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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은 Dec 04. 2019

서비스 디자인이 공공의료와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HUDC의  2019 시민공감 서비스디자인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시민공감 서비스 디자인 센터에서 지난 11월 28일에 시민공감 서비스디자인 페스티벌을 개최했습니다.

의료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디자인으로 우리의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 본 행사는 총 8개의 강연 세션과 서비스디자인 미니 워크샵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중 특히 인상적이 었던 부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19 시민공감 서비스디자인 페스티벌 연사와 주제

서비스디자인으로 우리의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을까?


1. 우리 마음의 다양한 모습과 정신건강 서비스_서울시 정신건강 복지센터 이해우 센터장

우리 마음의 다양한 모습과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서울시 정신건강 복지센터 이해우 센터장님의 이야기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하루 평균 3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한국의 현실

정신질환에 대한 주변의 부정적인 인식 등에 대한 이유로 치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인의 보건/의료적 치료와 복지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 의식의 개선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면 이를 위한 기관과 서울시의 노력에 대한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2. 사람 중심 서비스 디자인의 가치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_고운정 시민공감 서비스디자인 센터 팀장

비슷한 맥락으로 고운정 서울의료원 시민공감 서비스디자인 센터의 팀장 역시 '신체의 건강은 정신건강과 사회적인 건강과 함께 해야만 한다'는  WTO의 건강에 대한 정의를 소개하며 세션을 시작했습니다.

서비스디자인의 개념을 처음 듣는 청자를 위해 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를 간략히 설명하고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였습니다. 에스노그래피를 통해 사용자를 이해하고 문제를 파악한 후 이해관계자와 함께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여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들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원칙들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Co-Creation, Co-Design 소개

ㅁ서비스디자인 원칙

대화, 관찰을 통해 문제의 실상을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함께 디자인하면서 다양한 시각을 얻고 신뢰를 쌓으며 서로 배워나가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시각적인 부분을 활용하여 소통하기

반복적인 테스트로 검증하기


ㅁ마음건강 헬스케어 디자인에서 고려할 점

공감을 통해 제공자적 관점보다는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고민하기

존중의 태도와 경청과 통해 통해 친근하고 따뜻한 관계가 중심이 되는 서비스를 고려하기

디지털이 아닌 실제 삶에서 더 나은 경험을 고려하기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 우울증 환자가 아닌 시민 가족, 이웃으로, 편견 없는 관점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기


3. 청소년의 마음건강을 위한 서비스디자인_명지병원 정신과 김현수 교수

명지병원 정신과 김현수 교수님은 청소년의 마음건강을 위한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세션에서 수많은 청소년과의 인터뷰와 워크샵을 통해 청소년들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욕구 문제점 등에 대해 소개해주셨습니다.


4. 서비스 디자인을 통한 런던 Lambeth의 정신건강서비스 혁신_Living Well 실무 Stacey Hemphill

영국의 Living Well에서 일하고 있는 Stacey Hemphill은 서비스디자인을 활용한 영국 Lambeth 지역의 정신건강서비스 혁신 사례를 소개하였습니다. 17세 때부터 고령자의 건강관리 경험을 했었고 심리상담을 전공한 Stacey는 영국의 Lambeth라는 지역의 공공기관에서 지역민의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역악한 환경과 시스템으로 인해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Lambeth living well network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ㅁLambeth BG

영국에서 44번째로 빈곤한 지역

정신질환자의 수가 영국 전 지역 평균보다 높고, 인구의 60퍼센트는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

정신건강에 소요되는 예산에 비해 프로그램이 잘 시행되지 않는 문제점

ㅁSystem

미비한 치료 등을 이유로 병원을 전전하는 사람들, 제대로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팀별로 업무 연계 부족

건강관리 프로그램 간의 연결성 부족, 평가체계도 부족, 퇴원 후의 지원 부족

ㅁStaff

시스템의 문제로 실무자의 좌절감과 과다한 행정업무로 인한 번아웃

헬스케어 직원들 이직 사례 많음

필요한 일을 하려는 시도가 동료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


위와 같이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신질환자와 직원 등 힘든 상황에 있는 누구나 찾아와서 이야기할 수 있는 Community를 만들어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혁신하려고 시도했습니다. 보건 복지사, 자선단체 관계자, 의사, 정신병 환자 등 모든 사람들을 모아 논의를 시작했고 그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위계와 편견 없이 평등하게 만나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결국 다양한 목소리를 프로그램에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시도는 (Stacey의 말에 따르면) Magical 한 변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기존 조직 사람들이 방문자를 환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대하게 되었고, 인싸이트를 적극적으로 말하는 능동적인 업무태도를 보였습니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았고요.


ㅁ서비스디자인 원칙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함

합법적인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승인과 허가가 필요함

결과물이 실제로는 효과가 없거나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함

이런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함

Co-Production 원칙

5. 서비스디자인 비하인드 스토리_The Care Company 팽한솔 이사

이어진 세션에서는 팽한솔 The Care Company 이사님이 서비스 디자인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주제로 진행했었던 다양한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었습니다. 병원 서비스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단지 병원에 방문했을 때의 경험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방문하기 전의 과정부터 병원 방문 후의 후속조치에 대한 고려가 되어야 합니다.


방문 전: 접근성을 높여서 가장 덜 아픈 상태로 병원에 방문하게 하는 방법

방문중: 감염과 외래환자의 대기 문제, 업무 종사자 경험, 응급센터 등

방문 후: 퇴원, 진료 후의 환자 모니터링


여러 사례 중에 마음건강과 관련된 은평병원 급성기 정신질환 강제 격리실 개선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좁고 삭막한 환경의 정신병원의 강제 격리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을 확인하여 공간뿐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환자 및 의료진 보호하도록 하는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후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부분을 확인하고 인터뷰를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의료진과 함께 개선안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은평병원 급성기 정신질환 강제 격리실 개선 사례


6. 인지심리 관점에서 바라본 어르신 치매에 필여한 서비스_인지심리학 박사 박서진 Biznight 대표

박서진 Biznight 대표님은 인지심리 관점에서 바라본 노인 치매관리 서비스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셨습니다. 노인이라는 단어로 고령자 퍼소나를 뭉뚱그려 표현하는 것은 다소 추상적인 부분이 있으며 경제, 인지, 행동, 정서, 생리적 측면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노인의 상태를 구분하여 정의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퍼소나가 더 세분화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사회 환경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퍼소나를 구체화하기 위해 치매환자의 분포와 유형을 분석하여 인과관계를 찾는 등 정량적 데이터를 활용하였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방문, 인뎁스 인터뷰 쉐도잉, 약도 그리기 등을 통해 치매환자의 공간 인지 정도를 파악했고 이를 통해 주요 거점지를 파악했습니다.


ㅁ 조사 결과

치매 노인은 고립된 섬처럼 지냄

골목과 골목, 사람과 사람, 집안과 바깥 등을 이어 줄 필요가 있음

문맹률이 높아 글자로만 길을 안내할 경우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숫자와 기호로 안내할 필요


ㅁ 해결방법

골목을 헤매는 사람들을 케어해 주는 사람에게 Benefit을 제공함

ex) 동네 슈퍼마켓이 거점지가 되어 골목을 헤매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역할을 주고, 치매환자의 생필품 구매를 해당 슈퍼마켓에서 주문함

이동 거리를 재고 동네를 구획별로 나누어 표지판을 만들고 산책로를 구성함  


7. The End of Life care Project_ Helix Centre 시니어 디자이너 Ivor Williams

마지막으로 영국 St.Mary's Hospital의 Helix Centre 시니어 디자이너이자 Human Engineering 디렉터 Ivor Williams이  Mindfulness for Palliative care라는 사례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해야 하는 사람들이 더 안정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마음 챙김 서비스입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베테랑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임종을 앞둔 환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간호사의 정신건강관리도 중요하다는 통찰을 얻었다는 부분입니다.


ㅁinsight

죽음을 앞둔 환자는 신체적 고통, 정신적 불안감을 관리하도록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아 정신건강을 관리함

의료전문의와 간호사들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 대한 공감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음

완화 치료사의 번아웃률이 60%대로 높은 수치 (종양 관련 간호사의 번아웃률은 40%대)

환자의 경우 존재에 대한 불안이 큰데 간호사가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면 더 큰 불안감을 느끼고 이것이 반복되는 poor Cycle이 발생함


이에 따라 환자와 간호가 양쪽 모두가 서로를 도울 수 있는 통합된 기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Co-design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음악으로 우울증 치료를 할 수 있는 Cove, NHS 승인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건강서비스로 제공


미니 워크샵

이렇게 총 7개 세션이 마무리되고 간단한 QnA 시간을 가진 후 신청자에 한해 미니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QnA 시간에 선정된 질문을 한 질문자에게 심리와 관련된 책을 선물로 줬습니다. 가장 심플하게 생긴 책으로 골랐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보기 예쁜 책이 재미도 있다는 뇌피셜이 또 한 번 맞아떨어졌죠.

정신과 의사와 우울증을 앓는 환자인 작가 사이의 대화인  ' 당신이라는 안정제’라는 책인데 뻔한 위로의 글이 아니라 더 와 닿네요.  알라딘 온라인 서점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0114047


우울증을 앓고 있는 청소년, 치매 노인,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가장 등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는 퍼소나 중 한 명이 표시된 문서를 주고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작은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1. 퍼소나를 리뷰하면서 ‘문제' 지점과 '기회’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캐치하여 메모

2.  Insight를 기반으로 구글 벤쳐스의 스프린트에서 나오는 Ideation 방법인 Crazy6 진행
*원래는 crazy 8인데 시간 관계상 줄인 듯. 사실 짧은 시간에 8개를 만들어 내는 것은 본 영역에 익숙하거나 훈련된 사람이 아니면 어렵더라고요.

3. Idea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 팀원들과 공유

4. 합의를 통해 공유한 Idea 중 2~3개를 골라 발전시킨 후 전체 공유

워크샵 내용 공유 와 QnA

저가 속한 그룹의 퍼소나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17세 여고생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을 다년간 교육하는 일을 했었으나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감정의 변화가 심하고, 또래 집단이 중요하며 아직 자아나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그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진로 상담을 할 때마다 어설픈 조언이나 위로 따위를 해서 혼란을 가중시켰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진지한 고민을 했지만 우리 퍼소나를 고립이 없는 곳으로 이끌어 주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는 경험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팀을 잘 만난 건지 적극적으로 메모 내용들을 분류하여 어피니티를 하는 등 목소리를 내어 리딩을 하시는 분이 계셔서 무사히 발표까지 마쳤습니다.





이해관계자가 함께 디자인합니다.

전체 강연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Co-Design과 Co-Creation인데요. 이해관계자를 서비스디자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서비스 대상자의 니즈를 반영하고 실효성을 높이는 이런 과정은 서비스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서비스로부터 영향받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긴 정말 의미 있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이해관계자의 집단 사고를 이용한 Co-Ideation은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으며 결과물에 따라 Community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UX/UI 디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의료, 헬스케어 분야에서 높은 서비스디자인 리터러시가 필요합니다.   

질병의 치료 위주의 시대에서 질병의 예방과 치료 후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쪽으로 건강관리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면서 이제는 병원 내원 시의 경험 외에도 환자의 경험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와 경험을 가진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시민공감 서비스디자인센터와 같은 기관과 이날의 연사님과 같은 분들의 노력으로 서비스디자인 사고가 깊숙이 스며들기를 기대합니다.


성의 있게 잘 준비된 행사 외에도 맛있는 빵과 커피, 깔끔하고 실용적인 굿즈(에코백, 보온병)는 감동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정동 1928 아트센터'라는 공간의 선택에 박수를 보냅니다. 덕분에 맑은 날씨에 돌담길을 따라 걷는 호사와 운치 있고 의미 있는 공간에서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동 1928, 케이터링, 굿즈

건강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지만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적 지지'에 대한 고민이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혹시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 참석했습니다. 많은 관계자들이 의료 분야에 서비스디자인을 시도하고 또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자신감도 생겼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도 떠올랐습니다.

좋은 행사 감사합니다.



서울시(서울의료원) 산하의 '시민공감 서비스 디자인센터’는 공공의료 서비스의 개선과 혁신을 위해 2015년 개소하였습니다. 병원의 대기 공간이나 진료 프로세스 개선부터 정신병원에는 인식개선과 자연을 이용한 힐링 프로그램을, 지역사회를 위해서 장례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시민공감 서비스 디자인 센터 홈페이지:  http://hudc.seoulmc.or.kr/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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