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교감 나누는 숟가락 식사법
혹자는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고들 하지만...
나는 8년 전에 우리 귀염 댕댕이를
지갑으로 낳아 사랑으로 키우고 있다.
애지중지 키웠더니 지가 무슨 사람인 줄 아는지 사료는 그저 입가심 정도로 예의상 먹어 준다.
입도 어찌나 짧은지 아무리 맛난 간식도 먹다가 얼굴을 홱 돌린다.
어쭈~ 내가 벌벌 떠는 줄 벌써 알아버린겨? ㅋ
사료도 잘 안 먹는 우리 댕댕이를 위해서 특단의 조치로 내가 댕댕이 영양죽을 개발했다. 음... 가족이니까~~
언젠가 한 번 오리죽을 얻어 먹인 적이 있는데 입이 그렇게도 짧은 우리 귀염이가 그릇까지 다 먹을 기세였다. 그래서 내 고민의 흔적으로 탄생한, 되도록 영양을 갖추려고 애쓴 댕댕이 영양죽을 고민 끝에 만들었다.
우리 귀염 댕댕이의 건강을 지켜줄 특단의 레시피는 이렇다.
내 스타일로 키우는 첫 번째 방법 - 댕댕이 영양죽 만들기
주 재료는 현미쌀과 찹쌀, 채소, 닭가슴살이다.
먼저, 현미쌀. 현미쌀을 1컵 넣는다. 밥으로 먹기에 깔끄러워 좀 식감이 불편하지만 현미에 많은 영양분이 들어 있으니 흰 쌀보다는 현미쌀을 강추한다.
그리고 찹쌀. 찹쌀은 필수다. 찹쌀도 1컵을 넣는다. 찹쌀이 안 들어가면 끈기가 없어 되다만 밥 같거나 퍼진 죽 같다. 물론 댕댕이에게 먹일 때도 요리조리 고개를 돌리며 먹으려 들지 않는다.
다음엔 각종 채소를 다져서 넣는다.
주로 당근, 감자, 브로콜리, 단호박, 고구마, 양배추 등인데 댕댕이가 먹으면 좋을 제철 채소를 두세 가지 선택하여 잘게 다져서 사용한다.
검은콩이나 흰콩 등 콩을 불려서 갈아 넣기도 한다.
아, 렌틸콩. 렌틸콩이 좋다. 사이즈도 작아서 댕댕이가 먹기 좋은 콩이다. 씻어서 바로 넣는다. 렌틸콩은 고소하고 달큰하여 맛도 좋다. 채소와 콩은 그때그때 있는 재료를 사용한다.
이상은 꼭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되는 선택 재료들이다. 그러나 꼭 들어가야 하는 것, 절대로 빼먹지 말아야 할 재료는 바로 닭가슴살이다. 손바닥만 한 냉동 닭가슴살 5쪽 정도를 통으로 넣는다. 가끔 황태채를 물에 불려 소금기를 제거하고 넣거나 황태를 다시 건조시켜 가루 내어 넣어줘도 좋다.
재료 준비가 다 되었으면 전기 압력밥솥 영양죽 눈금에 물을 맞추고 메뉴에서 영양죽을 선택하여 취사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기다리기만 하면 끝~~
재료 준비도 이만하면 비교적 간단하다. 간을 맞출 필요도 없고, 조리하다가 저어줄 필요도 없이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 나처럼 일하면서 시간에 쫓기며 댕댕이 키우는 엄마들은 한 번쯤 시도해봄직하다. 아마 한 번 시도하면 나처럼 중독될지도... 무엇보다도 입맛 짧은 댕댕이가 좋아라 한다.
이렇게 푹 끓인 댕댕이 영양죽은 식혀서 작고 적당한 그릇에 소분하여 담는다. 대부분을 냉동실에 얼리고 일부만 냉장 보관하여 먹인다. 10인용 밥솥에 한 솥을 끓이면 3~4주 정도 먹일 양이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만들면 되니 세상 편하고 영양도 만점이다.
이렇게 여러 통을 준비하고 나면 뿌듯하다.
내 스타일로 키우는 두 번째 방법 - 나름 우아하게 숟가락으로 먹기
퇴근 후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도 다하고 때로 산책도 마친 후, TV 앞에 앉아서 내가 쉬려고 할 때, 그때가 우리 댕댕이가 출출한 시간이다. 시추라서 별다른 애교는 없지만 영양죽 주세요 할 때에는 두 앞발을 쭉 펴서 내 종아리를 살살 긁는다. 그것이 내가 꼭 알아들어야 할 신호이다. 혹시라도 내가 못 알아챌양이면 입으로 신호를 보낸다. 우리 아가씨는 다소 소리가 우렁찬 편이다. 눈도 왕방울만 해져 반짝이면서 왈왈...
이제 식사 하자는 거다.
낮에는 아무도 없으니 먹고 싶어도 신호를 보낼 대상이 없는 안타까운 아이다. 짠함, 측은함 이런 감정들이 뒤섞여 신호를 받으면 나는 반사적으로 냉장고 문을 연다. 접시에 먹을 만큼 담고 30초 정도 데운 후, 유산균도 한 스푼 넣는다. 가끔 쭈르(쭈까쭈까)도 섞어 준다. 그리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댕댕이의 식사 도우미를 시작한다.
숟가락 끝에 조금씩 이라맞은 양을 떠서 입 가까이에 대준다. 처음에는 고기를 중심으로 숟가락에 담는 것이 나름의 요령이다. 음...에피타이저인 셈이지.
이 때 숟가락은 베*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스푼이 딱 맞는 사이즈다. 없다면 티스푼으로~~.
숟가락으로 떠 먹이면 죽도 깔끔하게 먹일 수 있고 먹이는 내내 내 강아지와 교감도 가능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먹이는 내내 오글오글 사랑 표현도 무한정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덤. 아마도 먹는 내내 엄마의 사랑이 전해지지 않을런지? 먹는 그 시간이 내 강아지에게 행복한 시간이길 바래본다.
나는 내 강아지를 이렇게 내 스타일로 키우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