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와 함께하는 차박 여행
차박 한번 다녀오면 짐 하나 늘고를 되풀이하며
캠핑용품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집은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다.
차박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우리에게 변변한 의자가 없었다. 처음에는 서툴고 익숙지 않아 무엇이 필요한지 그 필요성에 대해 잘 모르니까 불편함도 생각지 않고 그러고 다녔다. 자동차에서 내려 주변 경관을 감상하려니 좀 앉아야 할 것 같았고 그러자니 필요했던 것이 편안한 캠핑용 의자였다.
두 개 새로 장만하고 2박에 도전했다. 의자를 장만하고 2박에 도전한 것이 아니라 짧게 1박으로 다니다가 큰 맘먹고 2박을 하려니 의자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나 할까?
1박은 손에 꼽을 수 없이 다녀왔던 낙산~~
낙산 비치에서 새로 장만한 캠핑용 의자를 처음 꺼내고는 해가 지는 밤바다를 바라보며 깜깜해지도록 앉아 함께 음악을 들었다. 아, 이것이 차박의 묘미로구나 하며 감성스런 저녁 시간을 보냈다.
감성과는 거리가 좀 있었던 남편은 차박 덕분에 조금씩 변해 간다. 사실 차박은 감성이 반인데 말이지. 감성 즉 무드라고는 없었던 그도 서서히 변해가야 하는 것이 차박이었다.
내 남편은 어디 한 곳에 진득하니 머물며
감성적인 시간 보내는 것을 영~~ 별로로 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감성이 들어서고 있다.
솔찬이 바람직한 모습이다.
남편과 함께 멋진 풍경을 보며 공기 좋은 곳에서 머무는 차박은 대체로 바람직한 힐링이다.
1박은 낙산에서 하고 2박은 평창 육백마지기로 올라갔다.
해발 1200 고지, 별이 쏟아지는 곳이란다.
육백마지기 정상에는 바람이 정말로 많이 불었다. 올라가면서 보니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기가 12대나 위풍당당하게 서 있더니 바람의 언덕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런데 이 바람의 언덕을 지키는 위풍당당한 풍력발전기는 그 소리 또한 존재감 갑이었다. 규칙적인 기계음과 가끔 육중한 트럭 엔진 소리가 공해에 가까운 소음이었다는… 음... 여기서 어떻게들 차박 캠핑을 하는지… 아마도 분위기가 다 해결하는듯. 귀마개가 없으면 도저히 숙면을 취할 수 없을 만큼 소리가 컸다. 나같이 소리에 예민한 사람은 아예 잠일랑 포기하고 날 좋은 날 별만 보러 가는 것을 강추한다.
청옥산 육백마지기의 위풍당당한 풍력발전기
육백마지기라는 순우리말스러운 지명이 넓이를 뜻하는 것이려니 짐작했다. 귀에 들리는 대로 육백마지기의 땅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육백마지기가 담고 있는 뜻은 또 있었다. 물론 볍씨 육백 말을 뿌릴 만큼의 넓은 땅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내가 끌린 육백마지기의 뜻은 이거였다. "육백"은 금성을 뜻하고 "마지기"는 맞이하다는 뜻이란다. 그렇다면 육백마지기는 금성을 맞이하는 장소라는? 얼마나 낭만적인 해석인가. 별을 맞이한다는 육백마지기... 우리가 도착한 날에는 구름이 많이 끼는 바람에 아쉽게도 그 별을 놓쳤다.
대신 별처럼 이쁜 하얀 샤스타데이지 꽃을 만났다. 혹자는 데이지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이는 마가렛이라고도 하는 국화과에 속하는 별 같은 꽃이다. 포토 스폿이 여기저기 있어서 촬영을 위해서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남편은 차박을 떠날 때면 카메라가 필수품이다. 요즘엔 단출하게 들고 다니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도 차박에 챙겨야 할 짐이 점점 많아져서 늘어나는 짐 대신 줄어드는 것이 카메라 가방이지 싶다. 예전에는 카메라 가방만 해도 두어 개를 가지고 다녔었다. 다행히 데이지꼿이 피어난 농원은 언덕이라 바람이 그리 심하게 불지는 않았다. 청옥산의 육백마지기... 깨끗한 공기와 아름다운 꽃, 청옥산의 산세가 조화로운 곳이었다.
샤스타데이지 촬영 중
그곳에 처음 갔을 때 만났던 바람과 구름과 데이지를 보러 두 번째로 다녀왔다. 지난 6월 어느 날에...
이번에는 데이지만 보러 갔다.
먼저 바다를 보고 올라가서 빛의 온도가 차분한 오후에 샤스타데이지를 또 만났다. 작은 꽃들은 많아야 더 이쁘다. 풀 한 포기로 길가에 피었다면 사람의 눈길을 잠시는 끌었겠지만 이 많은 발길을 불러오진 못했을 터. 흐드러지게 핀 데이지 꽃은 해마다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은다. 우리도 올해는 딸들과 함께였다. 어렸을 때 무슨 꽃 축제니 무슨 대공원이니 무슨 월드니 하는 곳들을 철철이 찾아다녔지만 육백마지기는 우리도 몰랐었다. 아마도 최근 유명해진 곳이라 여긴다. 지방마다 지역 특성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발길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꽃이면 꽃, 물고기면 물고기, 나무면 나무 등 지역의 아름다움을 개발하는 것에는 제한이 없어야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동안에도 샤스타데이지 개화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발길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내려갔다. 6월 이른 중순에서 늦으면 7월 초까지 데이지가 만개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는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내년에 또 그곳에 간다면... 아마도 더 많은 이의 발길로
꽃들과 육백마지기 구석구석이 몸살을 앓을 것이다.
머물다 간 자리는 화장실에서만 깨끗이 할 것이 아니다.
잠시라도 머물다 가는 자리를 깨끗이 하는 것이 차박 문화에 입문한 모든 이가 기억할 일이다. 육백마지기에서는 반려견 동반이 금지다. 캐리어에 안고 가던가 업고 가던가 해야 한다. 샤스타데이지는 사람에게만 이쁘지 반려견에게는 그다지? 아가들이 그곳에 영역 표시를 꼭 해준다. 이건 주인이 아무리 교육을 시킨다 해도 되지 않을 일이니 그냥 안고 가는 게 옳다. 청결한 여행을 위해서 반려견을 아무 데나 걸려서 데리고 다니는건 아니지. 이렇게 예의를 갖추는 것도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