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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임복 Nov 02. 2015

그들은 기억할 수 없었다.

역사를 잊는다는 것에 대해 _ 동물농장 이야기


 '그들은 기억할 수 없었다. 현재의 생활과 그들이 비교해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스퀼러가 제시한 숫자목록 외에는 판단할 것이 전혀 없었다. 

그 숫자의 리스트는 언제나 모든 것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동물들은 깨달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어쨋든. 이제 그들은 깊이 생각해볼만한 시간이 없었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은 '동물'들이 지배하는 농장에 대한 이야기다. 

평온했던 농장은 '메이저' 영감이 꾼 꿈을 동물들에게 나누며 바뀌게 된다. 

그 꿈을 토대로 언젠가 올 세상을 상상만했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던 그들은 어느날 '배고픔'과 '구타'를 참지못해 인간들에게 반항한다. 우연히 결집된 힘은 인간 모두를 농장에서 내쫒고 동물들만 사는 농장으로 만들게 된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기에 초기 농장은 인간이 있을때 원래 했던 방식대로 운영됐다. 하지만 언제까지 '리더' 없이 사회가 유지될수는 없다. 동물들 중 가장 영리한 '돼지' 들은 곧 인간들의 언어를 배우고, 지식을 익혀 다른 동물들에게 해야하는 일들을 알려주는 '리더'의 위치에 서게 된다. 


 동물농장에는 글을 잘 아는 동물들이나 모르는 동물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7개의 계명이 기록된다. 



1. 두 다리로 다니는 자는 무엇이든 적이다. 

2. 네 다리로 다니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무엇이든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으면 안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면 안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된다. 

6.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돼지들 중 돋보인 것은 나폴레옹과 스노볼이었다. 스노볼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전략가라면, 나폴레옹은 민심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가에 가까웠다. 둘의 대립은 '풍차 건설'건으로 심화된다. 동물 농장을 더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풍차'의 건설이 꼭 필요하다고 스노볼은 주장했다. 나폴레옹은 당연히 반대했다.

민심이 스노볼에게 쏠리는걸 역전시킨 것은 '힘' 이었다. 


 스노볼이 연설할때 문을 박차고 '검은 사냥개'들이 들이닥쳤다. 아기때부터 나폴레옹에게 길들여진 사냥개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스노볼을 쫒아 추방시켰다. 평등했던 동물농장에 가해진 최초의 '폭력' 이었다. 

권력을 장악한 나폴레옹은 '풍차를 추진'한다. 그것은 원래 그의 계획이었다고 말하며.


 이때부터 또 다른 돼지 '스퀼러'의 활약이 돋보인다. 

과거의 일들은 나폴레옹을 중심으로 미화되고, 중간중간 생기는 약간의 의구심들은 스퀼러의 설득에 의해 해소된다. '원래 그랬던거다.' '잘못 알고 있는거다.' 

 게다가 그에게는 7계명을 외우지 못하는 동물들을 위해 만든 한 가지 계명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를 원하는 적절한 시기에 함께 크게 외치는 '양'들이 있었다. 나폴레옹의 발언이나 스퀼러의 발언에 뭔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려하면 그때마다 양들은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며 크게 외쳐, 다른 의견을 막아버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동물들은 동물 농장에서의 삶을 살아간다. 일은 힘들고 배는 굶주렸지만, 그래도 인간을 위해서 일하는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는 동안 '스노볼'이 했던 영웅적인 싸움들은 나폴레옹이 했던 것으로 바뀌고, 7계명 역시 조금씩 달라졌다. 


 동물 농장에서는 처음 있던 다른 동물들의 '숙청'이후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들을 죽이면 안된다 는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들을 죽이면 안된다. 아무 이유없이'로 


 돼지들이 두 다리로 걷기 시작한 이후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는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는 식으로 달라졌다. 


 그들은 기억할 수 없었다. 현재의 생활과 그들이 비교해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 기억하지 않아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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