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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임복 Feb 26. 2016

책. '다독'해야할까 '정독'해야할까?

#RedWriting33

 어느 때처럼 강의가 끝나고 정리하고 있을때였다. 

책쓰기 강의도 글쓰기 강의도 아닌 '마인드맵'에 대한 강의가 끝난 후 한 분이 질문을 던졌다. 


책을 읽는데 진도가 잘 안나갑니다.
깊이 있는 '정독'이 좋은가요. '다독'이 좋은가요?


 다행스럽게도 이에 대해서는 나름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여러 책을 읽거나, 한 권의 책을 여러번 읽는 '다독'을 택했다. 물론 이에는 자라온 환경이 어느정도 작용했다. 책을 좋아했으나 집은 많은 책을 살 형편이 못됐다. 가끔 친구들의 집에 놀러가거나, 친척의 집에서 보게 되는 각종 '전집'들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집 근처에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도서관'이 있었고, 처음 발을 내딛은 후부터 시간이 될때마다 가게 되었던 환상의 장소 '교보/영풍/종로 서적'이 종각에 있었다.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들은 수량에 제한이 있고, 기한에 제한이 있으며, 다른 이들이 먼저 빌려간 책들을 기달려야 하는 시간의 제한이 있는 반면 3대 서점은 장시간을 버틸 수 있는 강한 두 다리 외에는 아무 댓가없이 신간 도서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게 해줬다. (처음으로 책을 낸 저자가 되고, 첫 강의를 '교보문고'에서 했던 순간을 난 잊지 못한다. '책은 사람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은 진리다.)

 친구의 집에서나 도서관에서나 서점에서나 혹은 시간당 1,000~2,000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게 했던 만화방에서나 나에게 필요한 건 늘 '속도'였다.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읽기 위해, 속독은 자연스럽게 내것이 되었고, 덕분에 왠만한 소설은 영화 한편을 보는 속도면 읽을 수 있게 됐다. 


 굳이 '환경'과 '독서'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그리고 책마다 맞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행간과 행간을 곰씹어야만 이해가 가는 책이 있고, 주인공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적인 스토리로 속도감있게 읽어나가는 책, 저자의 핵심적인 메시지만 발췌해도 되는 책들이 있다. 그래서 '정독'과 '다독' 역시 각자 다르고 답은 자신이 찾아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답하는건 질문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누렁소도 좋고, 검은소도 좋다고 하는건 좀 비겁하지않은가. 


 정독과 다독 중 '다독'을 권한다. 

올해 책을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택한 책 중의 하나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 가정해보자. 368페이지의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았고, 역시 많은 사람들이 극찬했다. 그런데 앞의 30페이지까지 읽고 그 다음을 읽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무래도 출퇴근길에 오며가며 읽어더니 산만해서 그런것 같다. 좀 더 집중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은 '집에서' '시간을 내어' 읽기 시작한다. 이해가 안가는건 마찬가지다. 모르는 부분은 밑줄을 치고, 관련된 내용은 인터넷에서 찾아 지식을 더했다. 그러니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퇴근은 언제나 뒤죽박죽한 시간이라, 책을 다 읽고나니 한달이 넘었다. 

이 정도로 '정독'하고나면, 책 한 권에서 얻을 수 있는 그 이상을 얻었다. 다만 이 정도로 '정독'하기란 쉽지 않다. 대학 수업이 교재 하나를 선택해 한 학기 내내 수업하고 발표하며, 시험을 보며 숙독하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가 되는건 '이해하지 못했을때' 다. 다른 사람은 다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도무지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고 어렵기만 하다. 


 이럴땐 과감히 '포기'해도 된다. 

독자의 문제가 아니라 저자 혹은 번역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게 맘 편하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씌여져 있거나 이해하기에 충분한 정보들을 제공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한 책이라면 저자의 탓이라고 생각하자. 책을 읽으며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다면 과감히 넘어가도 된다. 마지막까지 읽고나서 앞의 부분이 이해가 되는 경우도 있고, 지금은 그 내용이 이해되지 않지만 한참이 지나 다른 책들을 읽고 조금 더 '내 지식'이 올라간 후에 이해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독'은 '같은 책을 여러번 읽는 것'과 '여러 책을 읽는 것'이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둘 다 좋다. 지금 이해하는데 있어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압도적으로 많은 '양'이라면 반드시 '질'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러니 책 선택의 어려움과 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마음에 가는 아무 책이나 손에 들고 넘기는 '다독'에서 시작하길 권한다. 아직도 읽지 못한 수많은 책들이 있다는건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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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권하는 남자의 책 권하는 이야기(https://www.facebook.com/bookseeker/ ) 페이지를 통해 읽은 책들, 좋은 책들을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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