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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훈 Mar 10. 2023

진짜 이야기를 쓰다.

동해선에서 읽은 책 25

전체 제목은 <하버드 니먼 재단의 논픽션 글쓰기 가이드 : 진짜 이야기를 쓰다.>이다. 참고로 글짓기나 문법, 문장, 어휘에 관한 책은 아니다. 논픽션 작가, 기자, 저널리스트의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2023.0310)


니먼재단과 51명의 전문가

-이 책 때문에 알게 된 사실인데, 하버드에는 저널리즘 관련 학과가 없다고 한다. 이 학교에서 언론인을 지원하는 재단이 바로 니먼재단인데, 이 재단이 마음먹고 만든 책이다. 무려 51명의 저널리스트, 작가, 편집자 등을 인터뷰하고 글을 재촉해 따와서 엮은 글...


내 스타일이 뭔지 궁금했다.

-내 글쓰기 방식을 뭐라고 부르는지 궁금했다. 내가 저널리즘을 공부한 건 20여 년 전이고, 그 시절 강의실에서 나 같은 글쓰기 방식에 대한 고유 명사를 배운 기억이 없다. 그러다 우연히 존 맥피를 알게 됐고, 뉴저널리즘과 내러티브 저널리즘에 대해 알게 됐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 칼럼을 쓰는 방식이 영 이상한 건 아니구나 하는 일종의 안도감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 방식을 발전시키고 다듬어서 그 깊이를 더하는 방법도 알게 됐고...


600페이지 넘는 책을 읽는 법.

-대충 열흘 넘게 걸린 것 같다. 이런 책을 읽을 땐 그냥 한 꼭지씩 읽겠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이 책은 소챕터가 아주 짧아서 두 챕터 이상 읽지 않았다. 또 내용이 어렵지 않고 문장도 간결해서 맥주를 마시며 읽기에도 좋았고...


아래의 글은 책 속에서 건진 몇 문장에 내 감상을 보탰다.


"건달이나 포르노 업자에 대해 썼더라도, 나는 그들을 존중한다. 그들이 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본다.", 「사생활 파고들기」, 게이 텔리즈, <진짜 이야기를 쓰다-하버드 니먼 재단의 논픽션 글쓰기 가이드> 중에서, 36.


;게이 텔리즈는 <뉴욕 타임스> 기자였고, 논픽션 저서를 아홉 권 출간했다. <뉴요커>와 <에스콰이어>에도 기고했다. 넷플릭스에서 그와 그가 취재한 관음증자와 그의 모텔에 관한 다큐멘터리 <관음증자의 모텔>을 볼 수 있다고 한다.


"11번째 원고에서 글의 군살을 빼는 건 힘든 일이었다. 각 문장을 새로운 눈으로 보려 노력했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게 정말로 필요할까? 이걸 자르면 어느 만큼의 의미를 잃어버릴까? 내러티브의 속도를 높이면 얼마나 효과를 볼까? 이걸 빼지 않으면 어떻게 더 짧고, 좋게 만들 수 있을까? 나는 모든 단어를 하나씩 짚어 가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100권의 수첩을 3만 5000 단어 기사로 바꾸기>, 소니아 나자리오, 진짜 이야기를 쓰다, 459.


;그러니까 저 숫자는 한 기사의 수정본을 말한다. 원고를 열한 개 쓴 것이 아니라 열 번을 고쳤다는 이야기.. 세상엔 언제나 나보다 독한 인간이 있기 마련이다.


"영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 단어는 'I Love You'가 아니라, "To be continued."다. 나는 항상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은 느낌을 음미한다.", <연재 내러티브>, 토마스 프렌치; <하버드 니먼재단의 논픽션 글쓰기 가이드 : 진짜 이야기를 쓰다.>, 473.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이 사람, 다음 글이 궁금한데."라고 생각한다면... 그거 이상으로 쓰는 이에게 좋은 건 없을 수도. 이하의 글은 내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후회랄까? 아쉬움 같은 잔여물이다.


<진짜 이야기를 쓰다>는 요즘 집에서 읽고 있는 책 중 한 권이다. 다 읽지는 않았다. 읽다가 생각나는 일이랄까.. 그걸 메모해 둘 겸... 몇 글자 남긴다.


카피라이팅 말고 내 이름이 걸린 글을 써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건 2018년도 가을부터였다. 우연히 한 공동체에 강의를 가게 됐는데 일종의 마을/교육 공동체였다. 살면서 이렇게 독특한 공동체는 처음이었다. 그곳으로 별의별 청춘들이 다 모였다. 거기엔 시의원도 왔다. 삼대째 도자기를 굽는 청춘도 있었고, 독립영화의 영화배우, 문화기획자, 식당 주인.. 등등.. 여하간 특이했다.


그때 처음, 그 공동체 사람들에게 당신들 이야기를 내가 쓰고 싶다고 했다. 얘기가 오갔고 쓰자고 하고, 자료를 잘 챙겨드리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후 예산까지 거론됐는데... 어느 날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 공동체 마담 격인 사람이 "그런데 이걸 왜 쓰죠?"라고 물었다. 뭐 대략 그런 질문이었다. 그때 파투가 났다.


카피라이터는 일이 앞으로 간다. 그러니까 빽도는 없다. 일단 일이 시작되면 데드라인이 정해지고 예산이 정해지고 Go..., 아니면 일이 없어진다. 그런데 자신들의 역사에 대한 책을 쓰네 마네 논하는데 빽도라니...그때 열받은 난 단톡방을 나왔고.. 그렇게 그 일은 흐지부지 됐다.


그래도 내 글을 쓰고 싶어... 그 시기의 강의 몇 개와 후배의 책 모임, 기타 여러 곳에서 떠들었던 원고들을 모아 책 비스름한 걸 만들었다. 물론 어떤 책을 흉내 낸 것이었는데... 흠 그건 좀 부끄러우니 넘어가자... 여하간 그때는 그래도 젊었던 모양이다. 불과 몇 년 전인데... 혈기가 있었다. 혈기 어린, 그때 쓴 글을 요즘도 다시 고치고 있다.


얼마 전 칼럼을 쓴 지 딱 이십 개월이 지났다. 올해 들어서 글쓰기, 특히 뉴저널리즘 작가들의 글과 그 쓰는 법을 좀 읽고 있다. 이 책은 그 무리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여러 분야에 나눠 소개하는 글. 일종의 강연 녹취록 같은 거다. 두꺼워서 그냥 맥주 마시다가 생각나면 틈틈이 읽고 있다. 읽다 보니 석사 시절 생각도 나고... 그렇다.


요즘도 논픽션으로 써보고 싶은 사람이나 조직이 눈에 띈다. 사건도 있고... 그런데 뭐 내 에너지가 거기까지 가진 않는다. 세월이 마냥 기다려주지 않을 텐데... 그쪽이나 나나..(202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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