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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도 Jun 07. 2024

경주 청년 마을 방문기 1: 바다를 보는 일상이라면

감포 가자미 마을 방문기

예천 생텀 마을 다음으로 방문한 청년 마을은 경주의 감포에 위치한 가자미 마을이다. 감포는 경주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약 1시간을 가야하는 동쪽 끝에 있다. 그 동쪽 끝에는 바다가 있다. 동쪽에 위치한 바다. 동해안. 이른 일출을 볼 수 있고, 항구에 낚시배들이 빼곡하고, 위판장에서 생선 경매가 이루어지는 어촌, 감포.


경주에 간다고 하면 대개의 사람들은 유적지가 모여 있는 경주 시내를 떠올리는데 경주에는 산골도 있고 바닷가도 있다. 면적도 서울의 2배 정도다. 동쪽 끝인 감포읍에서 서쪽 끝인 산내면으로 가는 데에 운전을 해서 약 1시간 반이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거의 3시간! 나도 경주 시내만 알았을 뿐 경주가 얼마나 넓은 지역인지 전혀 몰랐다. 가자미 마을에 가기 전에는.


가자미 마을의 입소 하루 전에 경주에 도착해 시내에서 머물렀다. 게스트하우스의 사장님은 감포를 “카페보다 다방이 많은 곳”이라고 일컬었는데 그 말이 딱 맞는 곳이었다. 프랜차이즈 카페나 빵집이 없다. 에스프레소 샷을 넣는 카페를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 편의점은 오후 8-9시면 문을 닫는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집 밖으로 나가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 점이 지역살이의 불편함이자 매력이다. 혼자 밤산책을 하지 못하는 건 아쉬웠지만 몸이 자연의 리듬에 맞춰져 건강한 패턴을 익혔다. 태양에 맞추어 눈을 감고 눈을 뜨는 건강한 리듬이 애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몸에 밴다!


실은 숙소에 커튼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얇은 종이 블라인드가 구비되어 있었으나 룸메이트와 나는 귀차니즘이 잘 통했기에 커튼 없는 창문을 그대로 두고 지냈다. 아무리 늦잠을 자고 싶어도 창으로 들이치는 빛이 의기양양하게 아침을 알렸다6시에 눈을 떠도 방 안은 이미 환했다. 눈을 감아도 눈꺼풀 안쪽마저 붉고 환해서 잠이 다시 들지 않았다. 때론 그 아침의 햇빛이 얼마나 괘씸하게 느껴지던지.


고개를 돌리면 룸메이트가 무방비한 표정으로 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살아오면서 룸메이트가 있었던 적이 번도 없었다. 기껏해야 원가족이나 애인 정도. 이토록 가까이에서 타인의 자는 얼굴을 보는 건 무척 낯선 일이었다. 무심코 고개를 돌려 룸메이트의 잠든 모습을 보면 겸연쩍은 마음이 들어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숨겨오던 지극히 사적인 모습을 몰래 목격해버린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몸을 뒤척이며 잠을 청해보아도 역부족이었다. 결국 몸을 일으키는 수밖에 없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미닫이 문을 최대한 조금만 열어 통과해 거실로 나오면 베란다로 아침이 보였다. 푸르거나 하얀 하늘과 그보다 짙은 색의 바다.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실한 아침의 광경.


다른 방의 룸메이트들도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고요하고 말간 아침이었다. 그 속에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을 만큼 평온한 순간. 이렇게 베란다에서 바다를 보며 아침을 실감하는 일상이라면 이곳이 시내와 얼마나 떨어져 있든 카페가 있든 없든 자잘한 불편함은 모두 가뿐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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