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선율이 머문 자리 : 르누아르에서 로드리고

by 에운 Eun


1. 프롤로그: 그림에서 들려오는 선율


르누아르의 명화 '기타 치는 여인'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있으신가요?

부드러운 색채 속에서 금방이라도 감미로운 기타 소리가 흘러나올 것만 같습니다.

그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곡이 있습니다.

바로 스페인의 거장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협주곡'입니다.

특히 그 유명한 2악장 아다지오는 아주 오래전, 우리를 설레게 했던 TV 프로그램 '주말의 명화' 오프닝 곡이기도 하죠.


2. 추억 한 조각: 오빠의 뒷모습과 주말의 명화


어린 시절,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저희 오빠가 생각납니다.

주말만 되면 TV 앞에 앉아 이 오프닝 곡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뒷모습.

그때의 행복해하던 오빠의 표정과 공기가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선명하게 되살아납니다.

누군가에게 음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과의 기억을 잇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3. 로드리고의 등불: 점자 악보에 담긴 진심


이 아름다운 곡을 쓴 호아킨 로드리고(1901–1999)는 사실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3세 때 시력을 잃었지만, 그는 모든 작품을 점자로 남기며 음악적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제가 예전에 점자 도서관에서 클래식 강의를 하며 만났던 한 아가씨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피아노를 사랑했지만 점자 악보를 구하기 힘들어 결국 꿈을 내려놓아야 했던 그녀의 뒷모습에서,

로드리고가 왜 그토록 고집스럽게 점자 악보를 남겼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로드리고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 **'음악 안에서의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4. 추천 연주: 기타 퀸 '박규희'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아랑후에즈


이 애절하고도 강인한 곡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하는 연주자로 저는 박규희 기타리스트를 추천합니다.

박규희(Kyuhee Park)는 누구인가?

세계 9대 기타 콩쿠르를 석권한 대한민국 대표 클래식 기타리스트입니다.

여성 및 아시아인 최초로 벨기에 프렝탕, 스페인 알함브라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실력파죠.

섬세한 트레몰로 기법과 깊은 감성으로 '소리로 그림을 그리는 연주자'라 불립니다.

특히 그녀가 연주하는 '아랑후에즈'는 로드리고가 점자 악보에 새겨 넣은 슬픔과 희망을 가장 섬세하게 울립니다.


5. 에필로그: 마음으로 듣는 음악


장애라는 벽을 넘어 찬란한 빛을 남긴 로드리고, 그리고 그 빛을 이어받아 우리에게 감동을 전하는 박규희.

오늘 저녁에는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박규희의 기타 연주를 들으며,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https://youtu.be/Q7sjDB1KFpE?si=i65H8NHi6q-EVl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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