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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앞 고뇌

카를 홀쇠 '피아노 앞의 여인' 하농

by 에운 Eun

나는 피아노 앞에서 생각이 많다.

참 많다.

잘 안되는 테크닉, 잘 안되는 노래, 자꾸 딴 음을 짚는 나의 손가락.....


나는 피아노 앞에서 생각과 고민과 질책과 자기 비하와 자책이 난무한다.

그녀도 그럴까?

카를 홀소 '피아노 앞의 여인'

이 그림을 그린 카를 홀소

Carl Vilhelm Holsøe

카를 홀소(1863 – 1935)


덴마크 미술가이고, 주로 실내를 그리는 화가이다.

그림들이 거의 우아하면서 실내를 배경으로 우아한 여인 또는 실내를 그렸다.

그런데 하나같이 우아하다.

덴마크의 차가움은 하나도 없고, 따뜻한 덴마크의 느낌이다.

추운 겨울이라도 따뜻한 빵집 아줌마의 온기가 있던 덴마크이다.


그녀의 생각은 뭘까?

내 손은 왜 안 돌아갈까?

또는 오늘도 연습을 해야 하나?

이 두 질문이 오고 갈 것 같다.


매일 연습을 해야 하는 피아니스트의 운명은 항상 매너리즘에 빠진다.

목표가 없고, 작은 성취감이 없으면 매일 끊임없이 연습해야 하는 나는 힘들다.

어제도 여기를 연습했고, 그제도 연습했고, 오늘도 연습해야 한다.

이 지겨운 시간을 잘 보내지 않으면 실패하는 연주를 하게 된다.


나의 경험이다.

뼈저리게 경험한 나의 이야기이다.

피아노 연습을 어떻게 할 것인가? 더 효과적인 연습 방법은 없을까?

찾아보고 물어보고........


결론은 연습 노트를 작성해야 한다.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내가 눈에 보이게 연습 노트를 작성해서

어느 부분을 얼마나 연습할 것인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해냈을 때 작은 성취감이 모여서 나를 성장하게 해준다.


그러나 그 연습 시간에도 끝없이 피아노 앞에서 고뇌하는 순간이 있다.


그녀가 한없이 피아노 앞에서 고뇌하는 그림을 보면서

어릴 때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면

누구나가 한 번쯤 쳤을 하농이 생각난다.

우리는 하논이라고 불렀지만,

프랑스 피아노 선생님인 하농은 이름이


Charles Louis Hanon 하농 (1819 – 1900).


프랑스 피아노 교사이자 작곡가이다.

가장 유명한 곡은 '명피아니스트가 되는 60 연습곡'

부점 연습까지 하며 진짜 지겹게 연습한 곡이다.


하농 연습곡 1번

연습 방법만 해도 20가지가 넘는다.

하농이 추천하기를 모든 조성으로 다 연습하기를 권한다.


이런 식으로 연습한다면, 1-2시간을 하농 1번으로 부점 연습과 조성을 바꿔가면서 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진이 다 빠져서 진짜 내가 연습해야 하는 곡을 연습할 수가 없다.


Leonid Desyatnikov: Target - At the Races

피아노 마르타 아르헤리치

바이올린 기돈 크레머


하농 1번으로 이렇게 재밌는 곡을 우크라이나 작곡가 Desyatnikov 데샤트니코프 (1955 - )가 편곡? 또는 패러디를 했다.

이렇게 재밌게 작곡된 곡을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연주하니 더욱 멋지다.


https://youtu.be/iJReGNNVMIg?si=gugcHDdmjF29WsIM

나의 테크닉이 향상되기를 기대하며, 지겨운 시간과 반복 연습을 이겨내며 고뇌하는 그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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