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현’宇宙現 이 되기까지
내 집짓기의 첫 집의 이름은 ‘우주현’이 되었다. 우주현宇宙現 뜻은 ‘공간과 시간이 삶으로 나타나다.’이다. 이 이름으로 되기까지 많은 단계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건축물의 이름 짓기는 언제부터 시작될까?
건축가로서는 답한다면 그 프로젝트가 ’ 시작될 때부터 시작된다.‘ ’ 시작된다 ‘라 한 이유는 프로젝트가 하나의 완결의 작품이 될 때까지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설계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을 한다.
건축물의 이름 짓기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1. 쉽게 불리고, 기억하기 좋게 지어지기도 하고 ( 대상지 주변에 대표하는 나무나 숲, 강 등등)
2. 건물을 지었으니, 앞으로의 기원을 담기도 하고 ,
3. 집주인이나 건축가의 인생을 관통하는 인생철학을 따라 지어지기도 하며
4. 건물의 물리적인 특성을 대표해서 지어지기도 하고
5. 건축가가 본 건물을 설계할 때 담은 이상이나 내재되어 있는 속성을 대표해서 짓기도 한다.
기억해 보면 , 나도 위의 종류별로 왔다 갔다 했었다. ‘우주현’은 처음에는 2021년 땅에 대한 등기를 하고 건축설계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모멘트라이프 moment life >' 라 이름이 불리었다. ’ 삶의 순간‘ 이란 의미다. 우리네 삶이란 저마다 엄청난 의미와 역사를 가지는 듯 하나, 범 우주적으로 보면 찰나에 불과한 한 점들이라는 것, 우리가 만나는 사건사건의 순간이 모여 삶이 되는, 순간의 가치에 의미를 둔 내가보는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담았었다. 처음에는 4번으로 시작되었다.
그것이 1년 후 착공시점인 2022년 봄에는 ‘체리하우스 cherry house '가 되었다. 이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좀 더 쉬운 이름이 좋지 않을까? 둘째는 ’ 한그루 정원 ‘이라는 작은 필지에서 정원이 가지는 의미를 나무 한그루로 그 역할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다는 건축적 방법론에 의해서였다. 우선 양재천은 벚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진정한 체리블라썸 cherry blossom 특징을 가진 곳이기 때문이었다. 지역의 가장 큰 특징을 끌어와 쉽게 불리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였었다. 1번의 단계였다.
그것이 그해 여름에 읽은 김영하의 책에서 ’ 우주 宇宙‘ ’ 우宇 ‘집’의 대들보에서 비롯된 글자로 ‘공간’을 뜻하고, ’ 주 宙 밭에 싹이 움트는 모양에서 온 것으로 ‘시간의 변화’를 의미한다. 오! 이런 우리가 아는 <우주> 란 의미가 이렇게나 내가 하는 일과 딱 맞아떨어지라는 것을 이제 알았다니 하면 ‘유레카’를 외치며 란 구절을 접하고 ’ 집우집주 ’의 이름으로 잠정적으로 정해졌었다. 그러나 <집우 집주> 내 건물적 특성이 그리 고전적이거나 한국적인 면이 없는데, 현대적 건물에 넣기에는 전통적이고 올드한 느낌이 앞서서 불협화음이 일었다. 그 의미는 가져가되 이름으로 지어질 방법이 없을까? 하며 여러 이름으로 등장했다. 보통 집에 많이 붙여지는 한자가 <집제 , 집헌 > 등이 있어서 <우주재, 우주헌> 이란 이름이등 작했다. 이때부터는 완공에 가까워 오면서 건물의 이름이 더 큰 시간으로 나의 머리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중에 이 빌딩의 이름은 < 우주현>인데 < 우주헌>으로 알아듣는 분이 많다. 우주헌 이면 <집, 집, 집>인데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
그러다 내가 하는 건축의 속성, 삶을 담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 건축의 속성이 이 건물에서 <나타날 현>을 나타난다는 동사를 넣었다. 나의 작업은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주현> 아 되었다. 당시 빌딩의 사업자 등록증의 이름이 바뀐 시기가 그 결정을 말해준다. 2023년 2월이었다. 이 이후로 나는 이 이름에 대해서 한 번도 후회가 든 적이 없었다. 너무도 이 건축물이 담는 이야기, 행위, 의미를 잘 담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러게 말할지도 모른다. 꼭 그렇게 의미부여를 해야 하는가? 의미부여가 아니라 건축가의 집 짓기는 그 시작에서부터 끊임없는 생각을 담는 과정의 결과이고 그것을 말해주는 것이 건축물의 이름 짓기의 과정에서도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