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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이서 Aug 11. 2024

멈췄다. 다시 쓰기

글의 톤엔 메너를 어떻게 해야 하지? 한참을 망설였다.

'한참을 망설였다.  

글의 톤에 매너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결정이 나지 않아서였다.

집짓기를 하면서 매일 일어난 일을 일기처럼 쓰는 글이라면 그건  우리가 쓰는 감리일지와 별 다를 바가 없고,  그렇다고 무슨 무슨 사용설명서와 같은 무미건조한 리스트형 글은 나 자신이 거부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마음속에 늘  <내집짓기> 가 돈이 많이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냥 사회적 위화감이 들것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 내집짓기는 우리가 아파트 집 한 채를 그리는 꿈과 비슷한 것일 수 있는데, 혹여 다르게 생각될 것을 걱정했다. 아마도 이는 내가 건축가이기에 건축의 사회성에 대한 생각을 저버리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한다.


<내집짓기는 처음이라>는 건물을 짓기 시작하면서 그 글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건물의 골조가 끝나고 세부적인 공사가 시작될 쯤에서부터는 현장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집중 투여해야 했다.  나는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서 써오던 글쓰기는 중단하여야 했었다. 사실 글쓰기뿐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일정, 외부 활동 일정을 다 멈추었다. 글쓰기는 내가 가진 시간에 끼워넣기에 우선순위에 들 수 도 없었다. 또 하나 집짓기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서, 그 당시 감정을 그대로 글로 쓴다면 사람들이 내집짓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 그조차 건축가로서 할 짓은 못되리라 생각이 되어 더욱 글쓰기를 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흔히 내집짓기, 건물 짓기를 한다면 마치 돈 있는 사람들의 점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아니면 임대료로 부를 착취하는 건물주? 그러나 앞으로 이것도 우리가 불식시켜야 할 선입관이다. 도시에 내집짓기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넘치는 돈을 가지고 집을 짓지 않는다. 해보면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또한 임대료를 착취해서 부을 축적 해야지 하고 짓지 않는다. (좋은 건축, 잘지은 건물일수록 이런 마인드로 시작되고 진행되는 건물은 없다. ) 내 건물을 지으려고 땅을 찾아다니면서 너무 후진 건물임에도 위치가 좋다는 이유로 임대자에게 의존하여 부를 축척할 것 같은 건물들도 정말 많았다. 그러나 이제 이런 건물들은 앞으로 도시에서 도태될 것이다. 아니 도태되어야 한다.


내가 만난 클라이언트나 집짓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삶을 담아낼 곳이 필요해서 내 집 짓기를 시작하고 싶어 했다. 내 주변만 봐도 내집짓기를 시도한 사람들의 그 시작에는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동료 건축가 부부들의 경우 둘 다 일하는 데 아이들을 캐어하기 위해서 집과 사무실을 합쳐야 그나마 하는 상황에서 집짓기(집+사무실)을 시도했다. 이와 같은 이유의 절박함이란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은  다들 이해할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이 어릴 때 내 아파트 밑에 구멍이 나서 바로 밑이 내 사무실이면 정말 좋겠다는 꿈을 꾸고 또 꾸었었다. (사실 나이가 든 지금도 유효한데, 나는 일과 일상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왔다갔다 게을러서? )이런 유형의 도심의 건축물들이 많아질 필요가 있다.


분가를 했다가도 나이 드신 부모님을 부양하기 위해서 다시 모이는 가족을 위해 아파트를 팔고 다가구, 다세대를 짓기를 선택하는 분들이 보았다. 아니면 자식들은 분가하고 퇴임 후 노후에 공간의 규모는 줄이되  삶의 질은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주거와 은퇴 후 조금이라도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한 내 집의 수요가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 건축물들이 예전보다 양질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면, 도심과의 접점의 곳곳에 아름다움을 제공한다면 내집짓기를 했음에도 그 혜택을 임대로 내놓는 다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어진다. 사무실이 잘 지어진 건축물이면 그 가치를 향유하는 것은 나만이, 내 식구만이, 내 사무소직원만이 아닌 것이 된다. 잘 지어진 건물을 그곳에 기거하는 사람들뿐아니라, 잠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도,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존중감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시대에 건축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그것이 사적인 건물일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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