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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임복 Mar 09. 2019

책쓰는 토요일 - 머리말 2

머리말


저자가 된 후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저도 책을 쓸 수 있나요?>였다. 

그럴때마다 나는 ‘그냥 끝까지 쓰면 됩니다’라 말했다.  


부족했나보다.  

<책쓰기와 관련된 좋은 책들이 있으니 읽어보세요>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부족했나보다.  

질문을 던졌던 사람들이 원했던건 <책쓰기와 관련된 강의 혹은 코칭>, 더 나아가 <나는 잘 모르겠으니 어떤 책을 쓰면 좋을지 이야기해주고, 출간도 도와달라>였다. 


그래서 찾아봤다. 찾아보니 생각보다도 더 <책쓰기>와 관련된 강의는 많았다. 누군가에게 <책쓰기>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이런 강의와 코칭의 비용은 더 놀라웠다. 

비싼 강의는 천만원, 아무리 적어도 200만원 이상. 전자책 출간을 보장하는 강의들도 최소 120만원이상이다. 물론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고, 정말 그 강의를 듣기만 하면 마법처럼 바로 출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납득할 수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놀라운건 몇년간 그런 강의들은 숱한 구설수에 오르면서도 아직까지 살아남아있고, 또 새로운 고가의 책쓰기 강의들은 생겨났다. 그런 과정들과 책쓰기 책들은 저마다 ‘돈을 벌려고 하는건 아니다.’ ‘기존의 책쓰기와 다르다.’는 말을 내세우고 있다. 나는 다를 수 있을까? 너 역시 똑같다는 이야기를 듣는게 가장 겁이 났다. 그래도 불평이 아닌 나만의 ‘대안’을 내놓고 싶었다.  


2012년 4월. 페이스북에 ‘직장인 책쓰기 강의’를 무료로 열고 싶다. 강의장을 알아보고 있다. 는 글을 올렸다. 그날 감사하게도 안국동에 위치한 강의장을 후원받을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의 책을 내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한 8주 코스] 를 기획했고, 인원을 모집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강의료는 무료.   


만나보고 싶었다.  

자신의 책을 내고 싶은 보통의 직장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나누고 싶었다. 

내가 책을 써왔던 방법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책을 쓰는게 먼저가 아니라 책으로 쓸만한 자신의 이야기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책을 써나가면서 정리되고 바뀌는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걸. 고가의 비용이 들지 않아도, 고도의 노력만 있으면 가능하다는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8주는 정말 재미있었다. 매주 과제가 있었고, 메일로 받은 과제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회신을 드리고 다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를 그만두고 내 일을 시작하며 지금은 [책쓰는 토요일]이란 이름의 강의를 7년째 비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4주 16만원의 금액으로 강좌가 열린다.  


나 역시 흔들리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인당 200만원이 넘는 금액. 아니 100만원씩만 받아도 한번 강의를 열때마다 천만원이 넘는 돈을 벌 수 있었다. 네이버 카페를 만들고 수강생들을 모은 후 하나의 학교를 만드는 일.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하고 싶지 않았다. 책쓰기 강의가 나에게 ‘일’이 되는 순간 글쎄. 뭔가 내가 전하고 싶은 마지막 하나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걸로 충분하다.  


교보문고로 시작된 책읽기는 나를 바꿨고, 책을 써나가는 순간들은 내 인생을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으로 바꿔줬다. 내가 그랬듯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강의와 책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강의를 들었던 분들이 출간된 책들은 10권이 좀 넘는다. 그중에는 베스트셀러도 있고, 그렇지 못한 책들도 있다. 책을 내신 분들 중에는 감사하다며 싸인본을 보내오시는 분도 있고, 머리말에 감사를 표해주시는 분도 있다. 물론 아무런 연락도 없고, 책쓰기 강의를 들었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 물론이다. 요즘처럼 책쓰기가 범람하는 이때 책쓰기 강의를 들었다 공개적으로 말하는건 작가에게 마이너스가 될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섭섭하지 않다. 오히려 내 강의를 들었음에도 삶에도 변화가 없고, 책도 계속 쓰지 않는 분들에게 미안하다. 

  

 다른 책쓰기 과정처럼 200권 이상의 책이 출간되고, 모든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방법을 나는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급하게 책을 써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충분히 페이지 한 장한장에 당신의 인생이 스며들때까지 기다리면 안되는걸까? 꼭 모든 사람이 책을 쓰는 저자가 되어야 하는걸까? 정말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당신을 담았으면 좋겠다.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나는 문을 열고, 길을 보여주려한다. 필요하다면 함께 길을 걸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겠지만 끝까지 걸어가는건 오로지 당신의 몫이다. 이 글이 외로운 길을 걷는데 도움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당신도 펜을 들고 종이위에 당신들의 길을 걸어가기를. 노트북을 켜고, 흰 여백 위에 한자 한자씩 당신들의 길을 새겨 넣기를. 하고 싶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이 책을 들었다면 고민할 시간에 한줄이라도 적어보자. 그래야 책은 시작된다. 

 

쉽고 빠른 길은 없다. 급한 마음에 몇 백만원씩을 책쓰기 강의에 갖다 바칠 돈으로 차라리 여행을 가서, 좋은 숙소에 앉아 멋지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라. 글이 안 써지는 좌절의 시간, 내 책이 출판이 될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 바쁜 시간을 쪼개서 조금씩 쓴 원고가 쌓여갈때의 성취감.  


이런 것들 없이 그저 돈만 내면 쉽게 써지는 책은 당신에게도 독자에게도 나무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인 이유는 작가의 삶이 베스트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삶 속 ‘베스트’한 순간을 찾아내는게 먼저다. 정말 자신의 책을 쓰고 싶다면 


책쓰기 좋은 토요일 오전.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앉아.  

이제는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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