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야한 농담들 48
수영장 강사가 하루 만에 원대 복귀했다. 사태의 전말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지난달 말일, 강사는 다음 달, 그러니까 새해부터 강사가 바뀌니 오늘이 자기와 마지막 수업일이라고 했다. 강사가 바뀐다 한들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이 수영장의 강사들 수준이 엄청 차이 나는 것도 아닌지라 나를 포함한 대다수는 적당히(?) 아쉬운 척을 했다.
알다시피 새해 첫 출근 날은 화요일, 매주 한 번 작업실에 가는 날이라 난 수영장에 가질 않았다. 어느 반 강사가 우리 반으로 왔으려나 궁금했지만 다들 연락처가 없으니 물어볼 사람도 없고 해서 하루를 꾹 참았다.
수요일에 가니 예전, 그러니까 내가 십 년 만에 다시 수영장에 등록했을 때 우리 반 강사였던 사람이 옆에 반에서 넘어와 우리 반을 맡았다. 그 사람 말고는 고급반을 감당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자유형 장거리를 많이 시키는 그 강사와 함께 올 해는 킥 능력을 향상하자고 내심 결심했었기 때문에 살짝 반갑기도 했다.
그렇게 몸 풀기로 자유형 250미터를 돌고 있는데 사무실에서 누군가 들어와 강사들을 부르는 게 보였다. ‘누굴 찾나?’, 잠시 생각하고 계속 돌았다. 다 돌고 와보니 작년의 강사가 우리 레인에 와 있었다. “사무실에서 원래대로 가랍니다. 다시 뵙습니다. 반갑습니다.”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사태의 전말은 도대체...
아줌마들의 쑥덕거림을 통해 파악한 바로는 이렇다. 내 매거진 <수영장에서 건진 철학>을 읽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가 귀여운 글래머라고 부르는 아줌마가 있다. 이 아줌마가 사무실에 가서 항의를 했던 모양이다. 왜 강사를 갑자기 바꾸었느냐고 말이다. 아니 그 밥에 그 나물, 그 수영장에 그 강사들인데 갑자기 바꾼 들 뭐 그렇게 대수인가 싶었는데 그 아줌마 입장에선 그게 또 아니었나 보다.
일단 그 아줌마는 말일에 오지 않았다. 그러니 강사의 예고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아줌마는 이 강사를 따라 계속 반을 바꿔왔던 것. 일종의 팬덤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 수상쩍은 장면들이 떠오른다. 강사가 팔 동작을 디테일하게 보여줄 때 종종 회원 중 한 명을 불러 일종의 교보재로 삼을 때가 있다. 이때 강사가 신체 여기저기를 만지다 보니 대체로 남자 강사는 남자를, 여자 강사는 여자를 부를 때가 많다. 그런데 이 강사는 특이하게도 이 아줌마를 자주 불러냈다. 아줌마가 성격이 좋은가보다 싶었는데 그게 또 아니었나 보다. 오해인가? 흠...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저렇게 지은 것이다.
며칠 전, 우연히 <전지적 참견 시점>을 보는데 네 명의 뚱뚱한 연예인이 홍콩 어딘가, 흔들리는 배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자기들을 구라걸즈로 묶어 부르는 이들은 이국주, 신기루, 풍자를 그 멤버로 하고, 여기에 이국주의 매니저인 상수리 매니저와 유병재까지 합세해 있었다. 이들이 이 배에서 한 저녁 식사 금액은 60만 원가량이었다. 이들이 1박 2일 홍콩에 머무는 동안 식비로만 100만 원을 썼다는 자막을 붙였다.
저녁으로 지난겨울 초입에 주문했던 양갈비 몇 쪽을 구워 먹고, 남은 맥주를 마시며 이 방송을 보던 나는 아내에게 무심히 말했다. "거 왜 욕구의 위계인가 뭐 그런 거 있잖아. 사람마다 그 위계가 잘 안 바뀌는 거 같아. 저 봐. 무지하게 행복해 보이잖아. 살이 찌다 못해 심지어 몸무게가 세 자리 숫자여도, 그 몸무게 때문에 배가 휘청거릴 정도인데도, 먹는 욕구가 가장 강하고 먹는 게 제일 행복하면, 그 행복이 가장 최상위 욕구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 그 순서가 잘 안 바뀐다고 할까? 그래서 어렸을 때 지적인 욕구, 공부하는 욕구 같은 걸 형성해놓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 새삼 그 욕구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내 말을 들은 아내가 물었다. "당신은 어떤 욕구가 최고인데?", "나? 나야 당연히 성욕이지. 수면욕이니, 식욕이니, 지적 욕구 따위는 비비지도 못해. 늙어서 힘 떨어지면. 뭐 그때 순위가 좀 바뀌려나? 그땐 뭐 맛 집 따위나 찾아다니겠지"
딸이 없는 -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딸은 현재 미국에 있다. - 주말 아침, 아내의 몸에서 한껏 뭉그적거리다 뱀처럼 미끄러져 내려왔다. 뜨거운 키스도, 절정의 오르가슴도, 최종적인 사정도 없는, 적당한 쾌감의 미디엄 템포로 채워진 긴 음미의 시간이었다. “커피 내려줄 게.”
섹스 이후의 나른한 시간은 음미할수록 그 맛이 더 깊어진다. 난 의외로 전희나 본론보다는 긴 후희와 그 뒤의 여운의 음미를 더 좋아한다. 사정을 하고 너부러진 뒤 정신 차리고 씻으러 가기 바쁜 것보다는 긴 음미를 더 좋아한다. 어쩐지 바로 씻으러 가는 건 동물적이다. 아니 사무적이라고 해야 하나? 약간 성과지향적인 것 같기도 하고. 여하간 누군가 그랬다. 그래서 안방에 샤워 시설이 있는 거라고. 더 길게 음미하라고 말이다.
그 뒤 다시 생각이 튀었다. 그 나른한 시간은 어쩌면 등산 후 마시는 막걸리랑 비슷한 거 아닐까? 정상에 오른 뒤 내려와서 땀이 식는 동안 술에 젖는 그 시간과 말이다. 오르가슴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동안 애인의 존재에 흠뻑 취하는 시간... 난 그 시간을 음미하는 걸 좋아하는지도. 주말인데 다들 뭐 하시나. 미세먼지도 많은데 실내에 머무시길. 실내에서... 뭐 다들 알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