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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주차장과는 다른, 그 크기의 상대성에 대해

진지하게 야한 농담들 24

by 최영훈

거실에서 나누는 처남과 아내의 대화 소리가 서재까지 들린다.

“리스나 렌트를 잠시 해보려고.”

“뭐? 자동차?”

“응.”


처남이 간 후 아내에게 물었다.

“자동차 리스를? 왜?”

“아... 지가 GV70을 사고 싶은데, 자기 집 주차장에 그 차가 들어가는지 모르겠데. 그래서 사기 전에 테스트해보겠다고.”


이게 합리적인 소비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처남 정도 레벨의 개발자라면 그 정도 차를 타도 되는 거 같긴 한데 아직 결혼도 안 했고 딸린 식구도 없는데 굳이 그렇게 큰 차가 필요하나 싶기도 하고. 그 정도 차를 살 마음이면 만약 주차장이 작다면, 인근의 넉넉한 폭을 가진 주차장을 그야말로 장기 리스하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러다, 주차장 너비에 맞을지 어떨지 모르니 미리 넣고 빼고 해 보겠다는 생각이 어쩐지 합리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다가... 불쑥 "그 물건"의 크기와 속궁합... 요즘 친구들 표현을 빌리면, 선섹후사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렇다. 종종 이렇게 생각이 경로를 이탈하는 편이다.


표준 사이즈로 그럭저럭

난, 뭐 신체 사이즈로는 표준 크기다. 동갑인 유재석만 한 키에 몸무게는 그보다 조금 더 나간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손과 발은 좀 큰 편이다. 장모님은 내 눈도 크다고 하신다. 여하간 뭐 그 “물건”도 표준이라고 생각한다. 시중에 파는 속옷이나 콘돔을 무리 없이 입으면 뭐, 그런 거 아닌가?


내 몸을 다뤄 본 여자들에게 그게 작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물론 그녀들이 워낙 착해서-실제로 다들 무난한 성격이었다.-예의상, 그러니까, 안 그래도 쥐뿔도 없는 남자인데 그것까진 부실하다고 하면 삶의 희망을 잃을까 봐 진실을 말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찌 됐든 작아서 한심하다는 말도, 하고 나서 “내 속에 지금 뭐가 들어왔다 나가기는 한 거냐.”하는 뉘앙스가 담긴 눈빛을, 그러니까 약간의 측은함과 약간의 경멸과 약간의 조소가 담긴 눈빛을 받아 본 적도 없다.


"그것"의 상대성 이론

믿기 어렵겠지만, 크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있다. 두 번? 세 번? 두 번은 확실하다. 한 번은 예전의 파트너에게, 한 번은 아내에게. 손으로 쥐고 있거나 천천히 안으로 들어갈 때, 박진영의 발성 이론처럼 공기반 소리반의 탄성이 새어 나오곤 했다. “하~ 크다.”


그러나 저 얘길 들었던 그때도, 또 그 순간을 회상하는 지금도 전혀 우쭐대는 마음은 없다. 남자의 그 크기는 남자의 타고남과 여자의 관리 하에 결정되는 거니까. 솔직히 내 경험으론 여자 쪽 지분이 훨씬 크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서 그 순간이 올 때까지 그 크기가 어느 정도 될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선섹후사와 속궁합의 사전 체크도, 그런 몇번의 경험과 사전 검증을 바탕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또 한 두 번의 잠자리 후 애인이나 파트너의 칭찬을 부르고 스스로도 깜짝 놀랐던, 그 옹녀와 변강쇠의 순간을 기억 속에 박제하여 사는 것도 큰 의미 없다고 본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우린 GV70과 주차장이 아니다. 정신과 신체는 그렇게 딱 떨어지는 규격품이 아니다. 어떤 이를 만나면 자동문처럼 느슨해지고 쉽게 젖는다. 깜짝 놀랄 만큼 커지고 돌처럼 딱딱한채 한 시간을 버티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를 만나면 캡스가 지키고 있는 최첨단 사무실처럼 문이 안 열리고 건조해진다. 식초에 푹 절여진 피클처럼 초라해지기도 한다. 누굴 만나도 잘 젖고 잘 크는 사람도 있겠다만 대체로 일반적인 사람은 자극이 있어야 반응이라는 결과를 낸다.


그러니, 설령 어떤 여자에게 그 크기가 형편없다는 말을 들었어도 그렇게 주눅 들 필요 없다. 어떤 남자에게 목석같다는 말을 들었어도 자기 탓을 할 필요도 없다. 다른 파트너를 만나면 완전히 달라지는 나를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당신 탓일 확률보다 자극원이 되는 상대가 문제일 확률이 훨씬 높다는 말이다.


결국 뻔한 말을 결론으로 남기는데....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봐라. 뭐, 그것도 다 한철이니까. 게다가 해보지 않고서는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 게다가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텍사스의 주차장은 벌판에 있다.

텍사스 에 갔을 때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주차장이었다. 야구장도 마트도 그 주차장의 한 복판에 우뚝 서 있다. 한국처럼 주차장에 들어가자마자 처음 눈에 띈 자리에 아무 생각 없이 주차했다가는 지하철 한 코스 정도의 거리를 걸을 각오를 해야 한다. 주차장이 크니 당연히 자동차도 크다. 아니, 자동차들이 커서 주차장이 큰 것인가? 20230302


자동문과 상대성 이론

"당신을 만나러 나올 때부터 젖기 시작해."

참 고마운 사람이다.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나를 만날 생각만 해도 젖어든다는 사람. 난 농담으로 "나한텐 언제나 자동문이겠네." 놀렸다.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물론"....


어제의 크기도, 오늘의 젖음도 결국 상대적인 것... 평생 고만고만한 크기라고 여기고 살다가 어느 날 그녀 앞에서의 내 물건을 보고..."내가 이렇게 컸었나?" 스스로 놀랐었다.


내 목소리만 들어도 잘 젖는 여자와... 그녀 앞에서만 그야말로 인생 기록 찍으며 커지는 물건... 그 인생 기록 찍은 지가 언젠지 이젠 가물가물하지만...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자기 기록을 자랑스러워하듯이... 나도 그 기억을 자랑스러워하며 왜소함을 견뎌내고 있다.


평생 딱 한번 토루를 통해 젖었던 <노르웨이의 숲>의 나오코처럼... 어느 산부인과 의사도 손을 놨던 불감증으로.... 비 한번 안 오던 사막 같던 그녀에게도... 생각만 하면 폭우가 쏟아지게 할 누군가가 있을지 모른다. 남자든 여자든... 우린 그렇게 아직 제 짝을 만나지 못해 왜소하고 건조한 시절을 살고 있는지도...


그러니 열정이 없다고, 흥분이 안된다고, 정신줄을 놓지 못한다고... 그게 너무 작다고, 오래 못한다고.... 남녀를 막론하고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일이다. 아직 그녀는 임자를 만나지 못했을지도. 그야말로 당신의 자동문 센서에 딱 맞는 그 사람을 말이다. 그 사람이 다가오면 당신은 그 사람의 흐릿한 실루엣만 봐도 열릴 것이다. 아주 부드럽게..

그리고 그대도 아직 임자를 만나지 못했을지도. 그야말로 당신의 잠재력을 바닥에서부터 긁어내줄 그 사람을 말이다. 그 사람이 스치기만 해도 당신은 걷는 게 불편할 정도로... 롤링스톤스의 <Sticky Fingers> 앨범 재킷처럼 불뚝하게 될 것이다. 행인들이 모두 깜짝 놀랄 정도로... 2017.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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