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야한 농담들 47
남자는 밥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섹스를 할 수 있다는 말은 뻥이다. 섹스를 하면서 남자가 들고, 세우고 하는 것(?) 중에서 숟가락보다 가벼운 것이 있던가? 게다가 그것, 그러니까 내 것 상대방 것 할 것 없이 들고 세워야 할 모든 그것들은 숟가락과는 달리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숟가락쯤은 칠순이 넘은 장인어른도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우리 집 근처의 유명 국밥집에서 밥을 넘기는 백발의 노인들 중에 대신 밥을 떠 먹여 주는 사람은 없다. 이런 어르신들도 섹스를 위해 여러 세우고 들어야 할 것(?) 앞에선 낙담하실 것이다. 그러니 다시 말하지만, 저 앞에 말은 뻥이다.
섹스의 수고에 대한, 예전에 들었던 농담이 있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부장, 과장, 대리, 젊은 신입 사원이 퇴근 후 술을 한 잔 하고 있었다. 그때 부장님의 휴대폰이 울린다. 마누라다. 얼른 나가 받고 통화를 끝내고 들어오는 부장의 표정이 어둡다. 당연히 그 이유를 물었다. “오늘 밤이 그날이라고 빨리 들어오라 신다. 하... 차라리 야근을 하지. 힘들다 힘들어.”
부장이 막잔을 들이켜고 택시를 잡아타고 떠난 후 남은 세 사람. 불쑥 신입 사원이 묻는다. “나이가 들면 부인하고 섹스를 하는 게 정말 힘든가요? 의무방어전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거의 노동이겠네요?”, 그러자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과장이 말했다. “야, 일처럼 힘들고 하기 싫었으면 벌써 우리한테 시켰지 부장님이 직접 하시겠냐?”
결국 의무방어전이라는 말도 뻥이다. 일단 하기 시작하면 좋은 행위에 붙이기에는, 뭐랄까 어폐(語弊)가 있다고 해야 할까? 저 말에는 오래된 연인이나 배우자와 하는 섹스는 노동에 가깝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런가?
물론 나이가 들으니 이것저것 하기 싫은 것이 늘어난다. 하고 싶은 것은 새로 생기지 않는데 즐겨했던 것들이 하기 싫거나 귀찮은 것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앞선 글에도 썼듯이 섹스도 뭐 그런 것 중에 하나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충격을 준 건, 그러니까 ‘아니 이게 하기 싫다고?’, 스스로에게 놀람과 경악을 안겨 준건 운동이다. 집에 있는 무거운 것들이 들기 싫을 때가 있다. 귀찮은 거다.
집에 있는 바벨의 무게를 합쳐봐야 40킬로그램도 안 된다. 그야말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무게만 남겨 놨다. 이걸 가운데가 W자로 꺾인 이지바에 끼워 중량 스쿼트, 데드리프트, 숄더 프레스만 한다. 횟수 몇 개, 세트 몇 개. 그래도 예전엔 주 3회는 했다. 요즘엔 겨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특히 토요일에만 간신히 한다.
할 때마다 전력을 다하는 수영 탓이라고? 최근 그 좋아하는 수영도 ‘하~ 오늘은 가기 싫은데.’하는 생각이 들어 깜짝 놀랐다. 지 생각에 지가 놀랐다는 말이다. 그래서 안 갔냐고? 꾸역꾸역 갔고 가고 있다. 아직은 말이다.
그러고 보면 맥주 마시기나 책 읽기 같은 취미는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가벼운 취미 아닐까? 생각해 봐라. 책이 무거워봤자 얼마나 무겁겠는가? 최근 읽은 책 중 두꺼운 책이라면 존 맥피의 <이전 세계의 연대기>를 꼽을 수 있는데 온라인 서점에서 확인한 바로는 그 무게가 고작 1285그램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1킬로그램이 겨우 넘는다는 말이다. 그마저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보거나 허벅지에 내려놓고 보니 책을 들 힘도 필요 없다.
맥주는 또 어떻고? 최근 2리터짜리 PET병도 나왔다지만 그래봤자 2킬로그램이다. 하이네켄의 5리터짜리 케그로도 마신 적이 있지만 그마저도 처남이 산 후 초대해서 마셨지, 나라면 그걸 들고 올 생각에 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어떤 맥주든 잔에 따라 마시는 나 같은 사람에겐 잔을 들 힘만 있으면 된다. 중간중간 화장실 갈 다리 힘과 목구멍을 활짝 열 힘, 그리고 가벼운 안주를 씹을 턱 힘 정도만 있으면 된다. 그러니 독서와 맥주 마시기는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아니 어쩌면 고령 친화적인 취미 아닐까? 아닌가? 그것도 최소한의 건강이 있어야겠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힘 빠진 노년의 취미 유지를 위해 젊었을 때부터 책 읽는 버릇을 들여놔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겨우 걷고 먹고 할 정도의 나이가 되어도 책장 넘길 힘은 남아 있을 것 아닌가. 그러니 생의 마지막 취미로 독서보다 더 좋은 건 없지 않느냐는 말이다. 흠... 말해 놓고 나니까 어쩐지 설득력 있는데?
얼마 전 팀 버튼 감독과 모니카 벨루치가 사귄다는 소식을 접했다. 처음엔 이 뉴스를 접하고 두 사람 나이를 검색해 봤다. 팀 버튼이 65세고, 모니카 벨루치가 59세다. 뭐, 다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만났으니 이래저래 걱정할 것이 없지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두 사람이 시상식 레드카펫 위에 함께 서 있는 사진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모니카 벨루치가 어디 내일모레 환갑인 평범한 이웃집 서양 아줌마인가. 그 “모니카 벨루치” 아닌가. 저 히마리 없어 보이는 팀 버튼 감독도 성난 늑대로 변신시킬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마성의 매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아줌마 아니던가.
생각이, 또 여기에 미치니, 어쩐지 팀 버튼이 살짝 걱정된다. 잘 버틸 수 있으려나? 저 나이 정도 되어서 연애를 시작하면 남자의 부실함도 자연스레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지나? 그런 거 없이 플라토닉 한 관계를 유지하며 남은 세월의 동반자로 함께 할 수 있는 건가? 이런 걱정들이 스쳤다. 어떤가? 그런 것 같나? 잘 모르겠다.
이 글의 결론? 그러니까 뭔가 하기 귀찮다고 하나둘씩 내팽개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것이다. 앞서 다른 글에서 썼듯이 평생 현역으로 살려면 지금 이 순간도 현역으로 살아야 한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꾸준히. 환갑 이후 이십 년 쉬었다가 다시 노래를 부른다고 팔순이 내일 모레인 윤복희 선생님이 갑자기 노래를 잘 부르실 수 있었을까? 한번도 은퇴를 생각하지 않고 평생 현역으로 사셨으니까 지금도 현역이신 것이다.
내일모레 환갑이어도 지나가는 이십 대 청년도 뒤돌아보게 할 정도로 매력을 유지하려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숟가락보다 더 무거운 걸 들고 세우려면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들고 세워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몸에 좋다는 거 때려 먹는다고 될 게 아니라는 말이다.
어느 순간 힘에 부친다고 하나 둘 놓아 버리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아무쪼록 현역 생활을 오래 하시기 바란다. 뇌도, 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