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껏 하고 싶은 숙제
은채는 마지막 방학 기간, 방과 후 학교 바이올린 교실을 위해 아빠와 함께 학교에 갔습니다. 은채는 5층 음악실, 아빠는 늘 그랬듯 4층 도서관. 도서관 문 앞에는 방학의 다른 때와는 다르게 신발이 넘쳐났습니다. 어른 신발, 애들 신발 할 것 없이 말이죠. 오늘 무슨 날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도서관 곳곳에 아이들이 넘쳐났습니다. 금세 알아챘죠. 개학이 코 앞, 밀린 숙제를 하기 위해서 몰려 온 아이들이었습니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은채네 학교는 독서를 강조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하게 합니다. 은채도 독서 감상을 쓸 용지를 받아 왔죠. 책을 읽고 제목을 쓰고 그 밑에 간략한 감상을 적게 되어 있습니다. 도서관에 있는 아이들은 학년마다 그 수준은 다르겠지만 다들 독서 관련 숙제를 하려고 온 듯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 학생들은 엄마와 함께 와서 밀린 일기를 쓰거나 매일 실천하고 체크하는 용지를 부지런히 채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이 용지는 은채가 방학 내내 가장 신경 썼던 것 중 하나입니다. 하트, 다이아몬드 등 몇 개의 모양이 있고 그 모양들은 각각 운동, 독서, 착한 일 등을 나타냅니다. 하루에 각 미션을 잘 수행하면 색색의 연필이나 볼펜으로 그 모양을 채워 색칠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숙제를 한 번에 몰아서 방학의 마지막 금요일에 도서관에서 하고 있었던 것이죠.
은채도 나름 여러 숙제를 잘 했습니다. 그러나 일요일, 막상 개학이 다가오자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먼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 숙제를 감전동에서 했는데 그것을 감전동 외가댁에 그대로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또 고령이라는 테마가 좋은 곳에 여행을 갔다 왔는데 이걸로 여행지 가족 신문을 만들고 싶다는 미련도 있었습니다. 결국 일요일 밤, 엄마는 감전동으로 은채의 숙제를 가지러 가고 아빠는 은채와 함께 신문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신문이라 봐야 스케치 북 펼쳐 놓고 고령에서 가져온 박물관 티켓이며 브로슈어, 그리고 합천 해인사의 티켓을 잘 배치해서 그 아래 적당한 헤드라인을 쓰고 내용 몇 줄 써주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은채가 고령에서 움직인 동선에 따라 숙소였던 대가야 테마파크, 왕릉 전시관, 우륵 박물관, 합천 해인사 순으로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걸 맞는 카피를 은채와 함께 고민하고 메모 했습니다. 엄마가 돌아오기 전까지 아빠와 은채는 꼼꼼히 신문을 만들어 갔습니다. 배치에 따라 붙일 건 붙이고 헤드라인과 서브 카피를 써 나갔습니다. 은채는 아빠가 메모해 둔 걸 잘 보고 써 나갔습니다. 그렇게 고령 관광 가족 신문이 완성 됐습니다.
방학 숙제를 다들 잘 해왔다고 합니다. 독서광인 세인이는 독서 용지가 그야말로 책처럼 두툼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은채처럼 가족 신문을 만들어온 친구는 없었다고 합니다. 은채는 은근히 자랑스러워했죠.
아이가 학년이 올라 갈수록 숙제와 과제를 위해서라도 여행을 가야한다고 입학 전부터 들어 왔습니다. 그것도 테마가 있고 교육적인 장소를 골라서 말이죠.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의 교육을 학교에만 맡길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부모가 많이 참여하고 아이와 함께 할수록 아이의 학습 효과도 높아지고 학교에서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다들 열심히 다니라고 하더군요. 열심히 까지는 아니어도 은채가 가고 싶고 보고 싶고 궁금해 하는 곳이라면 함께 가려 합니다. 은채가 낯선 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탐험을 하는 동안 훌륭한 동반자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