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옥합을 깨트린 여인

나드의 향기보다 언행의 값진 향기

by 사나래


한번은 문둥병자였던 시몬이 잔치를 열었다. 문둥병이 확실히 다 나았다는 증거이다.

어느 정도 완쾌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나았다는 것.

감사의 마음에서 준비한 예수님과 제자들을 위한 잔치에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사람들은 궁금해서 참석을 아니할 수 없었다. 문둥병을 고쳐주신 분이 오신다니 게다가 죽었던 사람을 살리신 분과 다시 살아난 나사로가 온다니 사람들이 잔치에 가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예수님의 좌우에는 불치의 병인 문둥병에서 완벽하게 고침 받은 사람과 죽음으로부터 살아난 사람이 앉았다.

이 광경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이것을 호기심 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이곳에 세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각자가 받은 은혜를 찬양하고 증거 했다.

문둥병에서 고침 받은 시몬은 깨끗해진 그의 외모를 통해서 증거 했으며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나사로는 현재 살아 숨 쉬는 그의 삶을 통해 증거 했다.

여기 또 한 사람의 간증이 있다. 마리아의 간증… 예수의 머리와 발에 향유를 바르기 위해 아낌없이 옥합을 깨트렸던 여인의 이야기다.


마리아가 예수의 머리와 발에 붓고 눈물로 발을 적시고 머리털로 발을 씻긴 이 향유는 나드였다. 나드는 인디언 식물로써 주로 뿌리에서 향유를 추출한다고 한다. 향유의 추출이 어려운 만큼 귀하게 취급되었다.

매우 값진 것이었다.

나드 향유는 그 당시 시세로 노동자의 1년 치 월급을 호가하는 300 데나리온이었다.

지금으로 보면 아마도 직장인의 1년 평균 연봉인 3,000만 원 언저리의 금액이었던 거 같다. 선뜻 깨뜨릴 수 없는, 오히려 깨질세라 애지중지할 고가였다.

여기에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것을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허비하였다며, 그 거룩한 행위를 낭비로 몰아갔다.


때때로 우리는, 자신은 그러지 못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헌신을 삐죽거리며 비난한다.
그것은 질투인가, 부러움인가, 아니면 복음에 대한 방해인가.


밀랍으로 봉해진 옥합은 깨어져야 향기가 났다. 마리아는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이 예수의 발아래서 옥합을 깨뜨렸다. 가진 모든 것을 그분의 발아래 내려놓고, 쏟아붓고,

눈물로써 아직 따듯한 심장이 뛰고 있을 때 마음을 전했다. 진심으로 헌신하는 이 땅의 모든 마리아를 향해 비록 내 기준과는 방법이 다를지라도 판단하지 말고 복음을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응원하자.


“귀중한 선물들을 죽은 자를 위하여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차디차고 말없는 시체 주위에 둘러서서 거리낌 없이 사랑의 말들을 한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자비와 감사와 애착 등의 말들을 아낌없이 쏟아 놓는다. 피로한 심령이 그것들을 매우 필요로 할 때에, 귀가 들을 수 있고 마음이 느낄 수 있을 때에 이와 같은 말을 하였더라면 그 언행의 향기는 얼마나 값진 것이 되었을까!”(DA, 562)


마리아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장 귀한 것을 쏟아 부음으로 예수께 영광을 돌렸다.

곧 십자가에 달리시어 인생의 질고를 지실 그분의 무거운 어깨와 그분이 홀로 걸어가실 무섭고도 외로운 죽음의 길을 위로한 것이다. 마리아의 이 대담한 행동은 사실 마리아도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마리아가 준비한 그 향유는 예수께서 돌아가신 다음 구주의 시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돌발적인 행동으로 예수님은 무섭고 외로운 죽음의 길에서 잠시나마 위로가 될 추억 하나를 간직하실 수 있었다. 마리아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성령의 감화에 젖어 순종하였기 때문이다. 성령의 강권하심에 자신을 맡기는 삶에는 때때로 돌발적인 상황으로 보일지 모르나 계획된 순종이 먼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니 누군가가 내 기준 이상으로 헌신을 하고 있다면 비난의 말보다는 오히려 격려의 말이 필요하다.


우리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족속들이라 다소 어려울 테지만 이 또한 성령의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변해가는 것.

다만 성령이 나를 제어할 수 있도록 내 인생의 키는 그분께 맡겨 두자.



사진-priscilla-du-preez-5z0MO06N3ho-unsplash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르시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