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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도 May 08. 2024

탈서울 낭만의 중심에는

<마을의 진화>, 간다 세이지, 반비

탈서울 낭만을 품게 된 가장 큰 이유를 꼽아보자면 완주에 갔을 때 들렀던 청년 공간, 청촌방앗간 때문이었다. 건물 2층에 자리한 널찍한 청촌방앗간은 각종 책들과 게임들, 특산품으로 만든 식료품 등이 비치되어 있었고 한 켠에는 구제 의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정착 청년들이 운영하는 '고봉밥 캠프'에 참여 중이었는데, 캠프에 참여한 친구 몇이 그곳에서 구제 옷을 샀고 넓은 테이블에 둘러 모아 공기 놀이를 했다. 청촌방앗간에서는 요일 별로 다양한 모임이 운영되고 있었으며 프로그램은 달마다 교체되는 듯했다. 내가 방문했던 날에도 마침 한쪽에서 청년들이 모여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캠프 운영 청년들과 청촌방앗간에 모여 있는 청년들이 서로 인사를 했다. 서로를 알아보고 안부를 묻는 느슨한 관계. 완주에는 소규모 공동체에 속해 함께 이런저런 작당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특히 동네를 중심으로 편하게 들릴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 청촌방앗간에 매료되었다. 완주에서라면 재미있는 것, 새로운 것들을 궁리하고 시도해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도움과 조언을 편히 청할 수 있고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설렘을 주었다.


가미야마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 마을에는 여러 사람이 드나들고 지역의 사람들을 끌어들여 무언가를 만들어 나갑니다. 예를 들어 영상을 만들고 있지만 다른 재주가 있는 사람이 있고, 숲과 식물에 정통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어우러져 무언가 새로운 일이 생겨납니다. 같은 분야에 고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정말 높습니다. 마을에 무언가를 시작해볼까 생각하게 하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시험하게 해준다고 할까요.


책 <마을의 진화>는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서 처해있던 가미야마 마을이 청년들과 이주민이 모이는 마을로 변화한 과정을 보여준다. 가미야마 마을은 아티스트 레지던시, IT 기업의 위성 사무실, ‘지산지식’을 위한 푸드허브 프로젝트, 쇠퇴한 임업의 활성화를 위한 주택 건설 프로젝트, 인식 변화를 이뤄낸 지역 연대 농업 교육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민간업체와 지방단체,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협력하여 추진해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미야마 마을의 모든 전략과 프로젝트는 ‘사람’과 ‘연결’을 키워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가미야마 마을로 이주한 사람들은 하나 같이 가미야마에서는 무언가를 시도하고 실현해볼 수 있는 설레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외지인을 환대하며 친절이 순환하는 분위기 역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꼭 집어 표현할 수 없지만, 나는 완주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꼈다.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사람’이다. 양질의 자원이 있어도 그것을 가치있게 만드는 사람이 없으면 어떠한 가능성도 구체적인 형태가 되어 공유되지 않는다.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 ‘사람’의 조합에서 이제부터 지역 규모로 확장될 수 있는 일거리가 생겨나는 것이다.


로컬 관련 정보를 접할 때면 늘 청년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좋았다. 청년들끼리의 교류, 그리고 지역과의 교류. 그렇게 동네를 기반으로 이웃-친구가 되어 긴밀하게 연결되어 살아가고 싶었다. 한국에도 지역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청년마을이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탈서울을 고민할 땐 앞서 걱정하게 되었다. 이제 생겨나기 시작한 청년 마을은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느낀 로컬 살이의 즐거움이 사람에 기반해 있다면, 사람들이 지역에 모여 떠나지 않는게 중요한데 장기적으로 그게 가능할까? 결국엔 한계를 느끼고 다들 하나 둘 수도권으로 돌아가게 되면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이주민들을 모으고, 또 내내 정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떠나지 않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을까? 살기 좋은 지역이 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지?


책 <마을의 진화>는 지역 재생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나의 막연한 의문과 불안을 조금 해소시켜 주었다. 지역과 사람이 연결되고 접촉하고 순환할 수 있도록, 느리지만 명확한 기준을 갖고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가미야마의 모습에 무척 감명받았다. 청년들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은 지방을 재생시키는 첫 단계일 뿐. 소도시 혹은 산골 마을이 자생할 수 있으려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적극적인 협력과 협조를 통한 기적 같은 가능성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모든 변화의 중심은 분명하다. ‘사람’과 ‘연결’.


나의 탈서울 낭만의 중심에도 '사람'과 '연결'이 있었다. 그러니 다시 가봐야 했다. 탈서울 낭만을 품게 한 완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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