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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훈 Mar 27. 2023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 나카무라 구니오

동해선에서 읽은 책 35

"완벽한 문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완벽한 문장이란 게 있을 리 없지...

뭐 그렇다고 해서 그걸 찾는 노력을 안 할 수는 없지. 마치 양을 쫓는 모험처럼. 이 책은 문장에 관한 책이 아니라 하루키에 관한 책이다. 어찌 보면 하루키에 미친 작자가 하루키에 바치는 헌사 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참 꼼꼼히도 들여다봤다는 감탄을 보낸다. 덕분에 "아, 오랜만에 다시 읽어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술, 음악, 책.. 과거..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단념과 희망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이야기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 아닐까?


어제... 좀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어제 미국에서 오는 처제를 위한 매트리스를 사기 위해 코스트코에 갔다. 살걸 사고 우연히 처칠이 좋아했다는 벨즈 위스키를 보고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어 얼마 안 하네. 한 병 사줘?"

내가 말했다.

"아니. 이거까지 마시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지도 몰라.. 나도 몇 번 위스키를 사고 싶었는데 그때마다 참았어. 맥주까지... 거기까지가 상식이야."


그렇게 물러나서 카트에 칭다오 맥주만 담았다. 원래는 타이거 맥주를 담으려 했는데 딸이 칭다오 맥주 박스에 들어 있는 작은 잔이 갖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20년 전쯤, 혼자서 밸런타인 16년 산인가... 한 병을 다 마신 적이 있었다. 아내가 누구 선물한다고 잠시 내 원룸에 맡겨 놨던 것 같다. 그때.. TV에서 해주는 <굿윌헌팅>을 보면서 한참을 울고, 한참을 마셨다.


다시 위스키를 마신건 그로부터 몇 년 후 아내가 비행기 안 면세품으로 사준 싱글몰트 스카치위스키였다. 그 후로 위스키를 마신 적은 없다. 제일 좋아하는 위스키는 <글렌피딕>이다. 내 인생의 스승인 보스턴 출신의 도서관장이 좋아했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가벼운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힌트는 있다. 물론 이따위 책을 읽는다고 하루키 소설 같은 글을 쓸 수는 없다. 그저 힌트만 얻을 뿐이다. 오히려 이 책은 하루키 팬들에게 하루키를 더 깊이 알 수 있는 지도로 유용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하루키의 팬이 아니라면 이게 뭐야 할만한 책일지도...


다시 존 맥피로... 간다.


설이 끝나고... 일이 기다린다. 

언제나 그렇듯 일을 하려고 하거나, 책을 좀 읽으려 하면 꼭 문자나 전화가 온다. 오늘은 감독에게 전화가 왔다. 


"뭐하능교?"

"멍 때립니다."

"한과를 다 보내셨대."

"후후.. 맛있게 드세요."

"숨가 놓고 나 혼자 먹을라고..."


이렇게 한과 얘기를 잠시하고 본론으로 일 얘기를 했다. 한 기초단체의 30초짜리 홍보 영상... 새 구청장 등장 이후 달라진 세계를 보여줘야 하는 일종의 판타지물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판타지니까... 직접적으로 말을 해서는 안 되는데 자랑을 해야 해서.. 판타지고.. 판타 지면서 직접적이어야 하는...

올 설도 머릿속엔 이 과제가 왔다 갔다 할 듯...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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