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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훈 Jan 30. 2023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동해선에서 읽은 책 01

그러니까, 굳이 이걸 하는 이유는...

최근, 구독자가 늘었다. 그렇다고 확 늘어난 건 아니고 한 십 퍼센트 정도. 그분들을 보면서, 또 꾸준히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뭔가 더 읽을거리를 드려야 되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또, 당연한 얘기겠지만 내 브런치의 구독자 중엔 책과 독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 그렇다고 새 글을 쓰긴 그렇고... 해서... 꽤 오랫동안 블로그에 써 온 북리뷰 중에서 최근 이삼 년 안의 것을 옮겨 보기로 했다.


매거진의 제목을 이렇게 한 것은, 실제로 2021년 겨울, 동해선이 개통된 뒤, 그걸 타고 울산과 부산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제법 많은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내 브런치 글을 꾸준히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왜 왔다 갔다 했는지는 아시리라 생각되지만... 혹시나 몰라 간략하게 설명하면, 집은 부산인데 우리 팀의 작업실은 울산에 있다. 매일 가진 않고 일주일에 한두 번 소위 출근이라는 걸 한다. 출근해서 회의도 하고 콘티도 점검하지만 대부분은 고객과 미팅을 한다. 여하간 그 출퇴근 시간에 읽었던 책의 리뷰를 옮겨보려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 딱히 대단한 내용은 없다. 그저 "전 이런 책을 이렇게 읽었습니다.", "이 책 재미있으니 한번 읽어보시죠."와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고, 가끔은 책과 전혀 상관없는 그날의 단상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러니, 전형적인 책의 정보를 담은 리뷰를 기대하고 들어왔다가는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


올리는 리뷰는 올해 것과 지난해 것을 번갈아 올리려 한다. 가끔은 아주 오래전 것 중에서 재미있는 것이 있으면 그것도 올리려 한다. 또 전철 안에서 읽기엔 좀 두껍거나 내용이 어렵고 심각하거나 제목이 좀 수상쩍어서 공공장소에서  꺼내들기 뭐해, 집에서 읽은 책도 가끔 올릴 것이다.


음... 눈치챘겠지만 그냥 내 마음대로 올리겠다는 말이다. 참고로 사진들은 동해선의 객실에서 찍은 사진이다. 보통 종점인 태화강역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그래서 속도가 좀 줄어들 때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매번 같은 구도, 같은 느낌이니 사진엔 큰 기대 마시길... 첫 책으론, 올해 처음 읽은 책을 올렸다.


고병권의 매력

보통 이런 종류의 책은 원작을 읽기 전에 읽는 데 난 순서를 바꿔 읽었다. 그러나 그 순서의 뒤바뀜이 무의미할 정도로.. 고병권의 책은 독립적인 우아함과 재미가 있다.

.....

잘 쓴 책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 크게 참고하진 말길. 아주 논리적이고 문장도 깔끔하고 구성도 좋은데 어쩐지 폭발하듯이, 하룻밤새 써내려 간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 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쉬지 않고, 다 쓸 때까지 먹지도 마시지도 자지도 않고 책상에 붙들려 광적인 에너지로 써 내려간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반면 역시 논리적이고 문장도 좋고 구성도 좋지만, 아주 오랜 시간 공들여서, 조심스럽게 써내려 간 듯한 책도 있다. 마치 완전범죄를 꿈꾸는 살인자가 살인의 모든 경우를 예상하고 살인을 계획하듯이 모든 문장과 목차를 그렇게 꼼꼼하게 배치한 듯한 느낌,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책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이 두 가지 감정을 다 느꼈다. 마치 <분노의 폭발>에서 토미 리 존스가 연기한 미치광이 연쇄폭탄살인마 게리티 같았다고나 할까? 분명 광기가 느껴지는데 그 광기 안에 어떤 촘촘함이 숨어 있었다. 그러니까 미쳐 있는데 정신이 맑은 사람 같았다고나 할까? 어쩌면 니체의 이 책 자체가 그런 책이기에, 저자 자신도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나를 낳는 건 나 밖에 없다.

-이 책은 니체의 철학 전반을 <차라투스트라>를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대목은 주체가 주체를 극복하는 것. 새로운 나를 만드는 건 나 자신 밖에 없다는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칼럼에 쓰겠지만... 올해, 1월 1일에도 어김없이 수영장과 헬스장-내가 다니는 경성대학교 수영장은 헬스장과 붙어 있어서, 대형 창을 통해 서로를 감시하듯 볼 수 있다.-에 사람이 더 많아졌다. 당연하다. 그러나 결심하고 결단하고 나아가는 것, 그것은 결국 내 몫이다. 이 글을 쓰고 수영장에 가면 아마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주쯤 되면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과거의 나와 결별하겠다는 결단의 의지는 그렇게 오래가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 그리고 차이

-두 번째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이 차이와 반복. 영원회귀를 설명하면서 저자는 들뢰즈의 니체 해석을 빌린다. 우린 반복할 수밖에 없다. 결심과 결단, 의지의 실행과 포기 및 중지. 여기서 좌절하고 머물면 새로운 나는 만날 수 없다. 계속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다이어트, 금연, 금주, 수영, 달리기, 사랑... 모든 것이 그렇다. 반복하면 할수록 우리 그 개별적 반복 속에서 차이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저자가 책에 썼듯이 통계학자들은 주사위 던지기의 개별 던짐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평균으로 수렴해 버리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오늘 던진 숫자와 내일 던진 숫자가 같을지라도 그 튕김은 다르다. 또 던지는 순간의 쾌감 또한 다르다. 그 다름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결과가 아니라 그 던짐, 그 도전, 그 시도, 그 반복의 쾌감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그렇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가 반복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무기력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매일 똑같다고 지레짐작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위버멘쉬

더 나은 나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포기하지 않고 스트로크를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페친 중 한 분이신 권재진 교수님은 올해 새로운 운동을 추가했다고 글을 남기셨다. 존경스럽다. 일 년 여의 운동 끝에 그분이 만날 새로운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분명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지만 분명 나보다, 아니 대부분의 무기력한 청춘들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새로운 자기 자신을 매일 출산하는 한 해를 살게 되시지 않을까?

....

올해 첫 북리뷰를 남기며 다들 스스로를 극복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한 해 끝에... 새로운 나와 만나길... 위버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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