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소재들 중에서

by 지혜

전업주부가 되고 집중적으로 육아한 지 3년째 되었다. 퇴사하고 그때부터 에세이 소재를 무엇으로 하면 좋을지 고심했다. 나와 관련된 키워드는 다음과 같았다.

육아, 회계, 이직, 책, 독후감공모전, 합가, 글과 함께한 생활

이 키워드로 구상했던 소재들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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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육아, 전업주부도 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

육아하면서 느꼈던 많은 내용들이 있다. 일기는 썼지만 이걸 깊이 있게 구현해내고 싶었다. 또한 실제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기에 전업주부의 지위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 가치를 월급으로 환산해 보겠다는 내용을 그려봤다. 전업주부의 이야기에 직장인이 받는 월급을 녹여내 이야기를 꾸며 나간다면 재밌을 것 같았다.


2. 자산, 부채, 자본을 우리 삶에 접목시킨 이야기

회계를 전공했고 회사 이직 시 내 경력을 기반으로 재무제표로 포트폴리오 작성해서 어필하니 반응이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자본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구성하는 자본요소는 '돈'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스스로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발전해 나간다면 더욱 자본을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이어가고자 했다. 더불어 인간관계, 사회생활에 대한 내용까지 포괄해서 쓴다면 괜찮지 않을까 혼자 고심했다.


3. 공모전에 도전하면서 느꼈던 노하우

사실 노하우라고 할 것이 없는 것이, 글쓰기는 노하우가 통하지 않는 분야다. 그저 '진정성'과 '꾸준함'으로 승부하는 세계라서 어떻게 해야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4. 합가 했던 과정을 녹인 이야기


5. 글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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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찾아보면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인데 나름 고심하고 작성하고 발행을 했으나 주저했다. 자기 검열이 계속 작동했고 자신감이 금세 낮아졌다. 특정 타깃을 노려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난 누굴 위해 써야 하나, 좀 더 많은 대중들에게 통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하지,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을 떨쳐내지 못하고 글 앞에서 끙끙거렸다. 그러다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한마디가 있었다.

'이곳은 전국에 있는 사람들이 보는 곳이라 너무 솔직하게 쓰면 안 돼요.'라는 누군가의 조언이.


2020년 어느 가을날이었다. 많은 베스트셀러를 배출했고 기성작가들도 많이 합류하여 글을 발행하고 있는 곳, 브런치스토리 작가에 합격했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합격이었다. 처음엔 기뻤다. 겁이 없었다. 부족한 솜씨지만 내 글이 다음 포털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과, 나와 공감대가 같은 작가님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이런저런 글을 엮어 발행했고, 실시간으로 오는 반응 덕분에 힘든 사회생활을 견디면서 글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달콤한 댓글들이 달렸다. 하트도 많이 눌러줬다. 내 부족한 글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오해가 쌓였다. 나 점점 실력이 향상되는 건가? 좋아요와 댓글이 많아질수록 착각했다. 하지만 오해와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에세이 자체가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인데 솔직하게 쓰지 말라니. 처음에는 그분의 조언이 이해되지 않았다.


글쓰기까지의 과정은 무척 어렵다. 그 일을 되돌아보고 사색하고 생각을 재검열해서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글쓰기의 과정이니까. 아무리 감정적인 글로 보인다고 해도 그 작가 나름대로 고심하고 세상에 내놓은 글일 수 있다. 오래 버무리며 가까스로 세상에 내놓은 글에 대해 '솔직하면 안 된다.'는 말은, 에세이를 쓰지 말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그때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작가라는 직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 모순이 있을 수 있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걸 인정하면서도 내심 '작가'라는 직업 자체에 회의를 느꼈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타인의 내면이나 상황을 '작가'는 보고 듣고 느끼고 글로 표현해 내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하소연하는 글이더라도 그 이면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나,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브런치스토리 곁을 떠나게 되었다. 탈퇴한 것이다.


지금은 그분의 조언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글은 그 사람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글이기에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서투른 글도 그 서투름 때문에 마음이 더 끌리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나는 모두가 다 완벽하게 감정을 다스리고 정제할 수 있다면 글을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할 말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그에 앞서 많은 힘든 과정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에, 또 그에 앞서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이 쓰는 글이기에 글인 것이니까.



너무 솔직했나. 포장이 좀 필요했나.
나의 무지가 드러났나.
생각이 다 다를 수 있는데
타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막 써 내려갔나.


지금도 수없이 고민하고 갈망한다. 작가라는 직업을 원하면서도 두려운 이 마음. 솔직하게 쓰되 너무 솔직하면 안 되는 글쓰기가 무척 어렵다. 브런치스토리에 재가입한 후 출간공모전에서 탈락했을 때도 '안되길 잘한 건가.' 싶으면서도 어떻게 해야 내 글이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늘 대립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가야 하나 싶기도 하다.

베스트셀러를 늘 꿈꾸는 나는, 이렇게 '작가'라는 직업과 '글'에 대한 애증을 쉽게 놓지 못한다. 솔직하게 쓰면서도 다 드러내지 않는 글쓰기, 아직도 나는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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