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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임복 Sep 11. 2016

야근도 병이다

오늘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당신에게 #3


야근도 병이다.



오늘 당신은 야근을 했다.

어제는 당연했고, 아마 내일도 야근을 할 예정이다.


일찍 퇴근하라는 이야기는 자주 듣지만, 일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일찍 퇴근할 수 있는가.

주변 다른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은 왠지 다 일이 없는 좋은 직장인것 같다.

혹은 요즘(?) 아이들처럼 자기할 것만 딱 챙기고 퇴근하려하니 그다지 좋아보이지도 않는다.

회사는 공동체인데, 어떻게 혼자 퇴근한단 말인가.


병이다.

야근은 병이다.

다행스럽게도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현재 나타난 증상을 잘보고, 원인을 파악하는 일이다.

증상은 야근으로 인한 스트레스. 복부비만. 운동부족. 집안불화 등 다양하다.

원인은 무엇인가?


'일이 많아서.'

정답같지만 아니다. 일이 많은 건 원인이 아니라 동기다. 원인은 몸 속에 뿌리박혀있는 '야근 DNA'다.

야근 DNA의 병을 병인지 모르는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야근을 할때가 더 많다는건 잘 알고 있다.

특히 신입 초기나 이직한 직후에는


'먼저 들어가 좀 쉬어' 라는 선배의 말이 그렇게 부담일수 없다. 부서 사람들은 다 야근을 하는데 혼자 들어간다는게 왠지 염치없어 보이기도 하고, 그룹에 끼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 이틀 남아서 야근을 하다보면 조금씩 일이 주어진다. 이렇게 하루 이틀씩 야근을 하는 중에 시간이 지날수록 직급이 올라갈수록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또 그렇게 하는 습관이 몸에 배인다.


'오늘은 좀 여유를 가지고 일을 해야겠어' 라며 퇴근시간은 분명 6시인데, 10시에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4시간이란 일하는 시간이 생기니 이때 몰아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 혹시 해보지 않았는가? 일과 시간 중에는 시끄럽고 방해받기 쉽게 때문에 집중할 수 없으니 모두가 퇴근한 저녁에 조용히 일을 하는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 집중을 할 수 있다보니 제안서를 써야 하거나 문서 작업을 해야할때 이 시간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는 어차피 6시 넘어서까지 조금 더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좀 더 일하고 편하게 저녁이나 먹고 조금 더 일하다가 가야겠다는 생각을 할수도 있다.


이 세 가지. 눈치를 보며 남아서 일을 하는 습관, 야근의 고요함에 익숙해지는 습관, 아예 저녁이나 먹고 좀 더 하고서 가야겠다는 습관.


모두 야근병으로 이어진다.


그럼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시기가 있다. 그럴때면 칼퇴를 하기 위해 혈안이 되지 말고, 남아서 내 일이 없다면 최대한 다른 사람의 업무를 돕자. 낮에는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배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혹은 회사 업무와 관련해 실력을 더 키울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면 그 시간으로 이용하자. 아니라고? 차라리 그 시간에 칼퇴를 해서 운동을 하거나 영어 학원이라도 다니겠다고? 장담컨데 신입때라면 남들 일하는 시간에 눈치보며 퇴근해 '난 자기계발을 할꺼야'라고 외치느니. <일하는 방법>을 더 배우는게 낫다.


업무 시간 중에 일을 끝내는 습관을 가지자. 어떤 복잡한 일이라도 매일의 데드라인은 6시로 잡는다. 급하게 떨어져서 제안서를 써야하거나 사업기획서를 써야하는때가 있다면? 내일까지 당장 보고자료를 제출하라고 한다면? 아이도 아니고 그런간 당연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해야한다. 저녁 5시가 넘어 퇴근할 시간에 내일 아침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똘아이들이 가끔 고객사나 자기 조직에도 있다.(조직에 있을 경우 더 골치아프다.) 제일 좋은건 어떻게든 대화를 통해 시간을 더 확보해보는 일이고, 안된다면 이런 경우에는 야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 역시 케바케이긴 하나. 대부분 직장에서 하게되는 일들은 1~2년차만 회사생활 사이클을 돌아보면, 대략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답이 나오는 일들이다. 예를 들어 매주 있는 주간회의, 매달 있는 월간회의, 상품기획회의, 경쟁사분석, 상/하반기 전략 혹은 영업전략등 다양한 업무들이 있겠지만 대부분 루틴하게 돌아가는 일들이다. 그렇다면 미리 자료를 준비하는게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미리 준비해두라. 평소 자료를 수집하는 습관 정리하는 습관, 제안서의 포멧을 미리 만들어 놓는 습관, 내부 자료 / 경쟁사 자료들을 미리미리 파악해놓는 습관을 가져라.

대부분 회사에는 업무 메뉴얼이 없다. 신입때 제대로 인수 인계를 받지 못해 고생한 일이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왜 메뉴얼을 만들어 놓지 않는가? 매일 청소하는 화장실 벽에도 체크리스트가 붙어 있다.



만약 작년에 했던 일을 올해도 똑같이 하면서,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고 똑같이 힘들고 똑같은 시간이 걸린다면 그 잘못은 당신에게 있다. 어떻게든 더 쉽게 일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일. 거기서부터 시간의 절약은 물론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저녁이나 먹고 일하다 가지'라는 생각보다 '지금 조금 더 일하고 빨리 퇴근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일하라.

6시나 6시 30분에 저녁을 먹으러가면 혼자 가는게 아닌 이상 밥 먹고 차마시고 최소 1시간은 걸린다. 다시 사무실에 돌아와 집중해서 일을 하려면 집중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또 10-20분이다. 이 시간이면 일을 끝내고 집에 가도 될 시간이다.


배가 고프지 않느냐고? 아랫배를 만져보라. 끝나고 가볍게 먹어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고 각자 하는 일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들도 있다. 이런 조직에서 빠른 퇴근을 혼자 강행하다가는 피곤한일이 생기기 쉽다. 이럴때 내가 아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평소 맡은 일을 확실히 해서 끝내고 어필하는 것. 혼자 나는 일을 잘한다고 해봤자 소용없다. 내가 제대로 처리한 일들은 정량적으로 측정가능하도록 정리되야한다. 그리고 슬쩍 슬쩍 어필해두지 않으면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저 친구한테 맡기면 문제없어'라는 말을 듣는때부터 조금 더 퇴근을 빨리 기획해도 된다.

야근이란 이름의 병.

더 커지기 전에 치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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