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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이서 Apr 10. 2024

사소한 이 하나가 지구를 살릴 수 있다면

지구의 쓰레기에 관한 환경문제는 이제 보편화된 사안이다. 적어도 한국의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쓰레기분리수거를 하고 어떤 쓰레기가 태워지고, 묻히고, 재활용하여야 한다고 어느 정도 숙지 되어있다. 일단 쓰레기를 잘못배출하면 무섭게 눈에 띠는 붉은 스티커를 붙인 수거해 가지 않은 배 터진 쓰레기봉투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장을 드러낸 쓰레기봉투는 나의 잘못을 배를 갈라 보여주듯이 호러영화의 한 장면처럼 외면하기 어렵게 조치된다.


생활 쓰레기 분리수거는 우리 일상생활에 이제는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다. 그런데 우리가 평소 잘 인지하고 있지 않은 쓰레기가 있다면 그건 건설폐기물이다. 한국에서 한 해  배출된 폐기물의 44.5 % 건설폐기물이라 한다. 전체 폐기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우리가 암암리에 행하지 않았을 때 죄의식마저 주는 생활쓰레기가 아니란 이야기다.  건설폐기물? 그건 나랑 상관없는 것인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대규모 아파트가 지어질 때 기본으로 되어 있던 인테리어를 모두 뜯어내고 다시 하는 상황을 기억해 보면 과연 그럴까? 나는? 나의 부모님은? 그 주범에서 과연 벗어냐 있을까? 주거가 아니어도 임대사무실도 이사 갈 때 원상복귀 차원의 뱉어내는 쓰레기 양을 보면 엄청나다. 양만큼이나 그 쓰레기를 버리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나는 돈을 치렀으니 할 일 다 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딘가에 그것들은 쌓이고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사용연한이 다된 것들은 당연히 후락해지고 버려야 하는 정도에 도달한다. 그 공간을 쓰는 용도와 프로그램이 달라지면 당연히 기존의 공간구조를 만들었던 벽도 달라져야 하고 사용자 저마다의 취양도 있고 해서 당연히 철거되면서 발생되는 쓰레기는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없을까?

2011년~2023년 이전의 전아키텍츠 사무소. 천장의 스테인리스 프레임과 폴리카보네이트 슬라이딩 유리문의 금속하드웨어 새 빌딩으로 재활용 이전 사용 사진@전이서 

건축설계를 하는 나는 설계단계에서 이 부분에 아주 오래전부터 ‘할 수 있는 부분만이라도 해보자’ 라며 해왔었다. 부분의 활용이다. 예를 들어 건축에서 공간을 구성하다 보면 문은 필수불가결한 건축요소이다. 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틀, 문, 그리고 손잡이 등과 같은 하드웨어’로 구성된다. 문이 제대로 지탱하려면 문틀은 수평, 수직이 정확히 맞아야 하며, 건물의 구조체에 잘 접합이 되어야 한다. 공간의 용도가 바뀌거나 달라지면 문의 위치도 바뀌게 된다. 이때 구조틀에 해당하는 문틀은 재활용하기 어렵다. 세우는 것, 지면과 천장과 고정돼야 하는 건축요소들은 한번 뜯기면 재활용되기 어렵다. 그러나 문짝과 하드웨어는 재사용이 가능하다. 


유리벽을 생각해 볼까? 보통 유리는 운반을 위해서 어느 정도 크기 이상으로 제작되지 않는다. 대형 통유리가 가능하지만 이것은  제작에서부터 운반까지 고려해서 특별한 디자인상 필요할 때 외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금액도 아주 많이 높아진다. 이렇듯 대다수의 유리벽, 유리문들은 보편적 치수인 90 cm * 2.4 m 내에서 왔다 갔다 한다. 건축 관련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은 당연하게 간격을 나눠 디자인하며 그렇게 이형치수를 최소화하여 현장에 설치된다. 이는 이전설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것을 잘 활용하지 않았을까? 이전 설치비가 더 든다는 논리가 늘 우선되어 왔기 때문이다. 재활용이 가능함에도 가서 뜯어서 옮겨와야 하니 그 비용이 새로 설치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논리이다. 과연 그럴까? 제작비용이 적어도 반은 줄어드는데 그럴 수는 없다. 다만 인건비가 더 들고 과정이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그 비용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구를 생각면 그렇게 쉽게 결정하고 버릴 문제일까.? 버려지고 또 버려지는 것들이 이 좁은 땅덩이에서 쓰레기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현실이 그리고 그 침범이 재앙처럼 올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천장재는 새로운 사무실로  5개의 화장실 공간으로 분할 이전되어 13년을 넘어 생명을 연장하게  되었다. 사진@전이서

설계가 주업이다 보니 새로이 사무소 이전이 있을 때 사무소 설계를 하는 경우도 꽤 많다. 대체로 임대사무소를 들어가는 이전할 때를 고려해서 디자인을 하곤 했다. 물론 실제 시공에서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예초의 디자인에서 애쓴 것에 비해 많지 않았다. 그러나 늘 시도했다.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에서는 불가능할 때가 더 많아서, 내 사무소 이전 때 그것을 실행했다. 개업을 할 때 있던 오피스텔에서 옮겨 처음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들어가는 사무소를 설계할 때 임대사무소임을 감안하여 나중에 이사 갈 때  해체해서 재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물의 디테일을 만들었다. 공종도 단일화하려고 철물공정으로 일원화하였고, 경량철물로 계획하였고, 나무 등도 공장제작을 해서 현장 조립으로 가능하게 설계를 하였었다. 그렇게 시도되었던 것이 바로 이전 양재천변 사무소였다.  이번 사옥으로 쓸 건물을 설계하고 세우면서 그곳의 천장재료들을 가져와 다른 공간의 천장에 분할적용하여 잘 활용하였다. 유리도아 하드웨어를 우드도아 하드웨어로 변용해서 설치하였다. 기존의 천정재는 새로 만든 나무문의 유리 부분을 대체하여 특별한 문이 되었다.

새 빌딩(우주현)에 적용된 모습, 이전사무실 천정재는 화장실 천장에 사용되어 조명교환과 환기시스템 점검이 용이한 기능성천정으로, 자연채광을 들이는 문의 반투명 소재로  전용됨 

처음 이 시도를 하면서 겪었던 중요한 사실이 있다. 2011년에 개업하고 처음 인테리어를 제대로 한 사무소로 이전을 하였는데, 앞에 말한 것처럼 해체조립이 가능하게 설계를 하였다. 그러나 정작 시공 때 현실은 크게 철물을 크게 잘라와 다 현장용접을 하는 것이다 내 예상은 빗나갔던 것이다. 공장에서 조립가능하게 딱딱 맞게 제작해 온다는 것이 이 정도의 규모의 시공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즉 산업화된 건설시장이 우리나라에 부재한 현실을 마주했던 경험이다. 설계사무소를 열면서 내가 꾸준히 지키고자 했던 철학은 내가 설계한 도서는 그 어떤 시공사라도 내 설계의도가 잘 구현되게 할 설계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설계도를 만드는데 정성을 기울였고 특히나 완성도를 높이는 디자인 디테일을 찾고 그것을 자부심으로 가졌었다.


 그런데 내 작은 사무소를 하면서 시공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어느 수준 상관없이 완성도 높은 설계도서를 만드는 것 이전에 건축규모, 시장에 따라 현장에서 잘 이해하고 잘 적용할 수 있는 설계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시공현실에 맞게 적정한 수준의 설계도서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경험 이후에는 잘 그린 도면이 아닌 쉽게 읽히고 잘 만들 수 있는 설계도서를 만드는 방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주현의 거실 


그런 경험으로 새로운 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다 용접되어 버린 구조물들을 ‘재활용하기 어렵겠구나’하며 낙담하며 포기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새 빌딩의 화장실 천장재료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사무실에 앉아 천장 그리드를 쳐다보니, 그 그리드 천장 모듈치수가 새로 지은 빌딩의 화장실들의 폭에 맞겠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유레카! 그렇게 내 사무실 천장으로 쓰였던 슈퍼미러후레임과 렉산 폴리카보네이트 천장은 새로운 건물의 화장실들의 아름다운 천장이 되어  보통의 근생건물의 화장실과는 차별화된 디자인화장실의 몫을 톡톡히 하게 되었다. 2011년 여름에 설치되었던 건축재료와 디테일이 12년이 지난 2023년에 이전해 와 또다시 좋은 공간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 일부는 앞에서 말한 새로운 문으로 전용되었다. 내 건물을 지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철학을 하나 실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참 뿌듯해하게 하였다. 또 하나  이 사소한 것 하나가 내가 지구를 지키는 한 점을 찍었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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