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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훈 Dec 09. 2023

당장 수영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 워런 버핏의 조언

수영장에서 건진 철학 45

수능 만점자의 놀라운 루틴

올해 수능 만점자는 딱 한 명이다. 이 친구 기사를 우연히 봤는데 가장 놀라웠던 것은 평일엔 열 시에 자고 주말엔 쉰다는 것이었다. 이건 과거의 만점자들이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말만큼 거짓말 같았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의 친구들 중에선 아홉 시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애들이 있다. 집에 와서는 열두 시까지 학원 숙제를 해야 하는 애들도 있고 말이다. 내가 사는 곳이 무슨 강남이나 일산이 아니다. 이 애들이 대치동 학원가를 다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애들이다. 그런 열두 살짜리 애들도 열 시에 잠드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런데 수험생이 열두 시에 잔다니.


필자의 세대를 포함한 그 앞 세대들에겐 일종의 통념이 있었다. 공부 머리가 늦게 트이는 애가 있다. 생각 없이 놀다가 고2 때 정신 차려서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갔다. 군대 갔다 와서 정신 차렸다. 이런 말들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졌다. 남보다 조금 늦게 공부를 해도, 공부하는 법을 조금 늦게 터득하고 그 습관을 조금 늦게 들여도 앞서 가는 애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느낀 바로는 이제 그런 시대는 꽤 오래전에 끝난 것 같다.      


요즘 나오는 일타강사들의 방송이나 딸이 보는 입시 콘텐츠의 내용을 보면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그러니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공부 방법이 없으면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도 공부가 힘들다는 것이다. 최소한 중학교 때부터는 그런 습관을 들여야 하고 만약 그런 습관 없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잃어버린 시간을 따라잡으려 하면 그야말로 비싼 대가,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습관의 가치

이전에도 언급한 것 같지만 필자의 아내의 친구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2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그 업계(?)에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제법 유명한 선생님이다. 애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던가, 아내가 이 친구를 만나 아이 교육에 대해 이런저런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고 한다. 그 친구는 당시 아이들이 이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더 궁금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그때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만 되면 앞으로 아이들의 방향이 보인다는 것, 속된 말로 미래의 견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고작 열 살, 미래가 보이기엔 너무 어린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고작 열 살이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이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이 향후 맞이할 미래가 감지된다고 했다. 고 2 때 정신 차려서 대학 갔다는 전설, 군대 갔다 와서 재수해서 명문대 갔다는 전설을 수 없이 듣고 살아온 70년대 생 아저씨는 그 선생님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다. 요즘은 슬슬 납득하고 있다.      


물론 요즘도 가난하고 굶주린 애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 먹고 잘 큰다. 체질적으로 약하거나 입이 짧은 애들은 있지만 먹지 못해서 발육이 더딘 애들은 거의 없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놀랐던 것이 학원에 안 다니는 애들은, 그러니까 하다못해 태권도 학원조차도 안 다니는 애들은 우리 애가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이 사실에 놀라 아이가 가고 싶어 하던 미술 학원에 얼른 보내줬다.      


교육열이 서울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미지근한 동네이지만 이런 동네의 아이들도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예체능 학원을 끊고 공부 관련 학원으로 옮겨 간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미술 학원에서 애가 언제 공부 학원으로 옮길 건지 걱정하는 전화가 왔을 정도였다. 우리는 아이가 5학년이 되는 동안 수학 학습지 하나만 시키는 걸로 버티다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영어 학원에 보내줬다.


그러나 고맙게도 아이는 그럭저럭 성적을 유지해 왔다. 난 그 비결을 타고난 성실함과 약간의 좋은 머리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딸의 비결을 알았다. 앞서 다른 글에도 썼듯이 딸은 무거운 엉덩이를 갖고 있었다. 주의가 산만하길 이루 말할 데 없는 아빠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인내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워런 버핏의 조언

일찍부터 버릇을 들여야 하는 건 비단 공부만이 아니다. 얼마 전 우연히 Yahoo Finance와 한 워렌 버피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인터뷰의 질문은 간단했다. 진정한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는 가였다. 그중에서 내 이목을 끈 내용은 운동에 관한 것이었다. 워런 버핏은 운동의 중요성을 자동차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워런 버핏의 말을 바탕으로 우리 함께 상상해 보자.


당신이 타고 싶은 자동차를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고르기만 하면 무조건 가질 수 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다. 그 자동차를 평생 타야만 한다. 자, 그렇게 고른 차가 도착했다. 당신은 자동차를 어떻게 할까? 남은 인생동안 타야 할 자동차다. 애지중지 다룰 것이다. 매일 닦고 조이고 기름칠 것이다. 급가속, 급정거도 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오래 세워 두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린 맘만 먹으면 여러 대의 자동차를 바꿔 탈 수 있다. 진짜 하나뿐인 것은 신체다. 단 하나뿐인 신체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 당연히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 한다. 무리하지도 않아야 하고 나태하게 쉬어서도 안 된다. 언제나 몸이 최상의 상태가 유지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왜냐고? 몸은 단 하나뿐이니까. 그런데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는 쉰이 넘어야 관리를 좀 하겠다고 나선다. 워런 버핏은 그땐 이미 녹슨 뒤라고 지적한다. 이어서 말한다. 최고의 투자는 자신에게 하는 투자라고. 그건 아무도 뺏어갈 수 없다고.

https://www.youtube.com/watch?v=kWY9mNMz4iI     


운동이 몸에 남긴 진실

지난 금요일, 스타트 연습을 하는 날, 사람이 적게 나와 3번 주자를 했다. 한 팔 자유형 50미터와 자유형 50미터로 이어진 세트 여섯 개를 먼저 했다. 이후 풀 위로 올라와서 스타트 이후 자유형 대시 네 개, 접영 네 개, 마무리로 평영과 자유형이 섞인 50미터를 했다. 할 때마다 전력으로 해서 그야말로 폐가 목구멍으로 나오는 기분이었다. 네 번째 접영을 하고 물 위로 나와 풀 사이드를 걸어 다시 스타트 라인으로 갈 때 문득 ‘수영 그만두면 살 엄청 찌겠는데.’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만큼 격렬하게, 열심히 했다. 다하고 집에 오니 등이 뻐근했다. (수영, 특히 자유형과 접영을 제대로 하면 등근육을 많이 쓰게 된다. 오히려 전면 근육은 평영 할 때 많이 쓰게 된다.)


이 글을 쓰는 토요일 오후에도 여전히 그 뻐근함이 남아 있다. 아침에 보니 어제의 수영 효과는 몸매로 나타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최상의 상태다. 사이즈는 줄었는데 몸무게는 그대로다. 지방은 태워지고 근육만 남은 것이다. 수영복의 끈을 꽉 조여줘야 할 정도로 뱃살도 빠졌다. 어제의 그 생각은 결코 허튼 생각이 아니다. 수영을 그만두면 수영만큼 격한 유산소와 근육 운동을 해줘야 이 몸매와 건강 상태가 유질 될 것이다.      


젊었을 때 수영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앞서도 말했던 것 같은데, 우리 수영장의 열한 시 클래스에는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는 거의 없다. 외모만 봐서는 두 명 정도 있는 것 같다. 샤워장에서 마주치는 어르신들을 보면 열 시 클래스에는 대여섯 명 있는 것 같다. 반면 여자는 많다. 최소한 열 명 이상이지 않을까? 지금의 나보다 나이가 들어 수영을 시작하면 늘지 않는다. 늘긴 늘어도 천천히 늘거나 실력을 향상하려는 의지가 적다. 내 나이쯤에 시작해서 현재 환갑을 넘은 사람들의 수영은 정체되어 있다는 말이다. 일전에도 얘기했듯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내가 다니는 수영장에선 그렇다. 워런 버핏이 말한 것처럼 오십이 넘어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시작한 운동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공부든, 운동이든, 좋은 습관일수록 일찍 들이는 것이 좋다. 당연한 이야기다. 꼭 갖고 있어야 할 좋은 습관 없이 어른이 되어버리면 언제, 어느 순간 우린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그 습관을 인위적으로, 급작스레 익히고 들여야만 한다. 그 습관이 인생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좋은 습관을 들이는 데 미룰 시간이 없다. 한시라도 일찍 시작한 뒤 익힌 후 평생 반복하여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아무나 평일엔 열 시에 자고 주말엔 쉬면서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무나 쉰이 넘어서도 청바지를 입고 몸매가 좋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과 호흡하며 운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쉰이라는 나이가 멀어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워런 버핏이 이 쉰이라는 나이를 콕 집어 말한 건 어쩌면 많은 젊은 사람들이 이 나이를 아주 멀게 느끼는 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쉰이라는 나이가 생각보다 빨리 당도하는 나이임을 주지시키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생각보다 쉰이라는 나이는 빨리 왔다. 그 나이가 되면 뭔가 많은 걸 이루고 많은 걸 가지고 있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저 함께 나이를 먹고 있는 재미있고 재치 있으며 제법 생각이 나와 비슷한 여자가 한 명-이 나이 들어 생각해 보니, 한 명이면 족하지 않나 싶다. 윤리적인 건 셋째 치고, 경제적이고 체력적인, 그러니까 여러 가지 여건을 두루 고려했을 때-있고, 자기 엄마만큼 웃기고 끈기 있으며 제법 머리가 잘 돌아가는,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모범생인 딸이 하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워런 버핏이 말한, 아무도 가져가지 못할 내 자산, 내가 공부한 것들과 읽은 것들, 그리고 운동을 통해 얻어진 그럭저럭 봐줄 만한 몸이 있을 뿐이다. 아무도 뺏어가지 못할 내 자산 증식을 위해 지금 해야 될 걸 하자. 쉰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면 더욱더,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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