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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도 Apr 30. 2024

나는 왜 탈서울을 원했을까?

서울에서 살고 싶지 않아 지방으로 이주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을 때 친구는 곧장 “네가?” 하고 물었다. 친구는 내가 서울에서 나고 자라났기에 서울에서 누리는 편리함과 풍요로움이 어떻게 나를 이루고 지탱하는지 잘 몰라서 하는 말이라며 탈서울은 내게 무리일 거라고 단언했다.


그러게. 맞는 말이긴 해. 서울 마포에서만 30년 가까이 살아온 나는 삶의 반경을 바꾸어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소란한 메가 도시 서울에서 벗어나길 꿈꾸게 된 것 같다. 서울의 인파와 속도에 넌더리내면서도 짧은 순간의 자극적인 쾌락에 매여 주체성을 박탈당한 기분이었다. 내 삶이 꼭 자율주행 자동차 같았다. 나는 지나치는 풍경을 바라보는 허울 뿐인 운전자고.


왕복 3시간의 지옥철을 탄 채 출퇴근하고, 출근길과 점심시간엔 프랜차이즈 저가 커피를 마시고, 지친 몸으로 돌아와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누운 채 SNS를 구경하며 인터넷 쇼핑을 하다 잠들고, 최소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꾸역꾸역 헬스장에 다녀오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연남동, 망원 일대를 돌아다니며 스튜디오처럼 정제된 멋진 포토 스팟 카페들과 음식점을 돌아다니고, 세련된 옷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 앞에서 기세를 떨치는 물욕을 겨우 달래고 돌아와 파이어족 관련 재테크 책을 뒤적이고... 


익숙한 것들이 당연한 것들로 여겨질 때 그 익숙함은 제약이 되어 선택지들, 가능성들을 축소시키고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다고 여기게 만든다. 그렇게 대다수의 사람들이 따르는 생애주기와 일반적인 삶의 틀을 따르게 되는 것 같다.이게 맞나 싶다가도 다들 이렇게 산다는 체념 사이를 오가며.


그러나 도무지 피곤했다. 아침 7시 반에 집에서 나가 저녁 7시반에 돌아오는 나! 고생했어! 그러니 오늘은 피자를 시키자! 고생했어! 넌 이 세련된 가방을 가질 자격이 있어! 반나절 동안 돈을 벌고 돌아와 보상 심리로 돈을 써대는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로컬 관련 SNS에는 지방으로 내려가 자신다운 삶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는 청년들의 이야기들로 빼곡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밥벌이를 하는 청년들, 특히 자신이 사는 환경을 바꾸어 버리는 로컬 청년들의 삶은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자신을 버리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찾아 정착하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어우러져 관계를 맺고 자신만의 밥벌이를 만들어나가는 태도. 다양한 삶의 방식을 상상하게 만드는 주체적인 태도라니. 홀깃했다. 탈서울에의 로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다운 삶을 살고 싶어.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


그렇게 퇴사를 하고 한 달 살이를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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