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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임복 Jul 07. 2020

어느 강사의 코로나 생존기(생존중)

오늘도 강의를 합니다. #1

거창하게 제목을 썼다. 


어느 강사의 코로나 생존기. 여기서 '어느'는 당연히 '나'다. 나의 생존기 하면 이상하지 않을까?

생존기라 하면 살아남았다는 뜻인데. 


아니다. 지금도 열심히 애쓰는 중이다. 


강사에 대한 이야기를 언젠가는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사를 꿈꿨고, 강의 회사를 다녔고, 강의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강사가 되고 싶다는 사람도 만나게 되고, 스타 강사도 만나고 사짜들도 참 많이 만났다. 

그래. 이번 글은 이렇게 시작하자. 


'어느 강사의 코로나 생존기' 


아쉽게도 코로나는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짧으면 2020년 말. 늦으면 내년. 혹시라도 백신이 꽤 빠르게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혹시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언제나. 기대는 실망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따라서 나는 대부분의 경우 기대하지 않는다. 최악을 산정하면 그다음부터는 올라가는 길만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가 터지고 강의가 연기되기 시작했다. 

이미 메르스를 겪었던 터라. 

'음. 한두 달은 가겠구나.' 생각했다. 


예전의 경험에서 연기가 된 강의들은 다시 시작하게 되어 있고, 문제가 되는 건 겹치는 일정에 결국 매출은 빠지게 된다는 건데. 그건 어쩔 수 없으니. 감당할 수 있었다. 

(이럴 때를 위해서 '파트너 강사'분들을 모셨으니까.)


그런데. 한 달이 딱 지나는 순간. 느낌이 왔다. 

'이거 오래가겠구나.'


K 방역이 제대로 되고,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는 그래도 빠르게 회복된다는 분위기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며 강의들이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태원 프리덤'...


술자리 피했고, 모임을 피했다. 밖에 나갈 때에는 꼭 마스크를 쓰고 다녔고, 

아침에 운동을 할 때에도 마스크를 쓰고 달렸다. 


가끔 주변에서 

'정말 철저히 지키신다면서요?'

라는 질문을 받을 때에는 


'다 그렇게 하는 거 아닌가요?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모임도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하지 말라고 했는데요?'

라 답했다.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정부에서 이야기해도. 모임은 계속되고, 술자리는 이어졌다는 걸. 


의아했지만 곧 알게 됐다. 


대기업, 공공기관, 중소기업 어쨌든 회사를 다니고 월급이 나오는 분들과 

자영업자와 

프리랜서의 

체감은 다르다는 걸.


2주간 격리가 혼자 답답하고 마는 정도라면, 프리랜서 강사에게 2주간 격리란. 그 앞뒤 2주. 곧 한 달 이상 수익이 끊기는 걸 말한다. 게다가 2주간의 격리 기간 동안 겨우 겨우 몇 건의 강의가 잡혀있었더라면. 이건 최악의 상황.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누가 누구를 원망할 수 있을까. 각자의 방식대로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는 거니까. 


무엇보다도 강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자신이 전파자'가 되었을 때다. 인재개발원에 강의를 다녀왔는데. 강사 때문에 전파되었다면. 그래서 한 회사의 교육 전부가 망가지게 된다면. 

글쎄. 몇 달 전처럼 전파자가 '욕'먹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뒤에서 '주홍글씨'가 새겨지지 않을까. 


'음 저 강사. 다음에 부르지 말자. 좀 조심했어야지.' 


그래서 더 몸을 사리고 더 조심하는 게 맞다. 


여하튼. 


나는 그래도 매달 강의가 없던 적이 없었다. 강의를 갈 때마다 예전보다 더 SNS에 올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이렇게 잘한다~'가 아니다. 

'강의를 하는 곳들은 분명히 있으니 힘내세요. 강사님들'이었다. 실제로 강사님들이 따로 연락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 다행이다. 싶었다. 


코로나 이슈가 심화될 때 주변 동료강사 후배들에게 이야기했다. 


'이때 최대한 정비를 해놔야 한다. 강의안을 점검하고, 매력적으로 새로 만들고, 

홈페이지가 없다면 홈페이지를 만들어라. 

검색하면 나오게 해라. 


유튜브 한다면서 아직까지 안 하고 있었잖아. 채널 만들어야지. 

오디오 클립은? 언제까지 미룰 생각이야. 그냥 해. 


책 쓴다면서. 이때 안 쓰고 뭐해 빨리 해야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했지만. 절실했던 강사들은 바로 실행했고, 아닌 분들은 아직도 그대로다. 왜 인지는 안다. 잘 나갈 때에는 오히려 일을 벌이기 어렵다. 


책을 쓰려고 마음먹었다가. 

'에이 내가 강의를 뛰면 시간당 얼마인데. 그 시간에 강의안을 더 수정하고 말지.'


유튜브를 해볼까? 마음먹었다가.

'에이 내가 강의를 뛰면 시간당 얼마인데. 그 시간에 강의안을 더 수정하고 말지.'


홈페이지를 만들까? 하고 마음먹었다가. 

'에이 내가 강의를 뛰면 시간당 얼마인데. 그 시간에 강의안을 더 수정하고 말지.'


강의안을 수정하려고 마음먹었다가.

'에이 지금도 충분한데. 여유를 가지고 쉴 때는 쉬는 게 강의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어'

라며 안 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비수기일 때는 어떨까?(너무 긴 비수기이기는 하다.)


역시 이런저런 일을 벌이지 못한다. 시간은 충분하지만. 마음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매달 지출되는 금액은 줄어들지 않았는데. 매달 벌어들이는 수입은 줄어든다. 적금을 깨고, 보험을 해지해서 견뎌본다 하지만 쉽지 않다. 

마음이 불안해지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성수기일 때는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비수기일 때에는 마음이 불안해서 못한다. 

고로 못한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다 겪어봐서다.(라테는 말이야...)


그럼 나는 지난 세 달 무엇을 했을까. 



1. 불안했다 

-지금도 불안하다.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상반기 교육이 하반기로 미루어지는 건 괜찮다. 하지만 없어지는 건 문제다. 더군다나 불안한 건 이러다가 내년 교육과 관련된 예산이 줄어드는 일이다. 


사장님 보시기에 

'거 교육 안 해도 괜찮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교육업은 물론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곳은 공멸이다. 

그런데 불안하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기도를 하더라도, 두 손을 모으지 않는 순간에는 뭐라도 해야 한다. 


2. 유튜브를 더 많이 찍었다. 

-언젠가 해야지. 미루어두었던 채널을 정비했고, 시간이 될 때마다 찍었다. 어차피 유튜브도 10년 이상 할 생각이라서 급하지 않았지만. 좀 더 쉽고, 빠르게 편집하는 방법은 익히고 싶었다. 


3. 사이트를 추가로 개설했다. 

-메인 홈페이지 정비를 끝내고, IT와 관련한 글을 모아놓는 블로그를 따로 워드프레스로 오픈했다. 내 온라인 강의와 온라인 실시간 강의, PDF 파일을 팔 수 있는 쇼핑몰을 따로 오픈했다. 다 미루어두었던 일인데 끝낼 수 있었다. 


4. 오디오 클립 순위가 올랐다

-이건 주 5일 하던 일이라서. 계속했다. 2년을 넘게 하고 있는데. 항상 이야기하는 철학이 있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고, 기대가 적어야 한다. 오디오 클립을 처음 시작했을 때 순위에 대한 욕심도 기대도 없었다. 내 강의를 들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내가 공부를 하기 위해서 정리가 필요해서 시작했다. 


5. 이러닝 강의를 3개 이상 찍었다. 

-VLLO 활용법이란 영상 편집 강의를 혼자 찍어서 편집해 팔고 있고, B2B로 기업에서 강의 의뢰가 들어와 3건 정도를 찍었다. B2B는 큰돈은 되지 않지만 해두면 나쁘지 않다. 물론 계약조건은 중요하니 제대로 검토한 후에. 


6.ZOOM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라인 라이브 강의를 시작했다. 

-오프라인의 효과성을 강조하며. 원격교육은 끔찍하다 라는 기사가 있고, 이에 대해 절대로 온라인 라이브 강의나 온라인 강의는 안 하시는 강사님들도 계신다. 개인의 철학이고 신념이다.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온라인 라이브 강의는 효과가 적다. 인정. 

오프라인은 효과가 크다. 인정하긴 하나 사실 둘 다 약점이 있다. 대부분 기업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강의에서 엄청나게 열정적이고, 긍정적이며, 웃음이 터져 나오고 

'와우 오늘 강의 최고였어~'라며 끝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지금까지 만나본 기업 강의의 60%는 

'일단 꼭 와서 학점 이수. 혹은 필수 교육이라 오긴 왔는데. 나는 바쁘다.'

'강의는 듣고 싶은데. 요새 너무 피곤했다. 이런 시간에라도 좀 쉬고 싶다' 

라는 분들이 많았다. 


나 역시도 학습자였을 때는 그랬으니 ㅎㅎ


고로 대부분의 강의는 '나를 신뢰하지 않는 학습자에게서 신뢰를 이끌어내는 것. 도움이 되는 강의라는 걸 어떻게든 끌어내는 싸움'이다. 


온라인은 그게 더 힘들다. 그런데 이걸 기회로 삼아야 하는 건 앞으로 '온라인 라이브 강의'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100% 온라인으로 대체된다? 이건 불가능하다. 

과거처럼 100%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만으로 진행된다. 이것도 불가능하다. 

오프라인에도 온라인을 온라인에도 오프라인이 가미된 형태로 조금씩 바뀌게 될 건 분명하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먼저 두드리고 만져보고 가보며, 깨지고 굴러서 먼저 시작해보는 게 낫다. 


고로 '온라인 라이브'로 기업에서 강의를 하고, 개인 클래스를 열어서 '라이브 강의 실력'을 키우고 있다. 


7. 책을 썼다 

 -전자책을 3권 냈고, 종이책 한 권을 계약해서 다음 주에 출간을 앞두고 있다. (ZOOM 완전 활용법)

운 좋게도 한 권을 더 7월에는 계약할 수 있을 것 같다. 


8. 강의를 했다.

- 앞에서 이야기했듯 꾸준히 기업 강의를 하고 있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형편없을 정도로 줄었다. 하지만 하고 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다. 

 

 기업에서 강의 의뢰가 오지 않는다면? 그래도 나는 강의를 한다. 온라인 라이브 강의를 만들면 되고,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면 무료로 강의를 진행하면 된다. 

 어떤 순간에도 강의는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나는 강사니까. 



Q. 이번 글은 단편인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가끔 강사로 사는 이야기를 올릴 예정이다. 

이번 글은 코로나로 인해 불안해하는 강사님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썼다. 


Q. 다 해봤는데 안되던데?

위의 모든 것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케바케.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게 답이다 말할 수 없어 이 점은 아쉽다. 

당장 나의 경우에도 언제 밥줄이 끊길지 모르니 ㅎㅎ 항상 최악을 가정하자. 


Q. 5월보다 6월이 좀 나아졌고. 7월도 괜찮으니. 앞으로 괜찮지 않을까?

 물론이다. 상황은 항상 나아지고 있다. 다만. 7월 말부터는 휴가시즌. 곧 비수기다. 

'에이 요즘 누가 휴가를~'  직장인들이 휴가를 가면 직장인 대상 강의는 없다. 

9월부터는 추석 휴가가 기다리고 있다. 

9월이 넘어가면서 내년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고로 지금부터 무언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Q. 굳이 이것저것 번잡하게. 해야 하는가. 홈페이지도 만들고. 블로그도 만들고 등등등?

 뭐라도 하는 게 낫다.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풀리지 않을 때는 삶의 온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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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하고 있다. 


Q. 강의는 그렇고 '강연 시장은 어떻게 보는가?'

그건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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