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덕이는 전형적인 개인주의 아싸오리다.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이고 세간의 평가에 무관심하며 인간관계는 좁고 깊다. 비판적이고 경계심도 많아서 냉정하고 차가워 보인다. 하지만 그런 그도 내 사람, 혹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존재는 (그것이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물이든 평등하게) 알뜰살뜰 섬세하게 챙기는 전형적인 츤데레 오리다. 그런 그가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를 마음 깊이 응원하는 드물고 희귀한 상황이 바로 올림픽과 월드컵이다.
축구 A대표 경기를 볼 때 그는 늘 냉정하게 오프사이드를 판정하고, 경기력이 좋지 않으면 가차 없이 쓴소리를 내뱉는다. 월드컵에서 기적적인 극장골이 들어가거나, 올림픽에서 0.1점 차로 금메달을 따는 순간을 목도해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미간주름을 유지한 채) ’가마니‘를 시전 하지만 사실 잘 살펴보면 눈가와 입가에 미이이이-세하게 옅은 미소를 띠며 손에 땀을 쥐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체념하며 패배를 준비하는 0:2 스코어 후반 추가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경기를 지켜보는 은밀한 희망충이다.
마지막 경기였던 역도와 톰아저씨의 폐막식까지 다정히 지켜본 그는 올림픽과 4년 후를 기약한다. 어쩌면 4년 후에는 LA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