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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샤 Mar 22. 2024

요가를 통한 내면여행

현재가 바뀌면 과거도 바뀐다

Yoga chitta vrtti nirodhah

요가 칫따 브르띠 니로다하

: 요가 마음의 작용을 멈추다.

요가 수트라 1장 2절, Yoga chitta vrtti nirodhah 란 말이 있다. 마음 작용을 멈추다는 뜻이다. 아니 저절로 일어나는 마음을 어떻게 멈추란 말인가? 처음 들었을 때는 생각을 멈추는 거구나. 마음을 없애라는 말이구나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요가와 삶을 같이 산지 13년 차가 되고 보니 이 말 뜻을 알게 되었다. 멈추다의 의미는 바깥으로 향하는 마음을 내면으로 향하게 돌리라는 뜻이란 것을 말이다.

아버지가 산으로 떠나고 나는 엄마랑 둘이 살게 되었다. 엄마는 회사생활이 바빴고 전화를 못 받는 날도 자주 있었다.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외로움을 느끼며 살았던 것 같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고요한 적막이 싫어 티비를 보지 않아도 계속 틀어놨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아침 해가 뜨는 시간이 다되어서까지 엄마가 집으로 오지 않아 선잠을 자다가 깨서 패딩을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갔던 날이 있었다. ‘교통사고가 났으면 어떡하지, 오다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하며 부정적인 생각과 불안한 감정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밖을 헤매며 돌아다녔던 날이었다.

엄마를 못 만나고 집으로 돌아와 아침 등교 준비를 하던 차에 엄마가 도착했다. 엄마는 말했다.

“그냥 자고 있지 뭘 그렇게 기다리고 그래~”

사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종종 있었던 일이었다. 엄마는 나의 행동을 답답하게 바라보며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내 감정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무심한 엄마가 미웠다.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그런 감정적인 충돌이 있었다. 그래서 사적인 대화도 점점 줄어들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엄마의 그림은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엄마는 쿨내 진동하는 사는 게 바쁜 사람이었다.

아마도 어떤 사람은 그때의 그 상황에서 ‘엄마가 많이 바쁜가 보네~’하고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시간들이 너무 심각했고 힘겨웠고 어디에도 말할 수 없던 일이었다. 나는 엄마가 그리웠고 또 밉기도 했다. 그 밑바탕에는 엄마가 나를 놓고 떠나버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 정도로 매정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의 마음에서는 혹여나 내 사람이 사라질까 봐, 내가 혼자가 될까 봐 무서웠던 것 같다. 이 뿌리를 보고 많은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그때의 내가 안쓰러웠고 그럼에도 애쓰며 사랑받고 싶어 하던 나를 보니 가슴이 아린 듯 시렸다.

그 시절 내가 원했던 건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내가 나를 잘 챙겨줬으면 좋으련만 그때는 방법을 몰랐다. 어떻게 하면 엄마를 기쁘게 해 줄 수 있을까? 이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때 감정 해소를 충분히 하지 못해서였을까? 그 결핍 때문이었을까? 가끔은 ‘관심받고 싶은 나’, ‘사랑을 못 받은 나’, ‘외로운 나’ 내가 어렸을 때 설정해 놓은 ‘나’가 불쑥 올라와 바깥사람들에게 인정. 칭찬.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 사람은 그냥 관심이 없는 거뿐인데 ‘부족한 나’가 나오면 저 사람은 왜 나를 미워할까로 가버린다. 저 사람은 가볍게 한 말인데 ‘부족한 나‘는 저 사람은 나에게 무례해. 친절하지 못해라고 평가해 버린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두 번째 문제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면 피하는 게 맞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은데 나만 그 부분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를 바라봐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다. 그 결핍은 스스로 채워야 한다는 것을. 다른 누구도 해줄 수 없다. 이미 충분히 해봤고 내가 만족하지 못했다. 결국은 내가 해줘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지금의 나는 스스로에게 따뜻한 말을 자주 건넨다.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면

“완벽해. 멋지다. 너무 잘하고 있어.”라고 얘기해 주고, 계획한 일을 나의 게으름으로 실천하지 못해도 자주 봐준다. 그리고 응원해 준다.

“이미 잘하고 있어. 괜찮아!!”

라고 말이다.

요가를 안 했으면, 내면을 바라보지 못했으면, 평생 다른 사람 탓만 하면서 내면 깊은 곳의 나의 결핍은 알아주지 못했을 거다. 이렇게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나를 응원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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