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집 친구들

귀촌 청년 커뮤니티

by 은도

비교적 빠르게 완주에의 귀촌을 결심했다. 정착할 지역을 정하는 중대한 결정인데도 고민스럽지 않았다. 완주에서 만난 이들이 건네준 든든한 환대와 친절 덕분에. 완주는 귀촌 청년들을 환영하며 최대한 돕고 지원하고 싶어 한다. 청년 셰어하우스, 한 달살이 참여자들을 위한 청년 주택 지원도 그중 하나였고 '고봉밥 캠프'와 '로컬 기획자의 초여름 방학'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이들이 보여주는 태도 역시 그랬다. 귀촌 선배이자 기획자들이기도 한 이들은 귀촌 청년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에, 사람들이 함께 만나고 연결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데에 열정과 애정을 다했다. 귀촌을 고민 중이라고 하자 기획자 써니는 덥석 "제가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언젠가 어야가 말한 적 있다. 시골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서울과는 다른 감각이라며, 귀촌 청년들이 고립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기적인 불멍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게스트 하우스 앞마당에서 캠프파이어를 열어 다 같이 모이는 시간. 그때 어야의 말을 듣고 연고 없이 완주에 홀로 내려와도, 고립된 채 홀로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완주에서 만났던 이들 한 명 한 명이 보여주는 환대와 다정함은 그렇게 차곡차곡 쌓였다. 짧은 인연이더라도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다정함을 다하는 사람들. '고봉밥 캠프'를 이끌었던 어야와 초롱은 캠프 이후 완주에 놀러 온 나를 반기며 저녁 식사를 권했고, 예술가 한 달살이를 하는 친구들을 소개하며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고봉밥 캠프에서 만났던 기대와 깔롱, 막동, 감자는 한 달살이를 하는 동안 초대를 해 저녁을 대접하고, 완주의 맛집들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데리고 가주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어야는 늘 물어보고 제안했다. "일정 없으면 저녁 같이 먹을래?", "오늘 떡볶이 만들어 먹을까 하는데 어때요?", "같이 전주 투어 하면 되겠다."


덕분에 함께한 추억들이 많이 생겼다. 어쩌다 보니 한 주에 한 번씩 다 함께 밥을 만들어 먹는 시간이 생겼고, 지역살이 프로그램 참가자뿐만 아니라 로컬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완주에서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잦다.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연결시켜 주고,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활발히 만들어내는 "연결 기획자"들의 공이다. 2,3년 차 귀촌 청년들은 귀촌한 지 10년, 15년 된 이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새 귀촌 청년들에게 이들을 소개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완주에 귀촌해 자리를 잡은 이들도 귀촌 청년들을 환영했다. 귀촌 청년들이 만든 커뮤니티 공간, 노랑집을 후원하고 프로그램에 자주 참여하면서 청년들을 응원해주었다.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봐주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이 귀하게 느껴졌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하면서, 자신을 소개하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비로소 완주에 나의 이름을 써넣고, 자리를 찾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제는 노랑집이 생겼다. 따로 약속을 잡지 않아도 노랑집에 가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함께 개인 작업을 하다가 논밭과 강가를 산책하고, 날씨가 좋은 날엔 기분이 들떠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기도 한다.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자주 열린다. 함께 피망 잼을 만들어 샌드위치를 만들었고, 홈메이드 칵테일을 위한 진저 시럽을 만들기도 했다. 다 같이 가을 운동회를 했고, 김장도 했으며, 크리스마스 파티도 연다. 함께 모여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가 꾸준히 마련되는 덕분에, 도울 수 있는 것이 있을지 물어봐 주는 덕분에, 이웃이면서 친구인 노랑집 멤버들이 곁에 있어, 연고 없이 내려온 완주에서도 나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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