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발신하다보면, 어떻게든 분명 연결될 거야.
"삶을 원하는 방식으로, 나의 속도로 꾸리고 싶어서 삶의 자리를 바꿨어요."
귀촌의 이유를 물을 때 내가 하곤 했던 대답. 그러나 삶의 자리를 바꾸었다고 해서 일상이 나다운 방식으로 일상을 만들고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귀촌을 한 후에도 내 생활을 어떻게 꾸려야 할 지 막막했다. 책방을 창업하겠다고 내려왔지만 귀촌한 친구들을 보며 나도 모르는 새에 불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나 보다. 귀촌 3년차 기대의 편지를 읽고 울컥한 거 보면.
편지에는 내가 완주 한 달 살이를 하던 7월, 함께 전주 책쾌에 가면서 나누었던 대화에 대해 써 있었다. 그때 나는 삶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꾸리고 싶다고, 책을 읽으며 삶의 방향들에 대해 고민하고 바꿔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기대는 우리가 나눈 대화 덕분에 다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방향을 점검하게 되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울음이 터졌다. 7월에 기대에게 보냈던 물음이 11월에 내게 다시 돌아와서. 서울보다야 소비를 덜하고, 산책을 더 자주하고, 제철 음식과 제철 즐거움을 누리고 있지만 나를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 앞에 서면 초조함이 들었다. 귀촌한 친구들 모두 자신만의 능력이 충줄한데 나는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이미 완주에 정착한 친구들은 모두 자신만의 콘텐츠를 뚜렷하게 가진 이들이었다. 막걸리를 만드는 친구, 북바인딩을 하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친구, 사주명리학을 공부해 상담을 하는 친구,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공공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 완주 농산물을 이용한 식료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친구, 프리랜서로 문화 예술 기획을 하는 친구, 사운드 작업을 하는 친구...
그러다 노랑집에서 <사주의 쓸모>라는 워크샵을 열게 되었다. 사주 상담하는 깔롱과, 철학과를 졸업한 후 인문학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내가 함께 진행하게 된 워크샵이었다. 내가 동양철학에 대해 개괄하여 소개한 후 성리학과 명리학에 대해 설명하면 깔롱이 이어 명리학, 사주 풀이에 대해 알려주고 신년 운세를 함께 알아가는 워크샵이었다. 한 달 동안 워크샵 준비를 하면서 동양철학 책들을 읽고, 인쇄물을 만들며 합을 맞췄다.
워크샵을 한 후 좋은 기분이 내내 남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시간이었기 때문에. 책방을 열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나누고 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시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워크샵을 통해 그런 모임을 미리 연습하고 경험할 수 있었다.
아, 나는 인문학, 문학을 통해 함께 삶의 방향성과 가치, 내가 가져왔던 생각과 편견들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구나. 이런 방식으로도 책을 소개할 수 있겠구나. 즐거우면서 보람찰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호하고 희미하게 느껴지기만 했는데 이번 워크샵으로 그에 한 발자국 다가선 느낌이었다.
노랑집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잘하는 것을 드러내어 그것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능숙한 N잡러이자 직접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노랑집 친구들 옆에서 배운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그렇게 드러내다 보면 연결점이 생겨나고 제안이 들어온다.
이번 워크샵도 그랬다. 철학과를 졸업했다는 사실(원래 잘 드러내지 않는데 어쩌다 보니 밝히게 되었다.)을 알게 된 노랑집 친구 써니가 먼저 제안을 해주었다. 노랑집 칵테일 워크샵과 창업 교육에서 술 파는 책방을 열고 싶다고 말하자 완주 특산 술로 창업을 준비 중이었던 분이 창업을 하면 함께 술 축제를 기획해 보는 게 어떠겠냐며 제안해주셨고, 함께 술 메뉴 개발을 하는 모임을 갖게 되었다. 지역에서는 이런 연결이 활발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이 귀하기 때문이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되는 연결이 새로운 연결을 이루어 낸다.
내 초조함을 고백하자 기대는 자신의 이야기로 답해주었다. 자신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며, 네 능력은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자신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일이 과연 밥벌이가 될 수 있을까?' 의문이 가득했는데 완주에 와서 비로소 자신이 가진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일단 내가 좋아하는 일과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의 접점을 찾기로 했다. 일단 뭐든 드러내고 씨를 뿌려 보기로. 그 첫번째는 노랑집과 귀촌 생활을 알리는 계정을 만드는 것, 그리고 노랑집 소식지를 만드는 것. 각자 가진 능력을 응원하고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널리 널리 퍼뜨려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이 시기를 통과한 선배이자 친구들의 이야기를 믿고 나아가본다.