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맷집 키우고 있습니다
A와 같은 직원이 없었기에 망정이다.
아니, A와 같은 직원들이 없어서 내 마음의 맷집이 아직도 말랑말랑한 것 같다. 다들 알아서 척척, 내 마음 살펴주는 직원들 덕분에 내가 여태 건재했던 거였구나 생각하니 그들에게 한없이 고맙다.
가끔 어처구니없는 공격을 당하면 순간 멘붕이 된다. 아주 가끔 당하다 보니 당할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자주 그랬더라면 오히려 적응이 되었을까. 좀 예민한 나는 한방씩 훅이 들어오면 정신을 못 차린다. 가위에 눌려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어쩌자고... 직장생활 28년이 되도록 나란 인간 이러고 있는지.
나는 그동안 우리 부서가 단합도 잘 되고 화기애애한, 문제나 말썽이 없는 부서라는 평가에 많이 연연했든거 같다. 좋은 평가만 듣고 싶었다. 싫은 소리는 되도록 듣고 싶지 않아서 거기에 기준을 두었던가. 아니면 나이 들어가면서 꼰대 소리 안 들으려고 백조처럼 물속에서 정신없이 발을 젓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훅은 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고치 않게 들어온다.
남들이 뭐라든 나만은 꿋꿋이 정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없는 곳이 바로 직장이다. 윗사람들 눈치 보면서 까라면 까는 곳, 꼰대의 진정한 집합체이다. 직장 내 남자 직원들이 곧잘 하는 말, 우스개 소리도 아니고 까라면 까라는 속어의 뜻도 아닌, 단지 상명하복의 의미다.
잘 나가는 직장여성이었지만 결혼 후 아이와 가사에 전념하다가 다시 직장에 복귀한 어느 새내기 직장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본 적 있다. 당시에는 후배였지만 면접관이 된 여성 직장상사가 뾰족하고 앙칼지게 이런다. 당신이 집에서 살림하고 애 키울 때 우리는 직장에서 수도 없이 까이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나는 그때 그 말을 백퍼 공감했었다.
남자들의 세계가 아무리 치열하다 해도 여성이 직장에서 살아남기란 그 치열함과는 또 다른 치열한 요인이 존재한다. 진정 남녀평등은 입으로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남녀평등을 버젓이 깔고 실재로는 평등하지 않다는 얘기다. 결정적인 순간에 여자라는 이유로 밀린다. 내 경험이다. 우리 회사는 비교적 신사의 품격을 갖춘 직원이 많지만 신사의 품격은 필요한 때만 소용이 되었다. 대부분의 꼰대들은 자신의 경험을 높이 산다. 경험치의 자부심은 결국 "까라면 까"의 직장 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내가 28년 만에 깨달은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직장 내에서 신사의 품격을 갖춘 누군가에게 오랜 시간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절대로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속이 터져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게 좋다. 그런 류의 사람들은 그렇게 버텨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죽 그렇게 끝까지 버텨갈 것이다. 누구나 다 인정하는 나쁜 님은 직장 내에 한 사람도 없다. 만약 그가 회사의 오너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그런 사람이라면 해고 감이니까 직장 내에 남아 있지 않다.
그렇게 신사의 품격을 하고서
괴롭히는 사람에게는 당할 재간이 없다.
온화한 얼굴과 부드러운 말씨를 하고 사람 피 말리는 존재들...
신사의 품격은 자신의 정당성을 위해 찬란히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참아낸다. - 나 같은 사람... 미련하게 참아냈다.
참으면서 경건하게 미래를 준비한다. - 열심히 스펙 쌓는다. 내공과 외공 양면을 준비한다. 인격은 필수~~
최선을 다해 견뎌본 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멋지고 당당하게 떠나는 것이다.
꼭!
멋지고 당당하게여야 한다.
어설프게 떠나면 지는 것이다.
멋지고 당당해질 때까지 맷집 키우면서 곰 삭이는 거다.
왜 절이 싫으면 떠나라 했을까? 절이 싫을 리는 거의 없을 텐데...
스님이 싫으면 몰라도...
음... 떠나지 말라는 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데 나는 아직도 이 절이 좋아서 미련하게 견디는 중이다.
이렇게 맷집이나 키우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