. 71

by 최영훈

겨울방학, 첫 번째 공식 일정

방학의 첫 주, 언제나 딸의 공식 일정은 서점과 아트박스 방문이다. 서점에선 시집 두 권과 환경 관련 책을 샀다. 시집은 <몽당연필도 주소가 있다.>와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 까요?>를, 환경 운동 관련 책은 <열두 달 환경 달력>을 샀다. 환경 운동에 관한 책은 내게 생소한 분야다. 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에 배운 적도 없고 어른이 돼서도 이렇다 할 환경 운동에 동참해본 적도 없다. 당연히 환경 단체에 기부를 해 본 적도 없다. 물론 아이에게 환경의 소중함에 대해 연설을 한 적도 없고. 재미있는 건 페이스 북을 하면서 연결된 분들 중에 환경 운동가와 환경 운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렇게, 아빠가 아는 환경 운동가라고는 페이스북으로 알게 된 울산의 환경 운동가인 최근영 씨뿐인데 딸은 학교에서 배운 환경 교육만으로도 이렇게 환경 보호와 환경 운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3학년 내내 관련 책을 종종 사들였다.

물론, 저번에도 얘기했듯이, 딸이 책을 고를 때 그냥 놔둔다. 1, 2학년 때, 고르는 것에 확신이 없어 서가에서 방황할 때도 그냥 그렇게 놔뒀다. 방황 끝에 골라 온 책 중에서 볼만한 책은 결제를 해줬다. 요즘엔 자기 확신이 있다. 검색도 야무지게 하고 서가도 정확하게 찾는다.


집에 걸어오면서 관심 있는 환경 문제가 뭐냐 물었다. 지구 온난화와 바다 쓰레기라고 했다. 부산에 사는 초등학생, 부산이 고향인 딸에게 적합한 주제고 현실적인 주제다. 부산 시민인 아빠가 환경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곤 고작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과 투명 페트병으로 만든 맥주를 마시는 게 다인데.


딸이 요즘 읽는 책은 JK 롤링의 <크리스마스 피그>다. 얼핏 봐도 두껍다.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엄마가 사 준 것이다. 사 준 엄마가 재미 있냐고 물어보니 초반에 좀 쳐진다고 했다. 예의상 재미있다고 할 만도 한데, 평가가 냉정하다. 나중에 어른이 돼서 초반부터 몰아치는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캘빈 덱스터 시리즈 정도 읽어야 재미있다고 하지 않을까?


오빠들을 위한 앨범

아트박스에선 지네 오빠들 포카(포토카드) 넣을 작은 앨범 같은 걸 샀다. 여기서 지네 오빠란 BTS를 말한다. 책은 당연히 내가 사주는 거라 생각해서 내가 냈지만 너네 오빠들 사진 앨범에 왜 아빠 돈이 들어가는 건지...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사진을 보면서 좋아하는 딸을 보니 제법 많이 다. 노래도 따라 부르고 춤도 따라 하고 뉴스도 챙겨보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제법 진지하다. 그렇게, 또래 아이 같이 평범하면서도 제 나름의 비범함을 드러내며 커서 마음이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