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광고홍보학과 1기여서 교수도 학생도 뭘 가르치고 배워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속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 덕에 지금 생각해 보면 딱히 배우지 않았어도 될 것도 배운 것 같지만... 그 뒤 대학원을 지나고 카피라이터를 하면서 그 쓸데없는 것들이 의외로 제법 유용하게 쓰였다.
그러나 현업에선 뭔가가 더 필요함을 절감했다. 그중 하나가 마케팅, 그러니까 아주 정석적인 경영(매니지먼트) 이론과 마케팅(시장) 이론, 그리고 아주 트렌디한 마케팅 흐름에 관한 이론이었다. 그래서 카피라이터 1, 2년 차 때는 엄청나게 읽어댔고 덕분에 강의실에서 잘난 척 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경제학이었다. 광고주와 소비자의 문제는 결국 거시적으로 경제의 문제였으니까. 마침 그 당시 캐주얼한 경제학 책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경제학콘서트><괴짜 경제학> 같은....
의외로 재미있는 경제학
-그렇게 한 권 두권 읽다 보니 이게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경제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읽고 뉴스를 보면 뉴스의 절반 이상이 결국은 경제에 관련된 뉴스라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출산 문제 뉴스가 나오면 그게 왜 문제인지 선뜻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본의 장기불황이나 디플레이션 현상 등으로, 그리고 베트남 경제를 엮어서 얘기하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같은 맥락에서 우리에게 왜 통일이 필요한지도 경제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뭐 여하튼 그렇다... 그렇게 맬서스니 리카르도... 여기에 마르크스, 스미스, 케인즈, 하이에크, 프리드먼.. 여하간 닥치는 대로 번역서든, 요약서든 읽었다.
행동경제학
-그러다 행동경제학으로 접어들면서 광고와의 접점을 상당히 많이 발견했고, 그 후 다시 학교를 들락거리면서 사이먼, 카너먼, 츠베르스키 등의 논문으로 수업을 하는, 심리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경제학 이론에 한번 더 빠졌었었다.. 그랬었었다는 거다. 그냥... 그러니까 딱히 어디 쓸데없어도 의외로 읽고 따라가다 보면 묘하게 재미있는 분야가 경제학이다. 결국 우린 뭐 대부분 월급쟁이 아닌가? 노동자이고.. 또 사업가고...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논쟁은...
단순히 경제학의 논쟁이 아니다. 세계 경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 경제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경제학에서 인간과 사회의 존재를 어떻게 볼 것인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시장은 어떻게 규정해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등등.... 저자는 이 논의를 사회복지와 양극화, 작은 정부, 한미 FTA, 일본의 장기불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당대의 문제 속으로 갖고 들어와 설명한다.
다른 경제학 책은 몰라도...
이 책은 재미가 있다. 가끔 글 쓰는 게 업이 아닌데 글을 잘 쓰는 이들을 보면서 적잖이 열받을 때가 있는데 박종현 교수도 그런 경우다. 이론의 균형감이 있고 현실 감각도 뛰어나다. 또 경제학의 역사와 이 두 거장의 역사는 곧 이십 세기의 경제와 정치,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기에 그 모든 걸 두루 아우르며 재미있게 풀어간다. 경제학의 문외한이라면, 그러니까 저녁 뉴스에 나오는 용어를 누가 옆에서 설명해주지 않고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좀 까다로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은 분명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202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